'가능한 사랑' 이창동과 4인의 배우가 말하는 "타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윤리" [BIFF기획]
한국 영화의 거장 이창동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 명품 배우진(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의 만남만으로 일찍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깊은 철학적 화두와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며 공식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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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이라는 두 부부가 만나 서로 다른 삶의 궤적과 숨겨진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6일 개막식 레드카펫으로 포문을 연 주역들은 7일 오픈토크와 7일, 8일 양일간 열린 두 차례의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부산 관객들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

7일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개최된 오픈토크에서 이창동 감독은 작품을 시작하게 된 묵직한 계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10여 년 전 대기업 구조조정 이후 집단 파업과 진압이 있었고, 당시 해고된 노동자들과 남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눌 정도로 깊은 골이 패였었다"라며 "이것을 극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오정미 작가가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결합해 보자는 제안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감독은 "해고 노동자의 고통을 단순한 타자의 고통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나 자신이 그들을 어떤 눈으로, 어떤 태도로, 그리고 어떤 윤리로 바라볼 수 있을지 스스로의 정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작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 속 '시선'이 가진 의미를 시네마틱 철학으로 풀어내 많은 집중을 받았다. 이 감독은 "'예지'가 들고 있는 카메라는 곧 시선이다. 본다는 행위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기에 카메라를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영화는 시선에 관한 영화다. 우리 삶의 관계에서 생기는 힘과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고 싶어 주인공 '철이'의 시선으로 첫 장면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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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역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애정을 내비쳤다.

해고 노동자의 아내 '미옥' 역을 연기한 전도연은 "누구나 크든 작든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미옥은 본인에게 가능한 사랑, 남편,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불안을 품은 인물이었기에 크게 공감됐고 나와 닮아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GV 현장 끝인사에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뜨는 달을 바라보며, 관객 여러분도 자신에게 '가능한 사랑'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시길 바란다"는 감동적인 문장으로 좌중의 뜨거운 환호를 끌어냈다.

해고 노동자 '호석' 역으로 분한 설경구는 "호석은 그냥 나 자신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가장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시사 이후 '내가 바로 호석 같았다'거나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힘들게 고생하며 살았지만 표현을 못 하고 속으로 앓았던 이 시대의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캐릭터의 현실성을 짚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남편 '상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이창동 감독 작품 특유의 입체성에 대해 언급했다. 조인성은 "이창동 감독님 작품에는 이분법적인 악인이 없다. 인물을 선과 악으로 나누어 관객에게 던져주지 않기에 나 역시 상우라는 인물에 편견을 갖지 않고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현장에서는 최대한 스티브 잡스가 되고자 노력했다"고 전해 유쾌함과 함께 연기 주안점을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은 "예지는 노동자 계급과 그렇지 않은 계급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인물이기에, 늘 어디서나 모든 것에 노력하는 모습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예지로 존재하기 위해 실제 다큐 팀 피디분들과 호흡을 맞추며 틈틈이 무언가를 촬영하려 했다"며 사실적인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밝혔다.

앞서 한국 영화 최초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즈 TIFF 에버트 감독상 수상이라는 금탑을 쌓은 '가능한 사랑'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통해 "거장의 날카로운 시선과 배우들의 미친 연기 호흡이 만나 완성된 명작"이라는 압도적인 호평을 끌어냈다.

부산에서 거장의 철학과 배우들의 뜨거운 진심을 확인시킨 영화 '가능한 사랑'은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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