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최장수, 유머는 전국구. 최불암이 써 내려간 대중문화사가 재조명 받고있다.

최불암은 단순히 오랜 시간 사랑받은 배우가 아니었다. 한국 수사극의 상징인 '수사반장'의 박 반장이었고,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이었다. 1990년대에는 이름 자체가 유머의 소재가 돼 '최불암 시리즈'로 전국적인 유행을 이끌었으며, 특유의 '파하~' 웃음소리까지 대중의 기억에 남겼다. 말년에는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전국 곳곳의 삶과 이야기를 전했다.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담아낸 작품과 문화의 중심에 최불암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지난 1971년 첫 방송된 MBC '수사반장'은 최불암을 한국형 수사극의 상징으로 만든 작품이다. 1989년 종영까지 총 880회에 걸쳐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최불암은 강력반을 이끄는 박영한 반장으로 활약했다.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의 모습뿐 아니라 사건 이면에 놓인 인간의 사연까지 살피는 인물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수사반장'이 남긴 영향력은 종영 이후에도 이어졌다. 최불암은 극 중 이미지와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경찰청 명예총경으로 위촉됐다. 2024년에는 원작의 세계관을 잇는 MBC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박 반장이라는 이름이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MBC '전원일기'는 또 다른 최불암의 얼굴이었다. 약 22년간 총 1,088회 방송되며 국내 최장수 드라마 기록을 세운 이 작품에서 그는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한국의 전통적인 가장과 아버지상을 대표했다. '수사반장'에서 도시의 범죄 현장을 누볐다면, '전원일기'에서는 농촌 공동체의 중심을 지키며 가족과 이웃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특히 '전원일기'는 단순 농촌 드라마를 넘어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최불암이 연기한 김 회장은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따뜻한 어른으로, 오랜 세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아버지의 얼굴로 남았다. 서로 다른 시대적 풍경을 담은 두 장수 드라마의 중심에 모두 최불암이 있었다는 점은 그의 배우 인생을 설명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1990년대 전국을 휩쓴 '최불암 시리즈'는 그의 대중적 영향력이 연기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시 최불암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각종 우스갯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관련 유머집까지 출간됐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되기 전, 실존 배우의 이름이 하나의 유머 장르처럼 소비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특히 '최불암 시리즈'는 오늘날의 온라인 '밈(meme)' 문화를 연상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 대중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반복되고 변형되면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는 점에서다. 배우의 이름만으로 특정한 표정과 말투, 상황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최불암은 친숙한 존재였다.

그의 특유의 웃음소리인 '파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호탕하면서도 독특한 웃음은 최불암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과 얼굴뿐 아니라 웃음소리마저 대중문화의 기억으로 남은 것이다. 2026년 MBC가 선보인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 역시 이 웃음소리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배우로서 국민적 캐릭터를 남긴 최불암은 이후 대한민국의 식탁을 기록하는 이야기꾼으로도 활약했다. 2011년부터 2025년까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각지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소개했다. 화려한 음식보다 소박한 한 끼에 깃든 사연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가갔다.
한 배우가 남긴 작품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유하는 기억이 됐다는 점에서 그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MBC, 스튜디오드래곤, 프로덕션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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