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벨트 차고, 강백호 우산 쓰고…노시환도 한화도 다시 날아오른다 "우리 팀 걱정 안 합니다"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고척]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은 우울했다. 외국인 투수 듀오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강속구 영건 문동주마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마무리 김서현을 시작으로 불펜진도 무너졌다. 여기에 간판타자 노시환까지 타율 0.145(55타수 8안타)의 부진에 허덕이다 2군행.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에 팬들은 온라인에 격문을 쏟아내고, 트럭까지 동원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주부터. 재조정을 마치고 돌아온 노시환이 연일 담장을 넘기며 타선에 불을 지폈다. 5월 타율 0.364에 홈런 6방으로 노시환다운 모습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중심타자의 반등과 함께 한화 타선도 완전히 살아났다. 최근 5경기에선 세 차례나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경기당 평균 10점을 뽑아냈다. 마운드가 5~6점을 내줘도 타선이 훨씬 많은 점수를 뽑아내서 이기는 경기가 계속된다.

1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도 그 연장선이었다. 한화는 1회부터 5점을 뽑으며 '초전박살'에 성공했고, 최종 스코어 11대 5로 키움을 꺾었다. 시즌 첫 3연승과 함께 17승 20패를 기록한 한화는 공동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그 중심에는 승부처마다 방망이를 불태운 노시환과 강백호, 도합 '407억' 듀오가 있었다.

강백호와 노시환(사진=한화)강백호와 노시환(사진=한화)


'초구 그랜드슬램' 기선 제압

노시환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매서웠다. 1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은 키움 선발 배동현의 초구 144km/h 패스트볼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노시환 특유의 호쾌한 스윙으로 맞아 나간 타구가 담장 중앙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35m짜리 대형 그랜드슬램. 단숨에 4점을 뽑은 한화는 후속타자들의 연속 안타로 추가점까지 얹어 1회에만 5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노시환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스가 가득 찬 만큼 공격적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투수가 분명히 초구에 카운트를 잡으려 할 것 같아서 초구부터 돌려야겠다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서 잘 됐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앞에서 기회를 만든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홈런 직후 노시환은 중계 카메라를 향해 허리춤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 자리엔 동료 문동주의 벨트가 있었다. 문동주는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우측 어깨 통증을 느껴 강판됐고, 이후 관절와순 손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팀을 떠나기 전, 문동주는 노시환에게 자신의 벨트를 건넸다.

노시환은 "홈런을 칠 때마다 동주에게 연락이 온다. 자기 벨트를 찬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면서 "허리를 고정시켜주는 느낌도 있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좋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벨트가 끊어지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동주가 직접 제작해서 나한테 줘야 한다. 그래야 기운을 받는다"고 했다. 비록 잠시 팀을 떠났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동료들과 함께다.

노시환의 반등에는 강백호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올겨울 4년 총액 10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한화에 합류한 강백호가 4번 타순을 맡으면서 노시환은 5번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시환은 "4번에 대한 프라이드가 좀 있었다"면서도 웃으면서 "해보니 5번이 편하다"고 밝혔다.

이날 강백호는 3안타 1홈런 2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펼치며 노시환 앞에 계속해서 타점 찬스를 만들었다. 찬스에서 위협적인 강백호 상대로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꺼리고, 자연히 노시환에게 많은 찬스가 돌아온다. 노시환은 "백호 형이 워낙 좋으니까 상대가 승부를 안 한다. 그러니까 나한테 찬스가 많이 걸리고,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잘 나고 있다"면서 "백호 형 덕분에 제가 지금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백호 역시 "노시환과는 경쟁이 아닌 공유의 관계"라며 "선의의 경쟁이 팀 전체의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12일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터뜨린 둘은 강백호가 시즌 8홈런, 노시환이 7홈런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홈런을 터뜨린 노시환(사진=한화)홈런을 터뜨린 노시환(사진=한화)


"한화 이글스 걱정 안 합니다"

노시환은 최근 한화 타선의 상승세에 관해 "안 좋을 때는 타석에서 다들 주눅 들고 쫓기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모든 타자들이 신나게 치고 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홈런 욕심 없이 가볍게,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타격에 임하는 게 맹타의 비결이다. 노시환은 "지금은 그냥 생각 없이 투수만 보고 상대한다. 그게 제일 크게 달라진 것 같다"면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마음으로 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마운드에서는 노장 류현진이 5이닝 3실점으로 버티며 한미 통산 199승을 챙겼다. 노시환은 "에이스들이 다 빠져 있는 상황에서 현진 선배님이 던지고 있다. 선배님이 던지는 날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승 도전이 걸린 다음 등판에 대해서도 "그날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화는 지난 시즌에도 초반 고비를 딛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룬 팀이다. 노시환은 "초반에 안 좋았어도 흐름을 한번 타면 올라온다. 채은성 선배님도 부상에서 돌아오면 팀이 더 강해질 거고, 지금 있는 선수들이 잘 버티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면서 "한화 이글스 걱정 안 합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노시환과 한화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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