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파이어볼러 넘치는 한화인데…달감독 픽 임시 마무리는 왜 '평균 143km' 던지는 이민우일까
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

[더게이트]

“지금으로서는 이민우가 뒤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150km대 광속구 투수가 차고 넘치는 한화 이글스에서 가장 구속이 느린 투수가 마무리 역할을 맡는다. 한화 베테랑 우완 이민우가 잭 쿠싱 계약 만료로 공백이 예정된 마무리 자리 1순위 후보로 낙점받았다.

한화는 마무리 투수 잭 쿠싱과 작별을 앞두고 있다.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한 오웬 화이트의 6주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쿠싱은 애초 선발 자원으로 영입됐지만 팀 사정상 마무리로 보직을 옮겼다. 주축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크게 무너지면서 한화는 그 자리를 쿠싱으로 채웠다.

쿠싱은 14경기에서 1승 2패 3세이브 평균자책 4.82를 기록했다. 3일 삼성전에서 2이닝 4실점하면서 평균자책이 튀긴 했지만 지난주 4경기에서 4.2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지난주 쿠싱이 등판한 경기에서 한화는 모두 이겼다.

그러나 이번 주 오웬 화이트가 복귀하면 15일까지로 예정된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쿠싱은 팀을 떠나야 한다. 김서현이 마무리 자리로 바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12일 취재진과 만나 상황에 따른 집단 마무리 기용을 시사하면서도 “이민우가 뒤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민우 중심으로 뒷문을 꾸려갈 계획을 밝혔다.

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


투심 무기로 공격적인 승부...볼질 하지 않는 투수

이민우는 시즌 12경기에서 1패 2홀드 평균자책 2.40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다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3.2km로 한화 팀 내 우완 불펜 가운데 가장 느리다. 이민우보다 평균 구속이 느린 우완은 10일 깜짝 선발승을 거둔 박준영(137.8km)뿐이다. 마무리나 필승조 투수가 대개 빠른 공을 주무기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란 점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인 선택이다. 특히 한화는 다른 팀보다 150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즐비한 팀이다.

대신 이민우는 팀 내 나이 어린 광속구 투수들이 갖지 못한 안정감이 있다. 한화는 올 시즌 볼넷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래 마무리인 김서현이 9이닝당 볼넷 16.88개를 허용하는 것을 비롯해 김도빈 22.5개, 강재민 11.57개, 정우주 10.20개, 박준영 9.88개, 원종혁 9.53개 등 이닝당 볼넷 1개 이상을 내주는 투수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이민우는 9이닝당 볼넷 2.40개로 류현진(1.54개) 다음으로 볼넷을 적게 내주는 투수다. 9이닝당 탈삼진은 3.00개로 팀 내 가장 적지만,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빠르게 땅볼 아웃을 잡아내는 스타일이다. ‘볼질’을 하지 않고 계산이 서는 피칭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결은 투심이다. 지난해까지는 투심보다 포심 구사가 많았던 이민우는 올해 다시 투심 위주로 구종 비율을 조정했다. 12일 고척에서 만난 이민우는 “투심을 던지는 것 외엔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없다. 아예 포심을 안 던지고 올투심으로 바꿨다”고 했다. KIA 시절에도 투심을 던졌던 이민우는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당시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잠시 투심을 봉인해 뒀었다. 그는 “코치님이 투심이 별로 안 좋다고 하셔서(웃음) 그때는 다시 포심으로 바꿨다. 원래 던지던 공을 잠깐 안 던지다가 다시 바꾼 거라, 부담 없이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전과 비교해 투심의 무브먼트나 구속이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진 건 자신감이다. 그는 “이전보다 자신 있게 던진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전보다 많은 경기에 나가고 위기 상황에 던지는 경우가 잦은데, 투심을 던졌을 때 결과가 좋다 보니 자신감을 갖고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한화 우완 이민우(사진=한화)


“모든 후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구속에 대한 집착도, 삼진에 대한 욕심도 없다. 이민우는 “삼진을 잡으려고 욕심을 내면 투구 수가 엄청 많아지더라. 유인구를 많이 던지다 보니 팀 전체로도, 저 개인적으로도 손해였다. 삼진 잡는 것보다 맞혀 잡아도 똑같은 아웃 카운트”라고 강조했다. 존 안에 던지다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투심을 던지고 나서부터 배럴 타구가 많이 줄었다”면서 3구 이내 빠른 승부를 즐긴다고 힘줘 말했다.

이 마음가짐은 좋은 공을 갖고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애먹는 한화 후배 투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다. 이민우도 후배들을 붙잡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모든 애들한테 다 얘기하고 싶다. 나도 어릴 때 제구가 엄청 안 좋았다. 지금도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빨리빨리 승부해야 경기가 운영된다"면서 "어린 투수들 보면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볼넷도 많아지고, 안 맞으려다 보니 더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류현진도 늘 같은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대투수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왜 너희들은 그렇게 안 하냐, 형도 하려고 한다고 얘기한다.”

최근 1군에 합류한 박승민 투수코치와도 생각이 맞닿는 지점이 많다. 이민우는 “2024년에도 박 코치님께 많은 걸 배웠다. 그때 배웠던 걸 후배들한테 얘기하는데, 나중에 박 코치님이 미팅에서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저 말 믿고 하면 좋아질 거다’라고 또 얘기한다.” 후배들이 그 믿음을 조금씩 더 가져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민우는 8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3.1이닝 동안 62구를 혼자 소화하며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은 8대 9로 역전패했지만 외롭게 마운드를 지킨 역투는 박수를 받았다. “우리 팀 방망이가 좋으니까, 최소 실점으로만 막으면 연승 분위기를 탈 거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제가 중요한 상황을 막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그날 너무 많이 던졌다며 걱정하는 연락이 쏟아졌지만 이민우는 “대학 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웃어 넘겼다.

실제로 이민우는 경성대 시절 130구, 139구 연투를 소화하고, 사흘 동안 277구를 던지는 강행군을 경험했다. 이는 아마야구 대표적 혹사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이민우는 “대학 때는 나흘 동안 세 번 완투한 적도 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무리 중책을 맡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 “똑같이 스트라이크 많이 던지면서, 수비를 믿고 열심히 던지자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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