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도 못 해본 기록을 '바람의 손자'가 해냈다...이정후, 커리어 최초 그라운드 홈런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한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한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바람의 아들'도 해본 적 없는 진기록을 '바람의 손자'가 마침내 달성했다. 이정후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던 장내홈런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것도 숙적 LA 다저스를 상대로 쏘아 올렸다.

이정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 5회초에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팀이 0대 2로 뒤진 2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선발 에밋 시한의 공을 강하게 밀어쳤다. 타구는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진 뒤 왼쪽 사이드 월을 맞고 크게 굴절됐다.

다저스 좌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허둥대는 사이, 1루 주자 에릭 하스가 전력 질주로 홈을 밟았다. 그 뒤를 이어 이정후도 바람처럼 달려서 홈까지 쇄도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순식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2타점 동점 장내홈런.

포효하는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포효하는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포효하는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포효하는 이정후(사진=중계방송 화면 갈무리)


"속에서 감정이 터져 나왔다"

이정후의 시즌 3호 홈런이 프로 커리어 첫 장내홈런으로 나왔다. 이정후는 과거 키움 히어로즈 시절 총 65개 홈런을 쳤지만 이 가운데 장내홈런은 없었다. 아버지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마찬가지. 한국야구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이고 통산 194개나 되는 홈런을 쳤지만 이 중에 장내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아버지가 못 세운 기록을 아들 이정후가 세운 것이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선수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장내홈런을 기록한 것은 구단 역사상 이정후가 최초다. 다저스를 상대로 한 샌프란시스코의 장내홈런 자체도 1981년 9월 22일 래리 헌던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상대로 기록한 게 마지막이었다.

홈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은 이정후는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침 눈앞에는 다저스 포수 달튼 러싱이 있었다. 러싱은 지난 4월 다저스의 오라클파크 원정 당시 홈플레이트 앞에 쓰러진 이정후를 향해 부적절한 말을 해서 논란을 샀던 당사자다. 그때는 이정후의 태그아웃으로 상황이 끝났지만, 이번엔 러싱이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이정후의 승리로 끝났다.

이정후는 경기 후 "평소엔 경기 중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오늘 그 홈런이 동점을 만들었고 속에서 (감정이) 터져나왔다"고 털어놨다. 토니 비텔로 감독도 흐뭇해했다. "이정후가 지난 두어 달 사이 많이 오픈된 것 같다.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보기 좋다"면서 "팀 전체가 개성과 패기를 더 보여줄수록 이런 승부처에서 몇 경기는 더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홈 쇄도 판단에 대해 이정후는 "운이 따랐고, 헥터 보르그 3루 코치가 가라는 신호를 줬다"고 했다. 비텔로 감독은 보르그의 판단을 두고 "어떻게 해도 욕 먹는 상황이었다"면서 "다저스 수비가 완벽하게 처리했다면 아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후가 단 한 순간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뛴 것이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활약을 샌프란시스코는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동점을 만든 뒤 타선이 거짓말처럼 차게 식어버렸다. 다저스 선발 에밋 시한의 구위에 농락당한 자이언츠는 경기 내내 2안타로 꽁꽁 묶였고, 9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케이시 슈미트는 혼자 4개의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도 버티지 못했다. 선발 랜던 루프는 5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6회 무사에서 주자 두 명을 내보낸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를 이은 맷 게이지가 러싱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대타 알렉스 콜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이후 미겔 로하스에게도 안타를 허용해 점수 차는 더 벌어졌다. 최종 스코어 2대 5.

전날 오타니 쇼헤이의 선발 등판에 무득점으로 묶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이틀 연속 타선 침묵 속에 승리를 내줬다. 비텔로 감독은 "타자들이 높은 공에 배트가 따라갔고, 득점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라이벌 다저스와의 4연전을 2승 뒤 2패로 마친 자이언츠는 새크라멘토로 이동해 애슬레틱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이정후는 현지 인터뷰에서 "다저스 홈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2승을 챙겼지만 위닝 시리즈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다음에 여기 올 때는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한편 부상에서 돌아온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6회 수비에서 실책을 저질러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팀도 0대 2로 패했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회 대타로 나서 볼넷을 골랐고, 9회 유격수 땅볼로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렸다. 샌디에이고는 1대 7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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