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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대전고 2학년 한규민(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
야구의 유행은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출발한 트렌드가 KBO리그를 거쳐 고교야구로 번지는 순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 스타들의 독특한 투구폼과 타격 메커니즘을 흉내 내고,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따라 하고, 유명 선수가 쓰는 것과 같은 용품을 택한다. 오타니 쇼헤이가 등장한 뒤 고교야구에 한동안 사라졌던 투타겸업 선수들이 우후죽순 나타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아마추어 투수들 사이에서 스위퍼가 최신 유행 구종으로 급부상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스위퍼는 홈플레이트를 쓸어버리듯 가로로 크게 휘어지는 변형 슬라이더다. 수평 무브먼트가 일반 슬라이더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게 특징으로, 이름도 '쓸다(Sweep)'를 뜻하는 영문 표현에서 따왔다. MLB는 2023년부터 스위퍼를 별도 구종으로 공식 분류하기 시작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그해 투구의 절반 이상을 스위퍼로 채우며 탈삼진을 쓸어 담자, 이 신무기는 순식간에 세계 야구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공룡군단의 에이스 에릭 페디(사진=NC)
데이터가 만든 구종 혁명
스위퍼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데이터 혁명의 산물이다. 미국 야구 통계 전문 매체 팬그래프는 이 흐름을 분석하며 핵심 동인으로 피치 디자인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트랙맨, 에지트로닉 카메라 등 초고속 분석 장비가 보급되면서 투수들은 손끝을 떠난 공의 회전수, 회전축, 무브먼트를 실시간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감각에 의존하던 구종 습득이 정밀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스위퍼는 이 환경에서 가장 주목받은 구종이었다. 수평 무브먼트를 극대화했을 때의 위력이 데이터로 입증되자 선수들이 너도나도 움직였다. 팬그래프는 "새로운 구종의 유행은 투구 분석 기술의 돌파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 같은 선도 구단들이 먼저 투수들에게 스위퍼를 가르치기 시작하자, 다른 팀들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따라가면서 리그 전체에 확산됐다.
이 흐름에서 KBO리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릭 페디가 NC 다이노스 시절 스위퍼 하나로 리그를 지배한 데 이어,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네일은 한국 무대 첫날부터 스위퍼로 타자들을 압도했고, 그 비결을 배우려는 타 팀 투수들의 발길이 이어질 정도였다. 네일은 "앞으로 KBO리그에 스위퍼 투수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는 노장 류현진(한화 이글스)까지 가세했다. 류현진은 팀 동료 왕옌청의 횡으로 휘어나가는 투구를 보고 스스로 연습해 실전에 바로 장착했다고 밝혔다. 4월 7일 SSG 랜더스전에서 처음 실전 구사한 스위퍼는 좌타자 공략의 새로운 무기가 됐다. 스위퍼 유행이 베테랑 에이스의 무기고도 바꾼 셈이다. 비주얼 베이스볼에 따르면 5월 15일 기준 올 시즌 리그에서 구사된 스위퍼는 총 2610구로, 지난해의 1556구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프로 투수들이 시작한 스위퍼 유행은 어느새 고교야구에도 전파됐다. 이미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조짐이 보였다. 스위퍼를 앞세워 고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기항공고 우완 양우진이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G 트윈스의 8순위 지명을 받았고, 광남고 BC 우완 김현수도 KIA 타이거즈의 2라운드 선택을 받았다.
올해 진행 중인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도 스위퍼를 앞세운 투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 프로야구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을 앞둔 광주일고 에이스 박찬민과 내년 상위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대전고 2학년 좌완 에이스 한규민이 대표적이다. 광주일고는 박찬민을 앞세워 준결승까지 올랐고, 한규민의 대전고는 창단 첫 황금사자기 결승행을 이뤄냈다.
박찬민은 올해 초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를 앞두고 투수코치의 권유로 스위퍼를 익혔다. 전에는 던져본 적이 없는 구종이지만, 놀라운 습득력으로 빠르게 손에 익혀 지금은 삼진을 잡아내는 확실한 결정구로 쓴다. 현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그의 장점으로 스위퍼를 꼽을 정도다.
한규민은 독학파다. 중학교 시절 이것저것 그립을 바꿔가며 던지던 공이 우연히 스위퍼의 궤적을 그렸다. "네가 던지는 공이 스위퍼"라고 주변에서 알려줘 뒤늦게 이름을 알았을 만큼 자연스럽게 체득한 경우다. 이들 외에도 전국 고교 마운드에는 스위퍼를 장착했거나 연습 중인 투수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일고 에이스 박찬민(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진짜 스위퍼는 드물다"
현장을 지켜보는 프로 스카우트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서울권 A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투수들이 스위퍼를 던진다고 하지만 진짜 스위퍼의 조건을 갖춘 경우는 드물다"며 "구속과 무브먼트를 뜯어보면 슬러브에 가까운 공이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박찬민의 스위퍼 역시 수평 움직임은 합격점이지만 구속이 120km대에 머물러, 프로가 기준으로 삼는 이상적인 스위퍼 구속인 130km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더 본질적인 위험성도 제기된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스위퍼는 회전축이 수직에 가까운 오버스로 투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팔 높이가 낮거나 회전축이 옆으로 기울어진 투수에게 적합한 구종인데, 조건이 맞지 않는 선수가 유행만 좇다간 투구 밸런스만 망가진다"고 경고했다.
이는 팬그래프의 분석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투수의 신체적 특성은 손바닥을 안으로 돌리는 회외(Supination) 성향과 바깥으로 돌리는 회내(Pronation) 성향으로 나뉜다. 스위퍼는 손목을 글러브 방향으로 비틀어 던져야 하기에 회외 성향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회내 성향이 강한 투수가 억지로 던지려 하면 수평 브레이크가 제대로 걸리지 않는 데다 팔꿈치에 가해지는 부하만 커진다.
팬그래프는 "이 트렌드는 원래 적합한 투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적용됐고, 맞지 않는 옷을 입어 결과가 좋지 못했던 투수들도 유행에 함께 휩쓸려갔다"고 지적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유망주들에게 팔꿈치 부상이나 수술이라는 암초가 생기지 않으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들은 팀 훈련 외에도 개인 아카데미에서 첨단 분석 장비로 구종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시도하는 자세는 분명 장려할 일이다. 다만 스위퍼 유행을 좇기 전에 먼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자신의 팔 각도, 회전 특성, 신체 조건을 냉정하게 살피는 것이다. 최고의 무기는 남이 던지는 화려한 공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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