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팀 지킨다" 사퇴 여론 일축한 홍명보호 최종 명단 발표…손흥민·김승규 '역대 4번째' 출전
홍명보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채널)홍명보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채널)

[더게이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태극전사 26명이 확정됐다. 주장 손흥민(LAFC)을 선봉으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핵심 전력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강원FC 이기혁의 깜짝 발탁과 독일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사상 첫 본선행도 축구계의 눈길을 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16일 서울 광화문 KT 웨스트 빌딩 온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26인 명단을 발표했다. 홍 감독은 "변수가 많은 이번 월드컵은 이변을 만들 좋은 기회"라며 "선발된 26명과 함께 이변을 일으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번 대회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는 무대"라며 남다른 비장함도 내비쳤다.

손흥민. (사진=손흥민 SNS)손흥민. (사진=손흥민 SNS)


'4회 출전' 대기록 앞둔 손흥민과 김승규

이번 명단에서 단연 돋보이는 이름은 손흥민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부터 러시아, 카타르를 거쳐 통산 네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4회 출전은 홍명보 감독,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 이운재 베트남 대표팀 코치에 이어 역대 네 번째 기록이다. 골키퍼 김승규(FC도쿄)도 나란히 대기록에 합류했다. 4회 연속 본선행으로 좁히면 홍 감독, 황 감독에 이은 세 번째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현재 만 33세다.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2030년에는 37세가 되는 만큼, 사실상 이번 대회가 마지막 세계 무대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대회를 앞두고 손흥민을 집중 조명했다. FIFA는 "손흥민은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세계 무대에서 더욱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A매치 142경기에서 54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역사를 동시에 노린다. 월드컵 통산 3골 1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이 본선에서 한 골을 더하면 안정환, 박지성을 제치고 한국인 월드컵 최다 득점 단독 선두에 오른다. 네 골 이상을 넣으면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인 58골도 넘어선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잘해줄 것"이라며 주장을 향한 신뢰를 보였다.

다만 최근 소속팀 LAFC에서 이어지는 리그 무득점 행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중원으로 내려와 경기하는 만큼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면서 "어느 포지션에 적합할지 선수와 직접 소통하며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전술적 구상을 밝혔다.

수비수 이기혁의 깜짝 발탁도 눈에 띈다. 2022년 동아시안컵에서 A매치 한 경기를 치른 것이 대표팀 경력의 전부였던 이기혁은 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지난 3월 유럽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친 김주성(히로시마)의 빈자리를 메우며 막판에 합류했다. 홍 감독은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 왼쪽 풀백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자원"이라며 "올 시즌 강원의 경기력이 좋아 지켜봤고, 이기혁이 팀의 핵심이라 판단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옌스 카스트로프도 북중미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 외국 태생 혼혈 선수로는 최초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카스트로프는 1998년 프랑스 대회 장대일에 이어 혼혈 선수로는 두 번째 월드컵에 도전하지만, 본선 무대를 직접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속팀 묀헨글라트바흐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두루 소화하는 멀티 자원으로서 홍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발목 부상으로 시즌 막판 전열에서 이탈했던 황인범(페예노르트)도 우려를 씻고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홍 감독은 "이틀 전 테스트를 거쳐 심폐 기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미국 현지 평가전을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온 이동경(울산)과 김진규(전북)도 경쟁을 뚫고 합류했다. 홍 감독은 이동경에 대해 "공을 지키고 동료와 연계하는 능력이 다른 측면 공격수들과 차별화된다"며 "경기 흐름에 따라 요긴하게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평했다.

공격진에서는 손흥민과 함께 오현규(베식타시), 조규성(미트윌란)이 최전방을 책임진다. 카타르 대회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던 조규성은 두 번째 본선 무대다. 당시 손흥민의 안와골절 부상으로 예비 명단에만 머물렀던 오현규는 마침내 정식으로 월드컵 잔디를 밟게 됐다.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강상윤, 조위제(이상 전북), 윤기욱(서울)은 훈련 파트너로 동행하며 힘을 보탠다.

홍명보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채널)홍명보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채널)


싸늘한 여론 마주한 홍명보의 정면돌파

홍명보호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24년 7월 홍 감독 선임 당시 불거진 논란 이후 축구팬들의 시선은 차갑게 식었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에 연이어 패한 뒤로는 분노를 넘어 무관심의 기류마저 흐른다. 월드컵이 코앞인데도 거리에서 홍보 광고나 기념물을 찾아보기 어렵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별다른 마케팅 없이 본선 무대 성적을 통한 여론 반전만 기대하는 분위기다.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는 응원하고 감독은 비판하는 철저한 분리 대응이 자리 잡았다.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사령탑의 리더십을 인정할 분위기는 아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감독은 "마지막까지 이 팀과 함께하겠다"며 사퇴 주장에 선을 긋는 한편 "선수들이 더 좋은 기운으로 월드컵에 갈 수 있도록 성원해 주길 바란다"면서 선수들을 앞세워 비판 여론 자제를 당부했다.

홍명보호 본진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사전 캠프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출국한다. 유럽파 선수들은 현지에서 곧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전 10시 트리니다드토바고, 6월 4일 오전 10시 엘살바도르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6월 5일 본선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입성한다. A조 조별리그 일정은 6월 12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19일 멕시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순이다.

대표팀의 현실적인 첫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홍 감독은 "32강에서 좋은 흐름을 탄다면 팀의 사기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위치까지 올라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 출발하는 홍명보호가 차가운 여론을 뒤집을 만큼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벼랑 끝에 몰린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로선 그것만이 마지막 희망일 거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