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감독이 실패한 팀을 구할 수 있을까? 레알서 쫓겨난 알론소, 추락하는 명가 첼시 감독 맡는다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

[더게이트]

실패한 감독이 실패한 팀을 구할 수 있을까.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패한 첼시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새 감독 선임 소식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사비 알론소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7개월 만에 짐을 쌌던 지도자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위로 혼돈의 시즌을 마친 첼시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타인은 17일(한국시간) "알론소가 4년 계약에 합의했으며 공식 발표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알론소 감독은 지난주 초 런던을 직접 방문해 첼시행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


레알에서의 쓰라린 실패, 그리고 불명예 퇴진

축구인 알론소의 이력은 화려하다. 선수 시절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을 거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을 두 차례 들어 올린 스페인 월드컵 우승 멤버다. 지도자로서는 2023~24시즌 바이어 레버쿠젠을 역대 첫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이끌었고, 51경기 무패라는 유럽 신기록도 작성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축구 인생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초반 14경기에선 13승을 거두며 순항했지만, 10월 엘 클라시코 승리 직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교체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리더십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알론소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스페인 수페르코파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3대 2로 패한 다음 날 알론소 감독은 전격 경질됐다. ESPN은 알론소 감독이 일부 핵심 선수들의 태도, 그리고 레버쿠젠과 달리 구단의 뒷받침이 없었던 점에 실망한 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떠났다고 전했다.

한편 첼시의 이번 시즌도 재앙에 가까웠다.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6연패를 당했고, 1월 31일 홈경기 승리 이후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최근 4년 가운데 두 번째 하위권 마감이다. 현재 리그 9위로 잔여 경기가 2경기 남은 상황에서 유럽대항전 진출 자체가 불투명하다.

감독도 세 명이나 거쳤다. 엔초 마레스카가 1월에 떠났고, 후임 리암 로세니어는 석 달 만에 해임됐다. FA컵 결승까지는 임시감독 캘럼 맥팔레인이 벤치를 지켰다. 알론소 감독은 2022년 이후 다섯 번째 사령탑이다.

알론소 감독을 쫓아낸 비시니우스(사진=비시니우스 주니오르 SNS)알론소 감독을 쫓아낸 비시니우스(사진=비시니우스 주니오르 SNS)


레버쿠젠의 기적 재현할까, 이적시장이 첫 시험대

이번 선임에서 주목할 대목은 알론소의 직함이다. 첼시는 알론소 감독에게 일반적인 축구 감독에게 주어지는 ‘헤드 코치’가 아닌 ‘매니저’ 직함을 부여했다.

디 애슬레틱의 분석가 세리스 존스는 이를 두고 “전술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권한을 갖는다는 의미”라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역대 헤드 코치들이 겪었던 구단 내 구조적 갈등에 대한 반성이 담긴 변화”라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카베 솔헤콜도 “알론소 감독이 영입에도 더 많은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구단이 그의 선수 경력, 존재감, 감성 지능을 인정한 결과”라고 짚었다.

디 애슬레틱의 첼시 담당 사이먼 존슨은 “FA컵 결승에서 첼시는 맨시티를 한동안 평범한 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며 “리스 제임스, 레비 콜웰, 모이세스 카이세도 같은 자원은 충분히 건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이 매우 중요하며, 챔피언스리그 없이 새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알론소 감독은 7월 1일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실패한 감독이 실패한 팀에 합류한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레버쿠젠이라는 과거 성공 사례는 조건만 잘 맞으면 알론소가 반전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한 감독과 실패한 팀의 만남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첼시의 다가오는 시즌이 흥미로워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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