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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럭비 선수 출신의 문영남(사진=더게이트, 대한럭비협회)[더게이트=부산]
1990년대 중반, 부산 구포중학교 운동장은 흙먼지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 진흙탕 싸움의 중심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타원형 공을 쥐고 질주하던 소년, 문영남이다.
체격이 좋다는 이유로 럭비부 감독에게 발탁된 소년은 그곳에서 온몸으로 세상을 배웠다. 매일같이 부딪히고 깨지며 버텨낸 그라운드는 훗날 문영남의 정치 여정을 관통하는 거대한 전술 철학이 됐다.
럭비는 철저한 '팀 퍼스트' 스포츠다. 혼자서는 결코 라인을 넘어 트라이를 성공시킬 수 없다. 동료가 태클을 당해 쓰러지면 기꺼이 그 위를 스크럼으로 받아내야 하고, 내가 넘어질 때는 뒤따르는 아군을 믿고 공을 뒤로 던져야 한다. 문영남은 럭비를 통해 나보다 타인을 먼저 보호하는 연대의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
-캠퍼스 라인을 바꾼 무료 셔틀버스의 블리츠-
부산 북구 구의원 시절의 문영남(사진=더게이트)신라대학교에 진학한 문영남은 2005년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필드'에 나섰다. 여대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던 격변의 시기였다. 학생들의 복지와 인권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 서자, 문영남은 곧바로 거침없는 블리츠(전방위 압박)를 감행했다. 첫 번째 타깃은 학생들이 매일 600원씩 내고 타던 셔틀버스였다.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되던 버스는 잦은 사고로 학생들을 다치게 했다.
문영남은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학교가 버스를 직접 운영하도록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사상 관내를 무료로 도는 버스를 신설한 것에 그치지 않고 마산, 창원, 울산, 양산 등 관외 지역까지 하루 세 차례씩 무료 버스를 전격 배치했다.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었다. 학생들의 이동권과 '안전은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공성의 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복지의 디테일은 현장에서 더욱 빛났다. 24시간 밤샘 연구를 거듭하는 공대생들을 위해 화장실을 개보수해 샤워실을 신설했고, 전 층에 정수기를 놓았다. 화장실마다 휴지가 없어 학생들이 훔쳐 가던 고질적인 문제도 정면 돌파했다.
청소 노동자들을 찾아가 "휴지 비용은 총학생회가 전액 책임질 테니,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지는 일만 없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칸칸이 휴지가 100% 비치된 캠퍼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6세 루키의 무모했던 도전-
부산시 민원제도보좌관 시절의 문영남(사진=더게이트)2006년 대학 문을 나선 청년 문영남은 곧바로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 구포동에 도전장을 던졌다. 만 26세, 정당 정치의 메커니즘도 모르는 풋내기 루키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총학생회장 시절 학교를 바꾸며 학생들이 느끼던 효능감을 사회에서도 증명하고 싶다는 패기 하나로 실행한 출마였다. 그러나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냉정했다. 11명의 후보 중 10등. 완패였다.
문영남은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이 자란 구포시장 바닥으로 뛰어들었다. 수산물 장사를 시작한 것은 생업이기도 했지만, 진짜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를 맡기 위해서였다. 시장 밑바닥에서 서민들이 어떻게 버텨내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장사는 번창했다. 하지만 문영남은 안주하지 않았다. 새로운 경기를 시작했다.
2012년 민주당의 총선과 대선 패배를 지켜본 문영남은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맸다. 2014년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간판을 달고 북구 나선거구(덕천동)에 출마한 문영남은 마침내 구의원 배지를 달았다.
구의원 문영남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만덕 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이었다. 노후 연립주택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원주민들의 재입주 문제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시한 재입주 평균 시세는 평당 1,000만 원 선. 서민들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벽이었다. 문영남은 안락한 의자 대신 현장을 굴렀다.
그리고 끈질긴 협상 끝에 재입주 비용을 평당 600만 원 후반에서 700만 원 초반대까지 끌어내렸다. 원주민들에게 평당 300만 원에 가까운 실질적 이득을 안기며 라인을 사수한 셈이다.
-골목의 어둠을 밝힌 8일간의 라면 한 그릇-
이기영 배우(사진 왼쪽부터)와 구포시장 상인, 하정우 부산 북구 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문영남 북구 제1선거구(북구 구포제1동, 구포제2동, 구포제3동, 덕천제1동, 덕천제2동, 덕천제3동, 만덕제2동, 만덕제3동) 후보자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사진=더게이트)어두컴컴한 덕천 1·3동 골목길도 문영남의 레이더를 피하지 못했다. 치안의 핵심인 보안등과 CCTV 문제가 심각했다. 문영남은 밤 9시, 보안등 담당 공무원과 라면 한 그릇을 나눠 먹은 뒤 8일 동안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졌다. 임기 내에 모든 노후 보안등을 교체해 냈다.
덕천 2-1구역 재건축 조합 결성 당시엔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주민이 원하면 머슴은 움직인다"며 정면 돌파했다. 그 결과물은 현재 북구의 핵심 주거 랜드마크로 우뚝 서 있다.
2018년 경선 탈락이라는 뼈아픈 턴오버를 겪은 문영남은 부산시 민원제도보좌관으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곳에서 수십 년간 묵은 난제이자 지역의 거대한 갈등이었던 '구포 개시장 폐쇄'라는 역전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국회의원실, 북구청, 부산시의 삼각 라인을 조율하는 막후의 쿼터백 역할을 자처했다. 돈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던 구청 예산팀을 위해 예결위원장을 만나 설득했고, 각 기관의 패스를 매끄럽게 연결했다. 갈등의 상징이던 개시장은 그렇게 철거되고, 그 자리에 깨끗한 주차장과 상가가 들어섰다.
부산 남구청 정책비서관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2020년 크리스마스, 문영남은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국토교통부 뉴딜 사업 공모에서 남구가 무려 2천646억 원이라는 막대한 도시재생 사업비를 따낸 것이다.
부산시 담당 과장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문영남은 그를 직접 찾아가 컨설팅을 제안하고 현장으로 끌고 나가 하나하나 설득해 내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일개 구가 2천646억 원의 거액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구포3동, 절반이 사라진 도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왼쪽부터), 하정우 후보, 이기영 배우, 문영남 후보가 함께 구포시장 상인과 이야기하는 장면. 구포시장 상인들에게 문영남은 '후보'가 아닌 '가족'이다. 문영남이 이곳에서 수산물 장사를 한 까닭이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문영남이 없었다면 하정우 후보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더게이트)이제 문영남은 다시 고향 북구의 ‘시의원 선거’라는 메인 매치를 앞두고 있다. 이번 출마의 결심은 다시 숫자에서 왔다.
"구포3동 인구가 2014년에는 3만 5,000명이었는데 지금은 1만 6,000명밖에 안 됩니다. 반이 넘게 빠진 겁니다." 문영남의 진단이다.
부산에서 인구 소멸이 가장 빠른 동네 가운데 하나. 문영남이 나고 자란 동네다.
골목 풍경은 동마다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구포2동 옛 파출소 부지는 폐쇄 뒤 쓰레기 투기장이 됐다. 구포1동 경여고 학생들의 등하굣길은 정비되지 않아 안전이 위태롭다. 덕천2동 젊음의 거리는 인구가 빠지며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골목 구석구석을 꿰고 있는 토박이의 눈으로 문영남이 읽어낸 아픈 풍경들이다.
공약은 럭비 전술 노트처럼 정돈돼 있다. 구포시장 공용 주차장 2층 증축과 인근 신축으로 주차 공간을 두 배로 확보하는 안, 구포3동·금곡동, 만덕·북구청 두 노선의 무료 마을버스 운행, 그리고 해양 도시 부산에 정작 없는 해양특성화고를 구포3동에 유치하는 일이다.
하정우 전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같은 북구(갑)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일대는 AI 스마트 도시 이슈로 달궈졌다. 문영남은 웃음 띤 얼굴로 받아쳤다.
"가장 낙후된 지역이 가장 뜨거운 이슈를 품게 됐습니다. 북구 전체가 주목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해양특성화고와 AI 스마트 도시를 함께 굴리겠다는 게 문영남의 그림이다. 가장 낡은 골목과 가장 새로운 산업이 한 라인업에 들어선 셈이다.
-우리 편도 너희 편도 없는 '노 사이드'의 정신-
OK 읏맨 럭비단이 오는 28일 경북 경산 송화럭비구장에서 열리는 현대글로비스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6 전국 럭비 실업리그’ 일정에 돌입한다(사진=OK 저축은행)럭비에는 '노 사이드(No Side)'라는 말이 있다. 경기가 끝나면 더는 우리 편, 너희 편이 없다. 26세부터 46세까지 20년, 같은 골목을 지킨 사내가 있다. 라면 한 그릇으로 일주일을 보안등에 매달리던 시절도, 평당 300만 원을 위해 LH와 부딪치던 시절도, 손에 들고 있던 공은 언제나 같았다. 둥글지 않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래서 옆 사람을 믿어야만 전진할 수 있는 공이다.
구포중학교 럭비 소년이 다시 라인업에 섰다. 지금까지 세 번의 경기는 패배와 승리, 그리고 또 패배였다. 네 번째 경기의 결과는 보름 뒤에 나온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라면 한 그릇과 일주일이면 골목의 가로등쯤은 모두 갈아치우는 사내라는 것, 그리고 여전히 공보다 옆 사람을 먼저 본다는 사실이다.
라인이 버텨주고, 동료가 밀어주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럭비의 진리는 문영남이 북구 주민들과 함께 펼칠 거대한 드라이브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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