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 말이 아닌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다" 키움 이형종, 리빌딩팀 베테랑의 가치 증명 [잠실 인터뷰]
이형종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이형종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우리는 당연히 가을야구에 간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생각보다 상위권과 차이가 크지 않다. (예상을) 뒤집는 재미도 있는 거니까, 한번 해보겠다."

KBO리그에 울려 퍼지는 키움 히어로즈 주의보를 이제는 경보 수준으로 격상할 때가 왔다. 상승세의 키움이 22일 잠실에서 LG 트윈스를 7대 0으로 꺾고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2경기 연속 팀 완봉승을 거둔 마운드의 위력에 타선까지 불을 뿜으며 지난해 챔피언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키움 상승세의 중심에는 이형종을 비롯해 서건창, 안치홍, 최주환 등 베테랑 타자들이 있다. 지난해까지 저연차 선수 위주였던 키움 타선은 올 시즌 경험치 '만랩'인 타자들이 포진하며 신구 조화를 이뤘다. 베테랑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달라졌다. 1군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선수는 설 자리를 잃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증명해 보이는 선수가 기회를 얻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루에서 세이프된 이형종(사진=키움)2루에서 세이프된 이형종(사진=키움)


전 소속팀 향해 꽂은 비수

이날 승리의 주인공은 이형종이었다. 이형종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5년을 몸 담은 친정팀 LG를 상대로 3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다. 5회 선취점의 발판이 된 선두타자 안타에 이어, 6회에는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적시 2루타로 타점과 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형종은 LG 상대 활약에 대해 "팀을 이적하고 첫 시즌에는 잘 치지 못했다. 심적으로 뭔가 힘이 더 많이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키움 이적 첫해인 2023년 이형종은 LG전에서 29타수 3안타 타율 0.103에 그쳤다. 그는 "이제는 적응이 된 것 같다"며 "팀이 연승 중이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형종만 아니라 소속팀 키움도 LG 상대로 유독 강하다. 지난해 키움은 승률 0.336으로 압도적 최하위였으면서도 1위팀 LG전만은 7승 9패 승률 0.438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꼴찌이면서 LG 상대로는 10승 6패였고, 올 시즌도 2승 2패를 기록하며 2024년 이후 LG전 19승 17패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형종은 미소를 지으며 "LG가 우리 팀 상대로 상성이 안 맞나 보다"라면서 "많이 이겨서 좋다. 내일도 또 승리해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최근 타격감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타격감이 좋을수록 순식간에 떨어지는 게 야구라 걱정도 된다. 들뜨지 않고 똑같이 내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며 평정심을 강조했다.

이형종은 5회초 선취점의 물꼬를 트는 선두타자 안타를 날렸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돌렸고, 배트가 부러지면서 안타로 이어졌다. 후속 타자 김웅빈도 초구에 배트가 부러지면서 안타를 기록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형종은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서 자신 있게 돌린 게 배트가 부러지면서 첫 안타가 됐다"며 "만약 그 타구가 잡혔거나 잘못됐다면 오늘 이런 승리를 가져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6회에는 적시 2루타를 치고 나갔다가 2루에서 견제사 판정을 받는 장면도 있었다. 자칫 1사 2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며 흐름이 끊어질 뻔한 장면.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번복되면서 기회가 이어졌고, 이후 김건희의 우선상 2루타가 터지면서 이형종은 홈을 밟았다. 이 판독 번복이 완전히 키움 쪽으로 분위기를 쏠리게 했고, 6회에만 대거 5득점해 승부를 갈랐다.

이형종은 "도루를 한번 해보려다 타이밍을 잘못 잡았는데, 피하면서 세이프가 됐다. LG 2루수 신민재가 아웃이라고 하기에 '그 정도면 세이프'라고 계속 얘기했다"며 "원심이 아웃이면 비디오 판독으로 뒤집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걱정했는데 잘 봐줘서 다행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더그아웃에서 환영받는 이형종(사진=키움)더그아웃에서 환영받는 이형종(사진=키움)


2군서 바꾼 스윙, 박병호 코치의 조언

이형종의 올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4월까지 21경기에서 타율 0.171에 머물다 5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보름 넘게 2군에서 재정비한 뒤 19일 복귀했고, 복귀 후 4경기에서 타율 0.500로 방망이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반등의 열쇠는 레전드 거포 출신 박병호 잔류군 선임코치였다. 이형종은 "박 코치님과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눴다. 내가 원래 연습 때부터 힘을 많이 쓰고 강하게만 치려는 버릇이 있었는데, 코치님이 '조금 가볍게 쳐봐라', '한 손을 놓고 쳐봐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인상 깊었던 건 조언의 내용보다 방식이었다. 그는 "코치님이 '이런 말을 해도 되겠느냐'고 먼저 물어보시더라. 나도 최근에 야구를 못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편하게 말씀해달라고 했더니 마음이 열리면서 연습 방법도 바뀌게 됐다"고 했다. 오윤 2군 감독에 대해서도 "타격감을 올려주시려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2군에 갔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이형종은 "항상 야구를 절실하게 하려고 했다. 지금은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후배들한테 그 절실함과 간절함을 말이 아닌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다. 그것만 돼도 절반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날 경기 만루포를 터뜨린 포수 김건희는 인터뷰에서 이형종에게 평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를 들은 이형종은 쑥쓰러워하면서 "다가오는 후배들한테는 더 잘해주려는 마음이 원래 있다. 건희가 워낙 성격이 밝고 저한테 유독 잘 대해줘서 예뻐하는 후배"라고 했다. 이어 "다른 후배들도 똑같이 생각하는데, 제 스타일이 살갑게 대하는 편이 아니라 다가오기 어려워서 그런 거지, 저는 다 똑같이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좀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져서 덜 외로울 것 같다는 질문에는 "(이적) 첫 해부터 매년 한두 명씩 들어오더니 이런 분위기가 됐다. 기대했던 건데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너무 좋다"면서도 "구단에서 믿어줄 때 더 잘해야 한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키움은 이날 승리로 시즌 20승을 채우며 8위로 올라섰다. 1위 삼성과의 승차는 불과 8경기. 전날 포수 김건희가 인터뷰에서 "가을야구에 가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형종도 같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 기세가 좋고 연승도 하고 있지만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어쨌든 선수는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라며 "(상위팀과) 차이가 크지 않다. 뒤집어 보는 재미도 있지 않겠나.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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