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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3안타를 날린 이형종(사진=키움)[더게이트=잠실]
객관적인 전력이나 팀 순위와 별개로, 키움 히어로즈는 거의 언제나 LG 트윈스를 괴롭히는 천적이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2024시즌 키움은 LG 상대로 10승 6패 우위를 점했다. 그해 9개 상대 팀 가운데 키움이 우세를 보인 팀은 LG와 한화 둘뿐이었다.
LG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도 키움은 시즌 내내 만났다 하면 팽팽한 접전을 펼쳐 LG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모든 팀 상대로 상대전적 열세를 기록하면서도 키움은 LG 상대로는 7승 9패 승률 0.438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키움이 승률 0.336으로 압도적인 최하위였고 1위 LG와 승차가 무려 37.5경기에 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LG 입장에선 기괴할 정도의 나쁜 상성이었다.
오죽했으면 염경엽 감독이 지난 4월 키움과 첫 3연전을 앞두고 “키움과 만나면 우리는 늘 힘든 경기를 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을 정도. 염 감독의 불길한 예감대로 키움은 올해도 첫 만남부터 LG를 괴롭혔다. 고척에서 열린 첫 3연전은 LG의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을 뜯어보면 모든 경기가 한두 점 차 접전이었다. 첫 경기에선 키움이 5대 2로 승리했고, 2차전은 LG가 6대 4로 어렵게 이겼다. 3차전에서도 한 점 차 혈투 끝에 LG가 6대 5로 가까스로 가져갔다. 왜 두 팀의 대결이 넥센 시절에는 엘넥라시코, 지금은 엘키라시코라는 별칭으로 불리는지 잘 보여준 시리즈였다.
호투한 로젠버그(사진=키움)
천적 로젠버그 호투에 5회, 6회 집중 7득점까지
잠실에서 열린 22일 주중 3연전 첫 대결에서도 키움은 다시 한번 LG 상대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키움이 최근 4연승으로 분위기가 한창 절정인 반면, LG는 문보경을 비롯한 주축 타자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베스트 전력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 이날도 구본혁을 1번 타자로, 문정빈이 4번 타자로 나오는 라인업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
여기에 키움 선발투수로는 지난해 LG 킬러로 맹위를 떨쳤던 좌완 케니 로젠버그가 등판했다. 로젠버그는 지난 시즌 LG전 3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8이닝 5실점 4자책 평균자책 2.00에 피안타율 0.188, 피 OPS 0.543을 기록하며 LG를 압도한 천적. LG 입장에선 매년 초여름마다 잠실을 뒤덮는 러브버그보다 무서운 상대가 로젠버그다. 부상과 수술로 1년 공백을 딛고 돌아왔는데도 LG전에 강한 면모는 여전했다.
이날 로젠버그는 최고 144km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묶어 첫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LG는 1회부터 매 이닝 주자가 출루하면서도 좀처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키움도 4회 1사 후 임병욱의 2루타로 잡은 찬스에서 최주환의 잘 맞은 타구가 박해민의 호수비에 걸려 병살로 이닝을 마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4회까지 팽팽했던 0의 균형은 5회 키움의 공격에서 깨졌다. 이형종과 김웅빈이 연속으로 초구를 공략해 무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두 타자 연속 배트가 부러지면서 안타로 이어지는 보기 드문 장면. 여기서 전날 만루포의 주인공 김건희가 2구째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로 이형종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권혁빈의 유격수 쪽 땅볼 때는 2루수의 송구 실책이 겹치며 3루 주자까지 홈인, 2대 0으로 앞서나갔다.
기세가 오른 키움은 6회 한 이닝에 대거 5점을 뽑아내며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최주환의 선두타자 안타와 이형종의 적시 2루타로 3대 0. 김웅빈의 내야뜬공과 이형종의 견제사로 2아웃이 되며 흐름이 끊어지는 듯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정정되며 1사 2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기사회생한 키움은 김건희의 우익선상 깊숙한 적시 2루타로 4대 0, 바뀐 투수 배재준을 상대로 권혁빈이 적시타를 추가해 5대 0으로 달아났다. 이후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를 만든 뒤 안치홍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6대 0, 다시 바뀐 백승현에게도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7대 0까지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키움은 6회 한 이닝에만 4안타 3볼넷 1사구를 묶어 5득점 빅이닝을 연출했다.
경기는 키움의 7대 0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전날 SSG전 6대 0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 팀 완봉승. 로젠버그가 4이닝 무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은 뒤 박진형-조영건-김재웅-오석주-박지성이 1이닝씩 나눠 막아 합작 완봉승을 완성했다. 특히 박진형부터 김재웅으로 이어진 5~7회 3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릴레이 호투였다. 타선에선 이형종이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김건희가 2안타 2타점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갔다.
LG는 선발 이정용이 4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5회 2실점하고 물러나 패전투수가 됐다. 김윤식은 0.2이닝 3피안타 3실점, 배재준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1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오지환, 홍창기 등 주전이 대거 빠진 채 경기를 시작한 LG는 산발 3안타에 그치며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시즌 첫 5연승을 질주한 키움은 시즌 20승 고지를 밟으며 승률 0.435로 이날 패한 롯데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8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LG와 시즌 상대전적도 2승 2패 균형을 이뤘다. 키움의 5연승은 2024년 6월 25일 NC전부터 7월 3일 고척 LG전까지 6연승을 기록한 뒤 688일 만이다. 반면 LG는 이날 승리한 KT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2안타 2타점의 김건희(사진=키움)
설종진 감독 "투타 전력 균형...선수들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5연승"
경기후 설종진 감독은 "최근 투타 전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오늘도 좋은 결과를 냈다. 로젠버그는 지난 등판 보다 더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4이닝을 잘 끌고 갔고, 불펜진은 무실점으로 각자의 이닝을 잘 책임졌다"고 투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설 감독은 "5회 김건희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고, 곧바로 추가점까지 내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6회 이형종, 김건희, 권혁빈의 적시타로 도망가는 점수를 만들면서 승기를 굳혔다"면서 "선수들이 매 경기 꼭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며 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팬분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승리투수 로젠버그는 "오늘 경기 팀 승리에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다. 첫 등판에서는 효율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 점도 만족스럽다"면서 "이제 2번째 경기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은 것 같다. 마운드에 서는 것도 적응이 되고 있다. 가족들이 오늘 경기를 직관하며 응원해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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