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인구는 10분의 1, 전력은 대등" 한국 검도 대표팀 오늘 출국…도쿄서 '역사적 1회 대회' 정상 도전
한국 검도 대표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한국 검도 대표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오이도]

검도 종주국의 심장부에서 한국 검사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일본 검도의 성지이자 이번 대회의 무대인 도쿄무도관. 면수건과 갑상에 태극 문양을 새긴 한국 검도 국가대표팀이 이곳에서 역사적인 첫 판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검도 국가대표팀은 28일 오후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27일 경기 안산 경기도검도수련원에서 최종 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오는 30~31일 도쿄무도관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오세아니아 검도선수권대회(1AOKC) 무대에 오른다. 이순종 단장(메타쏠 회장·6단)을 포함해 남녀 선수 각 8명, 감독·코치 각 2명 등 26명이 함께했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국제대회가 아니다. 한국이 주도해 외연을 확장한 아시아 검도계의 역사적인 첫걸음이다. 대한검도회는 오랜 기간 국제검도연맹(FIK)에 아시아 지역 연맹 설립을 건의해 왔다. 그 결실로 지난해 12월 아시아·오세아니아검도연맹(AOKF)이 공식 창립됐고, 이번 대회는 그 연맹이 여는 첫 번째 공식 무대다. 일본·한국·중국·호주·튀르키예 등 23개국·지역에서 선수단 360여 명이 참가한다. 대회 전날인 29일에는 도쿄무도관에서 AOKF 창립 총회와 축연이 함께 열린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남자부 박상섭 감독과 김민규 코치, 여자부 박연정 감독과 이윤영 코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대표팀 코칭스태프. 남자부 박상섭 감독과 김민규 코치, 여자부 박연정 감독과 이윤영 코치(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11차례 소집 훈련으로 다진 팀워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검 끝을 날카롭게 벼렸다. 지난 1월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2박 3일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총 11번의 소집 훈련도 소화했다. 이 중 네 차례는 전지 훈련으로 실전 포지션 적응까지 마쳤다. 김민규 남자팀 코치(광명인화검도관·7단)는 "팀워크나 기세, 체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회는 30일 개인전, 31일 단체전 순서로 진행된다. 개인전은 3단 이하부와 단위 무제한부로 나뉘어 치러지며, 한국은 일본과 함께 3단 이하부 출전이 제한돼 있어 단위 무제한부에 집중한다. 남자 김상준(광명시청)·장재선(청주시청), 여자 한하늘(화성특례시청)·김민지(포항시체육회)가 개인전에 출전한다. 단체전은 등록 명단 7명 중 5명이 선봉·차봉·중견·부장·주장 순으로 나서는 5인제로 진행된다. 개인전·단체전 모두 5분 3판 2선승제이며, 무승부 시 연장전으로 승부를 가린다.

지도자들은 한목소리로 일본과의 전력 격차가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원정 대회란 점을 제외하면 경기력은 대등하다는 분석이다. 김 코치는 "국내 검도 인구가 일본의 10분의 1 수준임에도 세계선수권마다 늘 박빙의 승부를 펼쳐왔다"며 "전력은 대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안방에서 열리는 첫 대회인 만큼 심판 판정 등 홈 어드밴티지는 경계해야 할 요소다. 남자팀을 이끄는 박상섭 감독(공군사관학교 교수·8단)은 "그런 핸디캡은 언제나 존재했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당당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네 차례 출전해 단체 준우승 4회, 개인 3위를 기록한 베테랑 지도자다. 그는 "1회 대회라는 최초의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소통과 공감을 통한 변화에 집중했다"며 "대한민국에서 검도를 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이 특별 제작한 면수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대표팀이 특별 제작한 면수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베테랑 조진용 "유종의 미 거두고 싶다"

남자팀 간판이자 대표팀 주장 조진용(용인시청·6단)에게 이번 대회는 유독 남다르다. 세계선수권 4회 출전에 빛나는 에이스이자 베테랑인 조진용은 이번이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나선다. 초등학교 때 처음 죽도를 잡은 그는 "검도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여자팀은 올해 대통령기 전국실업검도대회 개인전 우승자이자 지난해 밀라노 세계검도선수권 여자 단체전 준우승 멤버인 한하늘(화성특례시청·5단)이 주장을 맡았다. 처음으로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한하늘은 "막내 라인부터 시작해서 주장까지 왔는데, 동생들이 잘 따라줘서 역대 대회 중 분위기가 제일 좋다"면서 "무조건 결승전까지는 간다"고 다짐했다.

이윤영 여자팀 코치(이윤영검도관·7단)는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면 이미 검증된 선수들"이라며 "단체전은 서로를 향한 신뢰와 단합이 승부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검도 대표팀의 훈련 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검도 대표팀의 훈련 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아시안게임을 향한 전초전

이번 대회의 성패는 한국 검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연맹의 출범과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검도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진입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아시아 연맹이 있어야 아시안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바람을 말했다. 조진용 역시 "아시안게임, 나아가 올림픽까지 들어간다면 검도가 더욱 사랑받는 종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30일 개인전을 시작으로 31일 단체전까지 이어지는 이틀간의 열전은 31일 저녁 메이지기념관 폐막 행사로 막을 내린다. 10배가 넘는 선수층과 인프라 격차를 오직 실력과 투지로 메워온 한국 검도가 도쿄무도관 한복판에서 힘찬 기합으로 첫 판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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