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원해서? 그럼 티켓값 인하는 왜 안하는데?" 샐러리캡 둘러싼 노사 평행선, 2027년 MLB 시즌 날아가나
메이저리그 노사 협상이 시작부터 파국을 예감케 하고 있다(사진=캔바 생성 이미지)메이저리그 노사 협상이 시작부터 파국을 예감케 하고 있다(사진=캔바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아직 1회도 시작되지 않았다. 양 팀이 라커룸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다." 베테랑 기자 켄 로젠탈의 비유를 빌리면, 지금 메이저리그 노사 협상은 경기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구단주들이 내민 샐러리캡(연봉 상한제) 도입 제안에 선수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벤치 클리어링이라도 벌어질 분위기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구단주 협의회가 샐러리캡을 공식 제안하자, 나흘 뒤인 2일 화상 기자회견에 나선 브루스 마이어 선수노조 임시 사무총장은 전면전을 선언했다. 마이어는 "그럴싸한 안이라도 만들어올 줄 알았는데"라며 구단측 안을 "어떤 메이저 스포츠에서도 볼 수 없는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규탄했다. 현행 단체협약(CBA) 만료를 불과 6개월 앞두고 노사가 정면충돌하면서, 1994년 월드시리즈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브루스 메이어 부사무총장(사진=MLBPA)브루스 메이어 부사무총장(사진=MLBPA)


구단들 "5대 5로 나누자" 선수노조 "누가 5야?"

구단주들 측 안의 골자는 2027년부터 각 구단의 연봉 총액을 최소 1억7120만 달러(약 2568억원), 최대 2억4530만 달러(약 3679억원) 사이로 묶는 하드 샐러리캡 도입이다. 리그 전체 수익을 구단주와 선수가 50대50으로 나누는 구조도 함께 담겼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샐러리캡 제도가 없는 리그다.

선수노조의 자체 분석은 전혀 딴판이다. 마이어 임시 사무총장은 2026년 현재 선수들의 실제 지분이 이미 리그 수익의 50%를 훌쩍 넘는다고 반박했다. 구단 측 안이 올해 적용됐다면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들이 잃었을 금액만 5억 달러(약 7500억원) 이상이라는 추산이다. 이에 사무국 대변인 글렌 캐플린은 시스템 도입 첫해에 선수가 받을 총 보수는 오히려 늘어난다며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양측의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수익 산정 기준의 불일치다. 선수노조는 구단주들이 내세운 50대50 분배 비율을 착시 현상으로 규정했다. 구단 측 안이 리그 총수익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각종 운영 비용을 먼저 공제한 뒤 남은 금액만 나누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단 측은 선수 연봉 외에 이사 비용, 통역 비용, 아마추어 선수 계약금까지 전부 선수 몫의 지출로 포함했다. 2025년 한 해에만 5억 달러를 돌파한 아마추어 계약금을 메이저리그 선수의 지분으로 계산하는 방식은 타 종목에서도 유례가 없다. 리그 수익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선수의 연봉을 강제로 차감하는 에스크로 시스템까지 더해지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지난 시즌 최고 지출 구단인 LA 다저스와 최저 지출 구단 마이애미 말린스의 페이롤 격차가 4억4600만 달러(약 6690억원)에 달한다며 리그 균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선수노조는 이 수치에 다저스가 납부한 사치세 약 1억6900만 달러(약 2535억원)가 중복 산입돼 격차가 과장됐다고 맞받았다. 사치세로 징수된 금액의 절반은 스몰마켓 구단으로 환원되는 구조인데, 그 부분이 빠졌다는 것이다.

켄 로젠탈은 칼럼을 통해 구단주들의 논리를 위선이라고 지적했다. "팬들이 샐러리캡을 원한다고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티켓값과 맥주값 인하는 단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는 일침이다. 비용을 고정하고 구단 가치를 끌어올리는 샐러리캡은 철저히 구단주들의 재정적 이익에만 부합하는 제도라는 진단도 보탰다.

샐러리캡이 리그 균형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근거도 제시됐다. 전 뉴욕 메츠 단장 대행 잭 스콧의 분석에 따르면 연봉 규모가 팀 승리를 설명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스카우팅, 선수 육성, 구단 경영, 그리고 운이 결정한다. 샐러리캡이 정착된 미프로풋볼(NFL)에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가 같은 연고지의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적은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마이어 임시 사무총장도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승을 거둔 밀워키 브루어스를 비롯해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같은 스몰마켓 팀들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특정 구단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기피해 생기는 리그 격차를 시스템의 위기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12월 1일 자정의 시한폭탄

노조는 샐러리캡 대신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최저 연봉을 현행의 두 배 수준인 150만 달러(약 22억5000만원)로 대폭 인상하고, 경쟁균형세 기준선을 3억 달러(약 4500억원)로 높이는 방안이다. 지역 방송 중계권 수입의 90%를 공유하되 입장 수입 등 미디어 외 수익은 구단에 귀속시켜 자생력을 높이자는 제안도 함께 담겼다. 이에 구단 측은 "선수들 잇속만 챙기는 제안"이라며 일축했다.

현행 단협의 만료 시점은 12월 1일 자정이다. 차기 협상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기한 내 합의를 보지 못하면 구단주 주도의 직장폐쇄가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직장폐쇄가 시작되면 FA 시장이 동결되고 선수들의 훈련 시설 출입이 금지된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이미 2027시즌 스프링 트레이닝 파행과 정규시즌 단축 시나리오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월드시리즈를 통째로 앗아간 1994년의 장기 파업도 샐러리캡을 둘러싼 싸움에서 비롯됐다. 연간 리그 수익이 120억 달러(약 18조원)를 넘어선 황금기에 메이저리그는 다시 한번 공멸의 갈림길 앞에 섰다. 마이어 임시 사무총장은 "우리 노조는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며 전의를 다졌다. 다만 지켜보는 팬들도 같은 생각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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