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면 다야? 왜 이런 오지랖까지..."샐러리캡 없으면 스포츠 아니다" MLB 노사협상에 난입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더게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지랖 범위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트럼프가 메이저리그(MLB) 노사 협상 테이블에 뜬금없이 난입해 상을 엎기 시작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 중 메이저리그 샐러리캡(연봉상한제) 도입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구단주 측이 32년 만에 공식 샐러리캡 카드를 꺼내 들고, 선수노조가 전면 거부를 선언하면서 내년 시즌 무산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 절대 권력자가 끼어든 것이다.

"샐러리캡이 없으면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들은 자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구단주들의 손을 들어준 트럼프는 "진작에 했어야 했다. 솔직히 몇 년 전에 도입하지 않은 게 충격적"이라며 선수노조를 정면으로 압박했다. 1994년 파업 당시 메이저리그가 샐러리캡을 도입할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훈수까지 뒀다.

하루라도 팩트가 틀린 말을 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아니다. 그는 혼자 떠드는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사치세 제도와 샐러리캡을 혼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저스 같은 구단은 사치세를 내고도 연봉을 마음껏 쓰고 있다고 기자가 설명하자 "그러니까 샐러리캡이 없으면 스포츠가 아닌 것"이라고 받아치며 억지 논리를 이어갔다.

선수가 아닌 구단주들 편에만 서는 커미셔너, 맨프레드(사진=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선수가 아닌 구단주들 편에만 서는 커미셔너, 맨프레드(사진=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


맨프레드와의 밀착과 반노조 성향?

이런 사안에 백악관이 참견하는 건 이례적이지만, 그간 트럼프의 행태를 생각하면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앞서 도박 파문으로 영구 제명됐던 피트 로즈를 명예의 전당에 넣어야 한다고 압박하는가 하면, 자신의 골프 친구 로저 클레멘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주장하는 등 야구계를 제멋대로 주무르려는 시도를 반복해왔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런 트럼프의 언행에 꼼짝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4월에는 백악관에서 독대까지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샐러리캡 관련 교감이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을 트럼프 특유의 반노조 행보로 해석한다. 디 애슬레틱은 앨런 리히트만 미국 대학교 역사·정치 분석가를 인용해 트럼프가 노동조합 조직에 극단적인 적대감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야구 노사 분쟁에서도 철저히 구단주 측 편을 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연방 공무원 약 70만 명의 노조 대표권을 박탈했던 행정명령처럼, 야구에도 같은 기준을 들이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구에만 참견한 게 아니다.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인 1983년에는 대안 미식축구 리그(USFL)의 뉴저지 제너럴스를 인수한 뒤, 기존 NFL 구단주가 되기 위해 무리한 정면대결을 밀어붙였다. NFL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소송을 걸어 승소했으나 배상금은 단 1달러에 그쳤고, USFL은 1986년 결국 공중분해됐다. 리그 하나를 통째로 몰락시킨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그때부터 따라붙었다.

1기 임기 때인 2017년에는 NFL 선수들의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인 '무릎 꿇기'를 겨냥해 "저 개XX을 당장 필드에서 내보내라"고 폭언해 거센 반발을 샀다. NBA 우승팀의 백악관 초청 전통도 트럼프 임기 중 완전히 파행됐다. 스테판 커리의 초청을 기습 취소하자 르브론 제임스가 맹비난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SNS 캡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SNS 캡처)


멈추지 않는 스포츠계 난입

올해 들어서도 트럼프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지난 2월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시민권자 가수 배드 버니가 스페인어로 공연하자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이라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4월에는 법무부를 앞세워 NFL의 스트리밍 계약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를 설득해 수사를 시작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외에도 미국 월드컵, NBA 파이널, UFC 대회까지, 온갖 스포츠 영역에 끼어들어 악취를 묻히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이번 샐러리캡 지지 발언에 공식 논평을 거부하며 침묵을 택했다.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계산인지, 트럼프의 권력이 무서워서인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브루스 마이어 사무총장은 선수노조가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며 샐러리캡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이 잘 진행되도 시즌이 멈출 위기인데 여기에 '파괴의 신' 트럼프가 끼어들었으니, MLB의 내년 파국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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