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초비상! 1R 유력 엄준상 미국 진출로 기우나..."오퍼 들어온 것 사실, 끝까지 고민하겠다"
덕수고 엄준상(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덕수고 엄준상(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대전]

"두산 베어스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제4회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난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대화 주제는 신인드래프트 전망. 고교 최대어 하현승(부산고)이 국내 잔류를 선언하면서 키움 히어로즈의 전체 1순위 지명은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2순위 지명권을 쥔 두산 베어스는? 당연히 엄준상(덕수고) 아니겠냐는 말에 이 스카우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엄준상이 미국 구단의 오퍼를 받았다는 얘기가 돈다"고 전했다. 이날 구장을 찾은 13개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 정답이 있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바로 그 구단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아예 계약을 기정사실로 취급하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FR'의 프란시스 로메로 기자는 9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한국의 투타 겸업 유망주 엄준상과 2025~2026 국제 아마추어 계약 체결을 두고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예상 계약금은 최소 100만 달러(약 15억 원)로, 최근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한국 아마추어 선수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라고도 덧붙였다.

3안타 2타점을 올린 엄준상(사진=한화)3안타 2타점을 올린 엄준상(사진=한화)


"오퍼 들어온 것 사실...끝까지 고민하겠다"

엄준상 본인도 계약 제안을 받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고교 올스타팀이 6대 4로 이긴 경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엄준상은 "오퍼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고 정말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끝까지 고민하려 한다. 부모님과 잘 상의해서 나에게 맞는 길이 어디인지 생각할 것이고, 어떤 선택을 내리든 후회 없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야구계에서는 엄준상의 국내 잔류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올해 초 신세계 이마트배 우승 당시만 해도 국내 드래프트에 방점을 두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뀐 것일까. 엄준상은 "사실 이마트배 때도 완전히 한국에 남겠다고 마음을 굳혔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인생에서 몇 번 오지 않는 기회 아닌가.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는 말도 보탰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엄준상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까지 소화하는 만능 선수이기 때문이다. 로메로 기자도 "최고 153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동시에 세련된 타격 능력과 나이에 걸맞지 않는 수준급 수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자양중 시절부터 야구 천재로 이름을 날린 엄준상은 명문 덕수고에 진학해서도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쟁쟁한 선배들이 가득한 강팀에서 1학년이 첫 대회부터 실전에 나섰고, 고교 데뷔전에서 당시 고교 최고 투수였던 정우주(전주고, 현 한화)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야구계를 뒤집었다.

2학년이던 지난해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라이벌 하현승이 버티는 부산고를 꺾고 덕수고를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 대회에서만 투수로 4경기에 등판해 혼자 4승을 책임졌다. 지난 시즌 투수로 11경기 40.2이닝, 평균자책 0.66. 타석에서도 타율 0.344에 홈런 2개, OPS 0.933을 찍었다. 우수투수상과 타점상을 한 선수가 모두 거머쥐는 진풍경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모습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에 가깝다. 최고 153km/h의 패스트볼을 뿌리는데 제구력까지 좋다. 너클볼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구종을 구사한다. 184cm, 85kg의 단단한 체격에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유격수 자리에서 까다로운 타구도 손쉽게 처리하고, 타석에서는 날카로운 컨택과 고교생답지 않은 타격 접근법이 장점이다. 뛰어난 리더십을 인정받아 올해 덕수고 주장도 맡았다.

엄준상의 유격수 수비 훈련 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엄준상의 유격수 수비 훈련 장면(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올스타전서도 빛났다

이번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에서도 엄준상은 다재다능한 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시원한 스윙으로 중전안타를 신고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선 바깥쪽 달아나는 변화구를 배트 컨트롤로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세 번째 타석도 1, 2루 간을 꿰뚫는 우전안타. 수비에선 느리게 굴러오는 땅볼을 쏜살같이 대시해 글러브로 낚아챈 뒤 러닝스로로 타자 주자를 지워내는 감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3안타 2타점을 올린 엄준상은 "첫 안타는 정타로 잘 맞았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안타는 조금 빗맞았는데도 운이 좋아 타점으로 연결됐다"며 겸소하게 마했다. 이어 "큰 무대에서 기회를 얻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면서 "지금까지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오늘 그게 조금 나온 것 같아서 저한테도 고마운 하루"라고 말했다.

50대 50에 가까웠던 한국 잔류와 미국 진출 가능성이 이제는 미국 쪽으로 좀 더 기우는 분위기다. 이날 활약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도 더욱 확신을 굳혔을 듯하다.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판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두산만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두산 이후 차례를 기다리는 모든 구단의 드래프트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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