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빨리 결정해야 모두에게 도움"…양키스 오퍼 고사한 하현승, 사실상 키움행 선언에 담긴 배려와 의지
부산고 하현승(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부산고 하현승(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대전]

"제가 안 간다고 해야 스카우트 분들도 빨리 다음 사람을 보죠. 빨리 결정해 주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제4회 한화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이 열린 8일 경기 전,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하현승(부산고)은 일찌감치 국내 잔류를 공개 선언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최대어 유망주들은 드래프트를 코앞에 두고도 거취를 쉽게 밝히지 않는다. 굳이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불확실성을 키우는 게 계약금 협상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 구단 오퍼 루머가 무성한 가운데 팬들은 선수가 미국으로 떠나는 건 아닌지 가슴을 졸이고, 구단 스카우트들은 선수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며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현승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 오퍼를 받았지만 고사했다는 사실과 국내 잔류 결정을 시원하게 공개해 버렸다. 하현승은 지난달 29일 개인 SNS를 통해 KBO 신인드래프트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루머가 나올 여지 자체를 없앴다. 최대어 유망주의 진로가 전체 1순위 키움 히어로즈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드래프트 판도는 자연스레 정리됐다.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쥔 두산을 시작으로 다른 구단들도 하현승을 지운 상태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하현승은 "발표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잘 결정했다고 연락해 주셨다. 저도 잘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음 편하게 드래프트를 신청하기로 했으니 1차 1번을 목표로 계속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2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인 하현승(사진=한화)2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인 하현승(사진=한화)


226만 달러, 그래도 미련 없어

쉬운 결정이었을 리는 없다. 명문 뉴욕 양키스를 포함한 메이저리그 3개 구단이 하현승에게 구체적인 계약 제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양키스가 제시한 금액은 앞자리가 '2'로 시작하는 규모로, 1999년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맺은 225만 달러를 넘어 한국 아마추어 선수 역대 최고 계약금 기록을 27년 만에 새로 쓸 수 있는 금액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현승도 "원래는 미국과 한국이 계속 5대 5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부모님, 부산고 박계원 감독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국내 잔류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오퍼가 들어오고 금액을 듣고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금방 결정이 내려졌다. 안 가겠다고 마음을 정한 순간부터는 더 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한번 결정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였는데 미련은 없을까. 하현승은 "내가 나중에 잘하면 더 배로 뛰기 때문에 아쉽다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 마음 결정한 순간부터 KBO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마음 먹고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실제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근 국내 선수들은 적어도 총액 1450만 달러, 많게는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따냈다. 프로에서 경험을 쌓고 잠재력을 증명한 뒤 도전하면 200만~300만 달러를 포기한 건 크게 아깝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팀 성적은 4년 연속 최하위지만 메이저리거 배출엔 일가견이 있는 키움에서라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홈런더비에 나선 하현승(사진=한화)홈런더비에 나선 하현승(사진=한화)


높이뛰기 아버지·멀리뛰기 어머니가 준 선물

하현승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국내 구단들 모두가 탐낼 만한 재능이다. 높이뛰기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와 멀리뛰기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서 뛰어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물려받았다. 194cm의 큰 키에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했다. 국내외 스카우트 사이에서 부산고 선배 추신수의 고교 시절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학년이 된 올해 하현승은 투수로 7경기에 등판해 23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38개에 WHIP 0.65다. 이날 올스타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대학 선배들을 압도했다. 최고구속은 151km/h를 찍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선 "무리해서 전력으로 던진다기보다 스타트를 잘 끊고 다음 선수한테 넘겨줄 수 있게 차분하게 던지자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막상 올라가니 힘을 주체할 수 없었다.

타석에서도 13경기 타율 0.488에 3홈런, OPS 1.426을 기록하며 최고의 타격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1학년 때 78~82kg이었던 체중이 3학년이 되면서 92~93kg까지 불었는데, 호리호리했던 몸에 근육이 붙으면서 파워도 덩달아 올라가는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 투수로만 나와 타격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투수만 하기도, 타자에만 전념하기도 아까운 재능. 하현승도 투타겸업에 욕심이 있다. 사실상의 키움행을 선택한 배경엔 김건희, 장재영 등 투타 겸업을 시도한 선배들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그는 "김건희 선배님이 개인 스케줄 표까지 짜며 시도했다고 들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두 가지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안우진 선배님 같은 분들이 계시니까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점도 키움에서 기대하는 대목으로 꼽았다.

하현승까지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되면 키움은 3년 연속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선수를 품에 안게 된다. 2025년 정현우, 2026년 박준현에 이은 전체 1순위 트로이카가 완성되는 셈이다. 3년 연속 최하위라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지만 키움 팬들로서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어볼 만한 이유가 생겼다. 2028시즌 종료 후 포스팅 자격을 얻는 안우진이 있는 앞으로의 2년이 키움으로서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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