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좀 진정해" FIFA 회장의 희한한 영애 화법...참가국 스태프 쫓겨나고 심판 입국 거부 당하는데 이게 할 말?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입만 열면 개구리를 쏟아내는 동화 속 인물 같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개막 전날 "나는 오늘 게이처럼, 장애인처럼, 노동자처럼 느껴진다"는 황당한 연설로 전 세계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던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돌아왔다. 이번엔 미국 비자 발급 거부 사태로 들끓는 축구계를 향해 "때로는 진정하고 릴랙스하는 것이 좋다"며 남일처럼 얘기해 또 논란을 자초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11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 기자회견에서 소말리아 심판 입국 거부 사건과 이란 선수단 스태프 비자 문제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는 걸 믿어달라"며 "다만 우리가 정부나 경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상의 왕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 우리는 스포츠 단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리를 지르고 화내는 것이 해결책을 찾는 데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때로는 진정하고 릴랙스하는 것이 좋다"는 '영애 화법'을 구사했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란 스태프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입국을 거부당한 이란 스태프들(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란 스태프도 우수 심판도 미국 입국 불허

인판티노 회장은 진정하라고 했지만, 정작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이란 선수 26명은 비자를 받았지만, 코치·트레이너·분석가·의료진 등 지원 인력 14명의 비자는 거부됐다. 이란 대표팀은 미국이 아닌 멕시코 티후아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경기가 열리는 날에만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른바 '출퇴근 참가'를 강요받고 있다.

이란 대사관은 "의도적인 차별 대우"라고 규탄하며 FIFA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란축구협회 홍보팀장 역시 "경기 공식 기자회견에 나갈 담당자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FIFA는 감독과 선수가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반드시 참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를 거부당한 인원 중에는 바로 그 기자회견을 담당하는 미디어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외통수다.

여기에 FIFA 공인을 받은 취재진마저 비자를 거부당하거나 단수 비자만 받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세계체육기자연맹이 FIFA에 공식 중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알면서도 FIFA는 해결 노력은 없이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심판 입국 거부 사태도 벌어졌다. 오마르 압둘카디르 아르탄 심판은 FIFA가 선정한 2026 월드컵 주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소말리아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주심이라는 대기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르탄 심판은 6월 6일부터 8일 사이 FIFA 사전 세미나 참가를 위해 마이애미에 도착했다가 입국을 거부당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추가 심사 후 신원 검증 우려를 이유로 입국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만 밝혔다. 외교관 여권을 들고 있었음에도 통하지 않았다. 2025년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올해의 심판으로 선정됐던 세계 최고 수준의 심판이 공항에서 그대로 쫓겨나야 했다.

이 사태에 대해 FIFA는 "우리는 비자 심사를 포함한 개최국의 이민 행정 절차에 관여하지 않으며, 개최국 정부가 비자 발급 및 입국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선발한 심판이 자신들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쫓겨났는데, FIFA가 내놓은 대응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뿐이었다.

FIFA를 다시 위대하게? 수치를 모르는 인판티노(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FIFA를 다시 위대하게? 수치를 모르는 인판티노(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내가 아니면 누가 했나'…자화자찬

참가국들은 아비규환인데 인판티노는 혼자 딴 세상을 사는 듯하다. 인판티노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란 대표팀이 대회에 올 거라고 약속했다. 이란 대표팀이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우리 FIFA 팀의 성과가 자랑스럽다"면서 남다른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이어 인판티노는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버스를 타고 테헤란까지 가서 선수들을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어려운 점도 많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란이 와서 경기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이런 걸 나 말고 누가 해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코치진도, 부상을 돌볼 의료진도, 행정을 처리할 인력도, 미디어 담당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장이란 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이럴 거면 FIFA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개막도 하기 전에 이미 역대 최악의 월드컵 논란 속으로 빠져든 2026 북중미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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