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심판'인데 11시간 구금 뒤 추방...미국이 쫓아낸 소말리아 심판, 유럽 UEFA 슈퍼컵 주심 선임됐다
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유효한 비자가 있었다. 외교관 여권도 있었다. FIFA 공인 심판 자격증도 확실했다. 아프리카에선 최고의 심판으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미국 땅을 밟는 데는 이 모든 서류도, 자격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마르 압둘카디르 아르탄. 2025년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올해의 심판이자, FIFA가 3년에 걸쳐 면밀히 검증해 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주심 52명 중 한 명이다. 소말리아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심판이라는 기록을 앞에 두고 북중미 땅을 밟으려던 그에게 개최국 미국은 '테러 조직 연루 의혹' 딱지를 붙였다. 축구 역사상 월드컵 개최국이 FIFA가 선발한 공식 심판의 입국을 막은 전례는 없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역대 최악'으로 비판받는 이유다.

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11시간의 심문과 구금, 그리고 강제 추방

아르탄 심판은 FIFA 사전 세미나 참가를 위해 이스탄불을 출발해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국경을 넘지 못했다. 미국 국경 당국은 그를 11시간 넘게 심문한 뒤 구금실에 가뒀고, 결국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태워 돌려보냈다. 아르탄 심판은 "나는 올바른 서류와 정당한 비자를 갖고 입국하려 했다"고 항변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추가 심사에서 테러 조직 의심 인물들과의 연관성 등 부정적 정보가 확인됐다"며 "어떤 안보 위협도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테러 조직과 어떤 방식으로 연루됐는지, 구체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소말리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 대상국이다. 트럼프는 과거 "소말리아인들은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 그들이 미국을 망쳤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아르탄 심판에게 제기된 혐의가 개인 검증의 결과인지, 소말리아 국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해진 낙인인지 알 도리가 없다.

FIFA는 "개최국 정부가 비자 발급 및 입국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FIFA는 이민 행정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직접 선발한 심판이 쫓겨났는데 FIFA가 내놓은 말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였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남일처럼 "때로는 진정하고 릴랙스하는 것이 좋다"고 했던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태도와 똑같다.

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미국에서 쫓겨난 아르탄 심판(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공항서 쫓겨난 심판, 모가디슈선 영웅이 됐다

미국 밖에서 아르탄은 여전히 인정받는 심판이다. UEFA(유럽 축구 연맹)는 아르탄 심판을 오는 8월 1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UEFA 슈퍼컵 주심으로 선임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파리 생제르맹과 유로파리그 우승팀 아스톤 빌라가 맞붙는 경기다.

알렉산더 체페린 UEFA 회장은 "아르탄은 이미 최고 수준의 능력을 증명한 탁월한 심판"이라며 "축구는 사람을 연결하는 스포츠다. UEFA는 오마르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파트리스 모체페 CAF 회장도 "아르탄은 소말리아와 아프리카 전체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와 유럽 축구가 하나로 이어지는 훌륭한 사례"라고 화답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라며 추방한 심판을 유럽 최고 권위의 무대가 불렀다.

아르탄 심판은 고국에서 영웅이 됐다. 모가디슈 아덴 아데 국제공항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수백 명의 지지자들과 정부 관계자, 축구계 인사들이 공항을 가득 메웠다. 비행기에서 내린 아르탄은 소말리아 국기를 흔드는 팬들에게 둘러싸였다. 경찰 호위를 받으며 VIP 터미널로 이동해 체육부 장관 등 고위 인사들과 접견했다.

아르탄 심판은 "소말리아 정부와 국민, FIFA의 지원에 감사한다. 신의 뜻이라면 다음 월드컵에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한 팬은 "진심으로 환영한다. 낙심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외쳤고, 또 다른 팬은 "소말리아의 아들이 출전하지 못하는 이번 월드컵은 보지 않겠다"고 했다. 아르탄이 미국에 입국할 자격이 없는 게 아니라, 미국이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없는 게 아닌지 세계인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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