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류현진·이정후·김하성 수술 집도한 '스타 의사', 금지약물 논란 연루...MLB 조사 받는다
오타니 쇼헤이(사진=MLB.com)오타니 쇼헤이(사진=MLB.com)

[더게이트]

한국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미국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어깨를 고치고,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관절와순을 봉합했으며, 김하성의 어깨 부상까지 책임졌던 세계적인 '스타 닥터' 닐 엘아트라체 박사가 금지약물 관련 의혹으로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고강도 조사를 받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1일(한국시간) 종합격투기(UFC)의 간판스타 코너 맥그리거가 2021년 다리 골절 부상을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금지약물을 사용했으며, 엘아트라체 박사가 이를 허용해 달라는 공식 서한을 써줬다고 보도했다. MLB 사무국은 이 보도가 나온 직후, 엘아트라체 박사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편의를 봐준 사례가 있는지 집중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코너 맥그리거 사진=인스타그램)코너 맥그리거 사진=인스타그램)


맥그리거 사건, 교묘하게 파고든 금지약물 면제 제도의 허점

이번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스포츠계의 독특한 약물 규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금지약물이라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 '치료 목적 면제(TUE)'를 신청해 예외적으로 허용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당연히 도핑 방지 기관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권위 있는 의사의 소견과 지지 서한이 필수다. 맥그리거가 바로 이 경로를 택했고, 엘아트라체 박사가 "이 선수는 의학적으로 금지약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써줬다.

문제는 단순 뼈 골절 회복을 위해 금지약물 면제를 허용한 선례가 전 세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스포츠 전문의 및 도핑 전문가 10명은 하나같이 "의학적으로나 규정상으로나 그런 면제 사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핑 방지 기관 입장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의사가 서명한 서한은 거부하기 힘든 강력한 근거가 된다. 결국 이번 신청은 면제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고, 도핑 기관과 UFC 사이에 거센 균열을 일으켰다. 맥그리거는 끝내 면제를 받지 못하자 UFC의 도핑 검사 대상자 명단에서 조용히 이름을 뺐다.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자 엘아트라체 박사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미 MLB 사무국과 긴밀히 이야기를 나눴으며,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도핑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음을 증명하는 과정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 의료 기록은 이번 사안을 포함해 언제나 완전히 결백하다"고 강조하며, 전문의로서의 진료나 불법 처방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여기서 짚어둘 점이 있다. MLB 조사는 야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사용했는지를 캐는 것이 아니다. 엘아트라체 박사가 맥그리거 때처럼 야구 선수들에게도 금지약물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서한을 써준 사례가 있는지, 행동 패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MLB 측은 "현재로서는 야구 선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약물 혐의나 의혹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엘아트라체 박사(사진=닐 엘아트라체 공식 홈페이지)엘아트라체 박사(사진=닐 엘아트라체 공식 홈페이지)


류현진·이정후·김하성의 은인이자 오타니의 주치의

한국 야구팬들에게 엘아트라체 박사는 부상당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을 치료해 준 고마운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다. 2015년 LA 다저스 소속이던 류현진의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집도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후 류현진의 팔꿈치 수술까지 모두 그의 메스를 거쳤다. 202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외야 펜스에 충돌해 왼쪽 어깨에 구조적 손상을 입었을 때 그를 찾아와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역시 어깨 부상 치료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슈퍼스타는 한국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두 차례 토미 존 수술을 모두 전담한 주치의가 바로 엘아트라체 박사다. 최근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타릭 스쿠발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에 '나노니들 스코프 2.0'이라는 첨단 신기술을 전격 도입해 초고속 복귀를 성공시키며 스포츠 의학계 거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한국 선수들을 포함해 엘아트라체에게 수술과 치료를 받았던 야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사용했다는 정황이나 의혹은 전혀 없다. 엘아트라체 박사 본인 역시 자신의 명예를 걸고 결백을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포츠 의학계 최고 권위자가 전례 없는 금지약물 면제 신청서에 직접 서명해 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거대한 의심의 씨앗이 뿌려졌다. 아직까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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