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얼굴들이구먼...'아는 맛' 택하는 구단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재활용 시대'
로건 앨런의 캠프 합류 소감(사진=NC)로건 앨런의 캠프 합류 소감(사진=NC)

[더게이트]

모르는 맛보다는 아는 맛이, 낯선 얼굴보다는 익숙한 얼굴이 낫다. KBO리그 구단들이 교체 외국인 카드로 과거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경력직 선수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 아는 얼굴들이구먼'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선수들이 유니폼만 바꿔 입고 다시 한국 무대를 밟는 풍경이 2026년 들어 유독 자주 펼쳐진다.

KT 위즈는 12일 어깨 근육 손상으로 이탈한 케일럽 보쉴리의 대체 선수로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좌완 로건 앨런과 6주 총액 12만 5000달러에 계약했다. 로건은 지난해 NC가 1선발로 기대하며 영입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시즌 뒤 재계약에 실패했던 투수다. 나도현 KT 단장은 "로건은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리그 적응을 마친 투수"라며 "경험과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보쉴리의 빈자리를 잘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웨스 벤자민(사진=두산)웨스 벤자민(사진=두산)


유니폼만 바꿔 입고 돌아오는 익숙한 얼굴들

KT만이 아니다. 두산 베어스는 4월 6일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대체 선수로 2022년부터 세 시즌 동안 KT 위즈에서 뛴 좌완 웨스 벤자민을 영입했다. 벤자민은 KT 소속으로 통산 74경기 406.1이닝, 31승 18패 평균자책 3.74를 기록했던 검증된 경력직이다.

키움 히어로즈도 네이선 와일스의 부상 대체 선수로 지난 시즌 13경기 4승 4패 평균자책 3.23을 기록했던 좌완 케니 로젠버그를 다시 불러들였다. 부상으로 리그를 떠났던 로젠버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선수의 부상 덕분에 새 기회를 얻게 됐다.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 무대에서도 아는 얼굴 복귀 사례가 나오고 있다. LG 트윈스는 아시아쿼터 투수로 과거 키움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라클란 웰스를 영입해 대박을 터뜨렸다. KIA 타이거즈는 5월 28일 아시아쿼터 내야수 제리드 데일을 방출하고 2024년 SSG와 두산에서 대체 선수로 뛴 일본인 우완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시라카와는 복귀 첫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구단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 땅을 처음 밟는 외국인 선수에게는 '적응'이라는 변수가 따라붙는다. 잘 적응해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지만, 실패할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맛집에 비유하면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식당이나 메뉴에 도전했다가 감동할 수도 있지만, 크게 실패할 위험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8위까지 추락한 SSG 랜더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5월 미치 화이트의 장기 이탈에 대응해 일본 독립리그 출신 히라모토 긴지로를 대체 선수로 수혈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긴지로는 16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았으나 볼넷도 14개를 내주는 극악의 제구 난조를 보이며 계약 해지됐다. 퇴출된 뒤에는 불미스러운 구설까지 불거져 구단을 더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부상 대체 선수로 데려오는 선수에겐 6주라는 시간 제한이 있다. 한국 생활, 리그 환경, 스트라이크존, 타자들 특성에 적응하고 시행착오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오자마자 즉각 활약하고 공백을 채워줘야 한다. 대단한 에이스 활약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6주 동안 선발투수진에 큰 구멍이 나지 않게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이 점에서 한국 무대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선수가 유리하다. 전 소속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부상 탓에, 혹은 더 좋은 선수에게 밀려 재계약에 실패했을지 몰라도 한국 생활과 음식, 한국야구, 심판과 타자들 성향에는 이미 익숙하다. 천장이 높지 않은 대신 바닥도 낮지 않다. 든든한 국밥이나 어딜 가도 맛이 비슷한 햄버거처럼 실패 확률이 낮다. 이게 아는 맛이 무서운 이유다.

돌아온 벤자민은 KT 시절을 연상시키는 활약으로 두산 마운드를 지키며 계약 연장까지 이끌어냈다. 로젠버그도 비교적 순조롭게 키움 마운드를 지켜내며 지난해 부상으로 일찍 떠났던 아쉬움을 만회하고 있다. 로건 역시 외국인 투수를 어르고 달래는 능력이 탁월한 이강철 감독과 만나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리스크를 줄이려는 구단들의 계산 속에서, 아는 얼굴의 귀환은 당분간 리그의 흔한 풍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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