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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두산 베어스, 소방공무원 가족 초청 행사(사진=두산)[더게이트]
35년간 화마와 싸웠던 83세의 노병이 던진 공은 현직 소방관인 둘째 아들의 미트 속으로 정확히 파고들었다. 타석에 선 첫째 아들은 배트 대신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했다. 잠실야구장 마운드 위에서 펼쳐진 소방관 삼부자의 시구가 1만여 관중의 가슴에 먹먹한 울림을 남겼다.
두산 베어스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과 그 가족을 위한 '소방가족의 날'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로 세 번째 발걸음을 딛은 이번 행사는 현직 대원과 가족은 물론, 재난 현장에서 먼저 눈을 감은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까지 포함해 총 1119명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소방청과 두산 베어스가 손을 맞잡고 영웅들의 희생에 온기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번 초청 행사는 소방관들의 복지와 정서적 치유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닻을 올렸다. 박 회장은 평소 '소방가족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직접 챙기며 현장 대원들을 격려해왔으며,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야구장에서의 특별한 만남을 주도했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사연 공모를 거쳐 당첨된 83세의 퇴직 소방관 김소수 씨였다. 김 씨는 1971년 대연각 화재와 2001년 홍제동 화재 등 한국 재난사의 가장 뜨거웠던 불길 속을 맨몸으로 지켜낸 베테랑이다.
사연을 보낸 이는 아들인 경기 시흥소방서 김성민 소방위로, 아버지가 오랜만에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서울 강북소방서 현장대응단에서 근무하는 형 김성은 소방위까지 가세하면서, 삼부자는 각각 투수와 타자, 포수로 마운드에 나란히 서며 잊지 못할 장면을 연출했다.
관중석에서 오간 유니폼과 방화복 가방
2회가 끝난 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 회장은 소방가족들이 모여 있는 좌석을 직접 찾아 김소수 씨에게 구조의 상징인 등번호 '119'가 선명하게 박힌 두산 베어스 유니폼 액자를 전달했다. 아울러 모자와 로고볼 등이 정성스럽게 담긴 구단 굿즈 박스도 함께 건넸다.
소방가족 측도 뜻깊은 답례품으로 화답했다. 삼부자는 실제 재난 현장의 치열한 사투 속에서 대원들이 입었던 방화복을 재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가방을 박 회장에게 선물했다. 가방 앞면에는 박 회장의 영문 이름이 정교하게 각인되어 감사의 깊이를 더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현직 소방관들로 구성된 소방 악대가 마운드를 둘러싸고 웅장한 애국가 선율을 뿜어냈다. 연주가 끝난 직후 양 팀 선수단과 야구팬들은 순직 소방관들과 호국영령들을 위해 고개를 숙이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야구장 외곽 광장에서는 이동식 소방안전 체험 차량이 운영되어 관람객들이 안전의 가치를 몸소 체험했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2017년부터 순직·공상 소방가족을 위한 '소방가족 마음돌봄' 사업을 10년째 변함없이 펼쳐오고 있다. 현장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한 전문 심리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대상 가족의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보태는 한편, 현장 요원들이 쉴 수 있는 '재난구호요원 회복버스'를 제작해 기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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