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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애리조나와 계약한 엄준상(사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더게이트]
"시즌 개막 전에는 작년보다 유망주 풀이 풍성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뽑을 선수가 없다."
"지금 같아선 1라운드 후보 10명을 추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제4회 한화이글스배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에서 만난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하나같이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9월 초로 예정된 2027 KBO 신인드래프트까지 석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데도 1라운드 윤곽이 오리무중인 까닭이다.
보통 이맘때면 1라운드에 뽑을 만한 후보는 어느 정도 정해지고 2라운드 이후 후보군을 고민하는 시점이다. 각 팀이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하는 1라운드 선수는 그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높은 기대와 거액의 계약금이 뒤따르는 만큼 1라운드 지명은 스카우트를 넘어 단장과 사장 등 구단 윗선의 재가까지 받아야 결정된다. 1라운드 후보 윤곽이 나와야 이후 지명 전략도 자연스럽게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애초 1라운드 후보로 기대했던 선수들이 생각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다, 최상위 지명 대상자 가운데 미국행을 택하는 선수들이 나오면서 선수 풀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는 "해외 진출한 선수와 해외 얘기가 나오는 선수들을 빼고 보면 1라운드 후보 10명 꼽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지우의 홈런 스윙(사진=한화)
엄준상 빠진 자리, 김지우도 흔들린다
'최대어' 하현승(부산고)은 국내 잔류를 선언했지만, 엄준상(덕수고)은 결국 미국행을 택했다. 엄준상은 17일(한국시간) 미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금 150만 달러(약 21억 7500만원)에 정식 계약을 마쳤다. 153km의 강속구와 유격수 수비, 정교한 타격을 겸비한 투타겸업 선수인 엄준상의 진출로 앞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한 박찬민(광주일고)에 이어 최상위 유망주 두 명이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빅3' 중 하나인 김지우(서울고)도 복수의 빅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결정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우는 고교 야구 최고의 거포형 내야수로 꼽히는 선수다.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에선 쟁쟁한 대학 선배들과 고교 라이벌들을 제치고 홈런레이스를 제패했다. 엄청난 속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장점인 김지우는 투수로도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뿌린다. 최근 올스타전 이후 손가락 부상으로 휴식 중이지만, 야구계에서는 미국행 가능성을 잔류 가능성보다 높게 보는 시각이 많다.
일부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유신고 좌완 이승원의 미국행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승원은 장신의 좌완으로 140km 중후반대 강속구에 제구와 경기 운영까지 갖춘 특급 투수 유망주다.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최근 실전 복귀해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는 "고교·대학 올스타전 MVP 박근서(서울디자인고)도 미국 쪽에서 관심을 두는 대상"이라면서 "들리는 이야기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박찬민 입단식(사진=필라델피아 필리스)
"150km 투수 2년 전엔 넘쳐났는데..."
17일 현재 1라운드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하현승(부산고), 김지우(서울고), 박근서(서울디자인고), 이승원(유신고), 윤예성(인창고), 이호민(경남고), 곽도현(부산공고), 박보승(경남고), 김민훈(광주진흥고), 이윤성(마산고) 정도로 10명 남짓이다. 만약 여기서 한두 명이라도 더 미국행을 택할 경우 1라운드 후보군의 풀 수준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팀 스카우트는 "지난 몇 년간은 150km 이상 던지는 투수가 꽤 많았다. 2년 전 고교 vs 대학 올스타전 때는 올라오는 투수 거의 전원이 150km 초중반대를 던질 정도였다"면서 "반면 올해는 150km 투수도 손으로 꼽을 만큼 적고, 그것도 어쩌다 한 번 150km/h가 나오는 수준이다. 물론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큼 유망주 레벨이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고교 유망주 레벨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대학 선수 가운데 상위 지명을 받는 선수가 예년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단들의 눈은 이제 6월 말 열리는 청룡기 고교야구대회로 향한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적어도 청룡기에서 확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가 나와야 각 팀이 제대로 된 드래프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퇴근하던 스카우트의 발걸음을 돌려세우고 집어넣었던 스피드건을 꺼내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길 현장 관계자들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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