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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돌진하는 정수빈(사진=두산)[더게이트=잠실]
"대타, 정수빈!" 장내 아나운서의 음성과 함께 1루쪽 두산 베어스 응원석에서 환호와 비명 소리가 터졌다. '잠실의 아이돌' 정수빈이 배트를 들고 대타로 등장하는 흔치 않은 광경. 잠시 후 정수빈이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선두타자 2루타를 치고 나가자 함성은 더 커졌고, 이어진 박찬호의 적시타로 역전 득점까지 성공하자 잠실벌이 떠나갈 듯한 환호로 가득찼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대타 정수빈'의 활약으로 두산 베어스가 시즌 첫 홈 3연전 스윕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두산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 상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7회말 터진 정수빈의 2루타와 박찬호의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2대 1로 승리, 홈 2연패 뒤 첫 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우완 영건 선발투수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44일 만에 1군에 돌아온 KT 선발 소형준과 올시즌 두산의 국내 에이스로 올라선 최민석의 맞대결. 오는 9월 열리는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한국야구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나란히 승선한 두 투수의 대결에 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두 투수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어깨 부상을 딛고 한달 반 만에 마운드에 올라온 소형준은 5이닝 동안 볼넷 없이 6피안타 1실점하는 소형준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최민석도 KT 강타선을 6이닝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고 최근 3경기 연속 6이닝 이상-1실점 호투 행진을 이어갔다.
선취점은 KT가 가져갔다. KT는 3회초 공격에서 1사후 최원준과 김현수가 연속 볼넷을 골라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이어진 2사 1, 2루 찬스에서 전날 4안타 경기를 펼친 샘 힐리어드가 좌중간 2루타를 날려 1대 0으로 앞서갔다.
두산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소형준의 공격적인 투구에 4회까지 득점 없이 끌려가던 두산은 5회말 공격에서 이날 1군에 돌아온 양석환이 9구 승부 끝에 좌익선상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안재석이 1루수 오윤석의 미트를 맞고 외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날려 1대 1 동점을 만들었다.
6회까지 이어진 1대 1의 균형은 7회말 두산 공격에서 깨졌다. 두산은 선두타자 9번 이유찬 자리에 대타로 정수빈을 기용했다. 지난 14일 광주 KIA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새끼손가락 힘줄을 다친 정수빈은 전날 경기에 이어 이날도 벤치에서 대기하다 대타로 출전했다. 올 시즌 두 번째 대타 출전. 지난 시즌에는 대타 출전이 한 번밖에 없었을 정도로 흔치 않은 대타 출전이다.
두산 팬들의 큰 박수를 받으며 나온 정수빈은 바뀐 투수 김민수와 상대했다. 2-2에서 김민수의 5구째 체인지업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왔고, 정수빈이 결대로 받아쳐 좌익선상을 빠져나가는 2루타로 연결했다. 무사 2루 득점 찬스.
여기서 1번타자 박찬호가 행운의 적시타로 정수빈을 불러들였다. 1, 2구에서 연속 번트실패로 0-2로 몰린 박찬호는 결국 3구째 강공으로 전환했는데 이게 전화위복이 됐다. 박찬호의 살짝 빗맞은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가 되면서 정수빈이 홈을 밟았고 두산이 2대 1로 역전에 성공했다.
리드를 잡은 두산은 8회 김택연이 올라와 KT 상위타선을 실점 없이 막아냈고, 9회에는 마무리 이영하가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한 점 차를 끝까지 지켰다. 2대 1 두산의 승리. 두산은 이 승리로 최근 KT전 3연패와 잠실 경기 3연패에서 벗어났다.
두산 선발 최민석은 최고 148km 투심과 커터를 앞세워 KT 타선을 6이닝 동안 산발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시즌 7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7회를 실점 없이 막은 이용찬이 3승째를 챙겼고 김택연은 홀드, 이영하는 시즌 10번재 세이브로 프로 데뷔 첫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타선에선 박찬호가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고 양석환과 안재석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KT는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가 2안타 2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분전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이 도합 3안타에 그치면서 패배를 안았다. 7회 올라와서 1실점한 김민수가 패전을 기록했다. KT로선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소형준이 최고 148km 빠른 볼을 구사하며 건강하게 돌아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수빈의 부상 투혼(사진=두산)
경기 후 두산 김원형 감독은 "선발 최민석이 6회를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이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뒤이어 나온 이용찬, 김택연, 이영하 등 불펜진도 모두 호투했다"면서 "1점차 타이트 한 경기였는데 포수 양의지의 리드가 너무 좋았다.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 감독은 "타석에선 복귀한 양석환이 공수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박찬호는 번트 실패 이후 어떻게든 밀어쳐 주자를 진루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그러한 희생정신이 결승타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결승 득점의 주인공 정수빈은 취재진과 만나 "스윕은 당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정수빈은 "그래도 김민수 상대로 강했던 기억이 있어서, 어떻게든 출루해서 1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제가 치고 박찬호가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또 이영하가 잘 맞아줘서 연패를 잘 끊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박찬호의 적시타는 빗맞은 타구라 빠르게 판단하지 않으면 홈까지 밟기 쉽지 않았다. 정수빈은 "박찬호 정도면 0-2에서도 어떻게든 1, 2루간으로 보낼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찬호가 잘 컨택해줘서 스타트가 잘 됐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타로 나설 때 쏟아진 팬들의 성원에 대해선 "팬분들께서 그래도 정수빈이라는 선수를 많이 좋아해 주시는구나라고 느꼈다"면서 감사를 전했다.
정수빈은 왼손 약지 힘줄이 파열돼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상태다.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으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러면 시즌이 끝날 수도 있기에, 그대로 경기에 출전하는 쪽을 택했다. 어쩌면 계속 약지가 구부러진 상태로 살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정수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야구선수의 숙명 같다"고 말했다. 또 "일상생활에서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다만 당분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의 상승세에 대해 정수빈은 "우리는 밑에서부터 중위권으로 올라왔다. 우리 위에 있는 팀보다 우리가 더 무서운 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양석환도 오고 김택연도 돌아왔다. 팀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고, 중위권 싸움에서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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