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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로고(사진=MLB.com)[더게이트]
샐러리캡에 이어 이번엔 아마추어 시장까지 망칠 셈인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고교생의 신인 드래프트 자격을 박탈하고 아마추어 선수 보너스를 연간 2억 달러(약 2900억원) 이상 삭감하는 파격안을 선수노조에 내밀었다. 선수노조는 "야구의 미래를 망치는 제안"이라며 즉각 발끈했다.
ESPN과 디 애슬레틱 등 미국 현지 언론은 18일(한국시간) MLB 사무국이 최근 진행한 선수노조(MLBPA)와의 단체협약(CBA) 협상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마추어 입단 제도 개편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국내·국제 드래프트 동시 축소
MLB가 제시한 개편안의 핵심은 국내와 국제 드래프트를 모두 12라운드로 줄이고, 각각 2억 달러(약 2900억원)의 보너스 풀을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20라운드로 진행하는 국내 드래프트는 구단이 지정 금액보다 많은 보너스를 줄 수 있는 '소프트 슬롯'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MLB 제안이 통과되면 이 유연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지난해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이 받은 보너스 총액은 약 4억 200만 달러(약 5830억원), 국제 선수들은 약 1억 9700만 달러(약 2856억원)다. 올해도 두 부문 합산액은 약 6억 달러(약 87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각 2억 달러씩 총 4억 달러(약 5800억원)로 묶으면 구단이 아마추어 시장에 쓰는 비용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선수노조는 첫해 삭감 폭이 4억 달러(약 5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MLB가 7년 협약 기간 중 국제 드래프트를 여섯 차례만 실시하자고 제안해 첫해에는 국제 선수 계약이 아예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향후 5년간 아마추어 선수들이 기존 시스템보다 총 10억 달러(약 1조 4500억원)를 덜 받게 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결국 검증된 자원에만 지갑을 열고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는 구단들의 속내로 풀이된다. 디 애슬레틱의 행정, 제도 전문 에반 드렐릭 기자는 "MLB는 계약하는 선수 수 자체를 줄이고, 보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선수들만 입단시키는 방향을 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파격적인 대목은 고교 졸업생의 국내 드래프트 참가 제한이다. MLB는 2028년 드래프트부터 해당 연도 9월 1일 기준 만 20세 이상이거나 고교 졸업 후 2년이 지난 선수에게만 참가 자격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고졸 선수는 2년제 대학(주니어칼리지)이나 4년제 대학을 거쳐야 프로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국제 선수의 최소 계약 연령도 현행 만 17세에서 만 18세로 높인다.
MLB는 대학 야구의 성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장학금 확대와 경기력 향상, 시설 투자 등으로 대학 무대를 거친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더 빨리 적응한다는 논리다. 현재 국제 계약 선수 중 빅리그에 진입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며, 해외 출신 선수의 44%가 입단 3년 안에 방출된다는 통계도 근거로 들었다.
선수노조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고교생과 2년제 대학 선수의 자격까지 제한하는 처사는 선수의 기본권을 파괴한다는 입장이다. 저명한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드렐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커미셔너 사무국이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과 육성 스태프, 코치와 스카우트들에게 '당신들은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키울 능력이 없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것은 나쁜 비즈니스"라고 직격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부패 척결 내세운 국제 드래프트
국제 드래프트 도입 카드도 다시 등장했다.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외 해외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2022년 협약 당시에도 논의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MLB는 중남미 시장의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잡았다.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 구단 관계자들이 선수의 공식 계약 가능 연령 이전에 구두 약속을 맺는 관행,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독립 트레이너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떼이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도미니카 정부와 협력해 트레이너 행동 강령 마련, 미래 계약금 담보 금전 거래 금지, 미성년자 교육 이수 의무화, 금지약물 제공자 야구계 영구 추방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비판적이다. 사무국과 구단들이 드래프트 제도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활용할 뿐, 비리 단속에는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구단 고위급 인사 징계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달 MLB가 내놓은 샐러리캡 도입안에 이은 또 하나의 강수다. 샐러리캡에 격렬히 반발하는 선수들 앞에 아마추어 보너스 삭감안까지 더해지며 협상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현 단체협약은 오는 12월 1일 만료된다. 협상이 해를 넘기면 구단주들의 직장폐쇄로 이어져 2027시즌 일정 자체가 파행을 겪을 수 있다.
선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MLB는 야구에 명백히 해로운 제안을 내놨다"며 "다음 세대 선수들의 앞날을 망가뜨리고 야구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래프트 픽 거래 허용이나 경쟁균형 픽 폐지 등의 세부 안건도 포함됐지만 노조를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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