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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클라크 부자의 포옹(사진=PGA 투어 SNS)[더게이트]
윈덤 클라크(미국)가 갤러리의 거센 야유를 온몸으로 받아치며 US오픈 2연패를 달성했다. 클라크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126회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 73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4언더파를 쓴 클라크는 공동 2위 군에 속한 샘 번스(미국·3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클라크의 메이저 통산 두 번째 타이틀이다. 20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컨트리클럽에서 첫 번째 US오픈 우승을 거머쥔 뒤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US오픈 6번 출전 만에 2승을 올린 기록은 존 맥더멋(4번), 월터 헤이건(5번), 어니 엘스(5번)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최소 출전 기록이다. 최종 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를 유지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기도 하다. 역대 US오픈에서 4라운드 전체 단독 선두를 지켜 우승한 선수는 클라크가 9번째다.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클라크(사진=PGA 투어 SNS)
갤러리의 고함과 퇴장...난장판 현장 분위기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는 비매너 갤러리들의 방해와 횡포가 있었다. 시네콕힐스를 가득 메운 뉴욕 갤러리는 클라크를 향해 처음부터 적대적이었다. 1번 홀 티샷부터 "벙커에 들어가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클라크의 샷이 러프나 벙커에 빠질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고, 파를 지켰을 때는 박수 한 번으로 끝났다. 4번 홀 어드레스 중 "긴장하지 마, 윈덤"이라고 외친 관중 1명은 경기 중 퇴장 조치를 당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날 최종적으로 관중 5명이 현장에서 쫓겨났다.
갤러리의 적대감은 지난해 US오픈에서 빚어진 사건 탓이다. 클라크는 작년 US오픈이 열렸던 오크몬트컨트리클럽에서 컷 탈락 직후 121년 된 라커룸 문을 발로 차 박살 냈다. 클럽 측에 수리비를 물고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냈으며, 분노 조절 상담도 받았지만 골프팬들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페어웨이 곳곳에서 "탈의실 라커는 고치지 마라, 윈덤",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조롱이 들려왔다. 함께 최종 라운드를 치른 스코티 셰플러(미국)조차 "볼이 그린 밖으로 나갈 때 환호성이 터지는 건 좀 심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갤러리들의 압박 탓인지 클라크 스스로도 흔들렸다. 전날 7언더파로 6타 차 선두를 달리던 클라크는 이날 전반에서만 3오버파 38타를 기록하며 선두 폭이 단 1타로 좁혀졌다. 최종 라운드 내내 번스가 맹추격을 펼쳤다. 번스는 전반에서만 버디 4개를 쏟아내며 3언더파 32타로 전반을 마쳤고, 3언더파 67타의 역대 개인 최고 메이저 성적을 써내며 클라크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클라크는 16번 홀(파5) 티샷을 왼쪽 깊숙한 러프에 밀어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두 번째 샷으로 페어웨이를 되찾더니, 세 번째 샷을 홀까지 약 7.5m 거리에 붙인 뒤 버디 퍼트를 밀어 넣었다. 선두를 다시 2타 차로 벌리는 버디였다. 17번 홀(파3)에서는 약 21m짜리 장거리 퍼트를 2퍼트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3퍼트 보기를 범했다. 선두 폭은 다시 1타로 줄었다.
18번 홀에서 클라크는 드라이버를 오른쪽 러프에 묻었다. 두 번째 샷은 홀까지 약 16m 거리 그린에 올렸다. 첫 번째 퍼트를 홀 9인치(약 23㎝) 안으로 붙인 뒤, 탭인으로 마무리했다. 번스는 17번과 18번 홀에서 잇따라 버디 퍼트에 실패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클라크 부자의 포옹(사진=PGA 투어 SNS)
아버지의 날, 깜짝 등장
우승 확정 직후 클라크는 18번 그린에서 아버지 랜달 클라크와 포옹했다. 아버지는 전날 밤 미국 덴버에서 야간 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아버지 랜달이 아들의 PGA 투어 우승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미국 '아버지의 날'이었다.
클라크의 어머니 리스는 2013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클라크는 그 뒤 오랜 시간 PGA 투어 문을 두드렸다. 134번의 출전 끝에 2023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디 애슬레틱은 클라크가 어릴 적 뛰어놀던 코스가 시네콕힐스를 설계한 윌리엄 플린의 또 다른 작품인 덴버 체리힐스컨트리클럽이라고 전했다.
클라크는 "뉴욕은 날 싫어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셰플러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안다. 그도 분명 해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오늘은 나의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클라크는 "오크몬트 사건 이후가 내 커리어 최저점이었다. 며칠간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 세계 랭킹, 명성,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비시즌 동안 스윙을 가다듬고 준비했다. 타수가 줄었고 확신이 붙었다. 이 싸움을 이겨냈다는 것이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셰플러는 이날 30번째 생일을 맞았다. 갤러리는 클라크와 함께 최종 라운드를 치르는 셰플러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하며 응원을 쏟아냈다. 그러나 셰플러는 1오버파 71타로 공동 4위(이븐파)에 머물렀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도전은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US오픈 타이틀만 남겨둔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선두와 4타 차로 대회를 마감했다.
3위는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김주형이 차지했다. 이날 이븐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언더파를 기록했다. 세계 랭킹 141위로 예선 통과 자격을 통해 대회에 출전한 PGA 투어 3승 경력의 김주형에게는 커리어 최고의 메이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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