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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입장문을 읽어내려가는 홍명보(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더게이트]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감독'이라는 오명을 남긴 홍명보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회견장에 들어선 홍 감독은 준비해 온 입장문만 낭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불공정 논란으로 얼룩진 선임 과정부터 처참한 32강 탈락에 자기 할말만 하는 기자회견까지, 끝까지 무책임한 뒷모습이었다.
홍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 주시고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며 사퇴를 선언한 홍 감독은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강변했다. "지휘봉은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등지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애초 32강 탈락 직후 일각에선 홍 감독이 내년 아시안컵까지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며 버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2024년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당시 750만 달러(약 102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준 전례가 있는 대한축구협회로선 홍 감독을 경질하긴 쉽지 않은 상황. 혹시라도 본인이 버티기로 작정하면 사실상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국민적 비판 여론에 정치권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버티기는 불가능했다.
홍명보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
반복된 참사, 여야 정치권도 사퇴 압박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홍 감독을 직접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인사가 만사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면서 인사 시스템의 파행을 참사의 원인으로 짚은 이 대통령은 "공사 구별을 못 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문체부에 철저한 원인 분석을 지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즉각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최 장관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 대해서는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예고했다. 유소년 육성부터 행정 시스템까지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퇴진 압박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을 공식 촉구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월드컵 결과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부터 예견된 참사였다"며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적은 카르텔과 무원칙,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대한축구협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퇴로 끝낼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홍 감독은 결국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두 번이나 남긴 지도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1무 2패를 기록하고 자진 사퇴했던 그가 12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번엔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똑같은 결말을 맞았다. 2024년 7월 시작해 2027년 아시안컵까지 보장됐던 임기는 1년을 남겨두고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홍명보는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 축구였다"고 했지만, 그의 감독 선임 자체가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에서 끝내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다음은 대한축구협회 차례다. 감독이 사퇴했고 회장도 퇴진을 예고한 가운데 나머지 지도부가 자리를 지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집행부 전원 사퇴와 전면 쇄신은 물론, 강도 높은 조사와 필요하다면 수사까지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단체·관리단체 지정 여부도 테이블에 올릴 때다. 최악의 참사를 한국 축구를 근본부터 바꾸는 계기로 삼지 못하면, 비극은 4년 뒤에도 다시 비극으로 반복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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