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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서울고의 거포 내야수 김지우(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목동]
고교 투수 최대어 하현승(부산고)에 이어 타자 최대어 김지우(서울고)도 미국 대신 KBO리그를 택했다. 고교 최고의 거포 내야수 김지우가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파격 제안을 거절하고 2026 KBO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했다. 최대 170만 달러(약 26억 원) 규모의 제안을 받고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최종 선택은 한국 무대였다.
김지우는 지난 22일 개인 SNS를 통해 드래프트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한국의 뜨거운 야구장에서, 팬분들의 함성 속에서 제 방망이를 힘껏 돌리는 것이었기에 KBO 무대에서 좋은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나라 야구 팬분들께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근차근 잘 성장하여, 훗날 더 단단한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올해 고교야구 '빅3' 중에선 투수 겸 내야수 엄준상(덕수고)만 미국 진출이 확정됐다. 하현승은 뉴욕 양키스로부터 300만 달러(약 46억 원)에 달하는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국내 잔류를 택했고, 김지우 역시 야수로는 역대급 제안을 받았지만 국내 리그를 먼저 선택하면서 신인드래프트 전체 1·2순위가 사실상 정리되는 분위기다.
제8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대회가 개막한 2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김지우는 밝은 표정으로 한국 무대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먼저 성공을 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KBO리그를 거쳐서 가는 게 좀 더 괜찮지 않을까라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국내 잔류를 선언한 김지우의 SNS(사진=김지우 SNS)
잠 못 이룬 밤들 "결정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김지우는 "오퍼가 들어오고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계속 나왔다"면서 "정확한 구단은 밝힐 수 없지만 170만 달러 이상 계약금을 일시불로 제안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워낙 좋은 조건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온 구단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저한테 과분한 제안을 해 주시고 저를 잘 키워주시겠다고 약속까지 해 주셔서 계약 임박까지 갔었다"고 했다.
김지우는 "결정하기가 정말 어려워서 잠도 맨날 새벽에 잠들 정도로 고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국내 무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상의해 보고 주변 분들과 상의를 했는데, 한국에서 먼저 성공을 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미국 구단에 저 정도 선수가 매년 들어오는 것도 사실 아닌가. KBO리그를 거쳐서 가는 게 더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후회는 없다. 다만 어느 쪽을 골랐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라는 사실도 솔직히 인정했다. 김지우는 "미국을 결정했어도 한국에 남지 않은 게 아쉬웠을 거고, 한국 잔류를 해도 미국 진출에 대한 아쉬움이 어느 정도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지우는 투타 모두 뛰어난 만능 유망주다. 투수로는 최고 153km/h를 던질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갖췄고, 타자로는 주로 3루수로 활약하며 12경기 타율 0.429에 2홈런 17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달 초 열린 한화이글스배 고교vs대학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는 쟁쟁한 거포들을 제치고 7개의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 수도권 팀 스카우트는 "대형 우타자로 성장할 자질이 있다. 스윙도 좋고, 손목을 사용하는 기술이나 힘이 남다르다. 포텐셜이 터지면 정말 '대박' 선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투수와 야수 가운게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 김지우의 선택은 야수다. 김지우는 "저는 항상 야수에 대한 꿈이 있었고 야수에 대한 흥미가 있다. 미국에서도 과감하게 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믿고 불러주셨다"면서 당초 미국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이유를 털어놨다. 그러다 KBO리그 구단들도 '야수' 김지우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사실을 알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KBO 구단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쭤보면 야수로 봐주신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그런 점도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KBO 잔류를 알린 SNS 게시물의 배경 색도 야구팬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다. 김지우는 게시물의 첫 번째 이미지를 사진 대신 네이비색 단색 배경으로 골랐는데, 이게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 베어스의 상징색과 같아 두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이를 본 두산 팬들도 SNS와 커뮤니티에서 흐뭇함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질문을 받은 김지우는 가볍게 웃으며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원래는 검은색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칙칙하고, 하얀색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서울고의 색인 남색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우연치 않게 두산 색처럼 보인 것 같다"며 "두산 팬들의 반응이 정말 감사하긴 하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아마도 진실은 김지우 본인만이 알 것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김지우는 이번 청룡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손가락 부상 악재, 복귀는 봉황대기부터
한편 고교vs대학 올스타전 직후 김지우에게 뜻밖의 악재가 찾아왔다. 숙소에서 고장 난 출입문에 오른손 약지가 끼는 사고를 당한 것. 살짝 멍드는 정도가 아니었다. 관절뼈 골절에 손톱이 빠질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김지우는 "올스타전이 끝난 뒤 숙소에서 물을 꺼내러 일어났다가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고장난 문이 바람에 닫히듯 빠르고 강하게 닫히더라. 너무 빨리 닫히다 보니까 손을 피할 새가 없어서 문에 끼게 됐다"면서 씁쓸한 듯 웃었다. 숙소 측도 문의 결함을 인정했고, 사고 피해를 일정 부분 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룡기는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열리는 전국대회 중 가장 주목도 높은 무대다. 김지우로서는 프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기량을 선보일 기회가 통째로 날아간 셈이다. 소속팀 서울고에도 뼈아픈 손실이다. "당연히 아쉽고 속상하다. 우리 팀 상황이 지금 조금 어렵다 보니까 제가 도움을 많이 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사고를 계기로 일상에서도 몸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열린 1회전에서 서울고는 간판타자 겸 에이스의 부재 속에 청담고에 4대 6으로 패해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서울고는 7월 대통령배에 출전하지 않아, 김지우가 다시 경기에 나서는 건 8월 봉황대기부터가 될 전망이다. 김지우는 "골절이 있어서 2주 정도는 운동을 하지 못했다. 이번 주부터 하체 웨이트와 러닝을 시작했다"며 "뼈가 붙는 데는 좀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하체와 다른 부위 운동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재활 계획을 공개했다.
드래프트 직전인 9월에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대표팀에 뽑히는 게 김지우의 목표다. 올스타전 당시 김지우는 "뽑아주시면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싸울 생각이고, 안 뽑히게 돼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선수권이 끝난 뒤엔 9월 21일 대망의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다. 김지우는 "어느 팀이 되든 뽑아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면서 "내가 잘 클 수 있는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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