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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사진=LA 다저스 SNS)[더게이트]
류현진의 LA 다저스 시절 사령탑으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돌버츠'라는 야유를 이겨내고, 단기전 징크스도 극복한 끝에 쌓아 올린 통산 1000승이다.
로버츠 감독이 이끄는 LA 다저스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새크라멘토 수터 헬스 파크에서 열린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9대 3으로 이겼다. 타선에서는 토미 에드먼이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4안타 4타점을 몰아쳤고, 무키 베츠가 3안타를 보태며 화력을 지원했다. 마운드에서는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솎아내며 시즌 10승째를 수확해 감독에게 대기록을 선물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사진=LA 다저스 SNS)
'더 스틸' 대주자에서 명장 사령탑으로
이날 승리로 로버츠 감독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69번째, 다저스 구단 역사로는 네 번째로 통산 1000승을 달성한 지도자가 됐다. 놀라운 점은 달성 속도다. 단 1606경기 만에 이뤄낸 쾌거로, 캡 앤슨이 보유했던 종전 최단 경기 기록인 1641경기를 35경기나 앞당겼다.
1972년 일본 오키나와 나하에서 미 해병대 출신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츠 감독은 현역 시절 빠른 발을 자랑하는 외야수였다. 야구팬들에게는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한 장면으로 유명하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연패로 몰린 4차전 9회말, 대주자로 나선 로버츠는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를 상대로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 도루 하나로 동점을 만든 보스턴은 기적 같은 4연승을 달리며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가 신었던 스파이크는 현재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보관돼 있다.
은퇴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로버츠 감독은 201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았다. 이 시기는 마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다저스의 주축 선발로 활약하던 때와 맞물린다. 한국 팬들은 매일 오전 11시면 TV 앞에 앉아 다저스 경기를 시청하면서 로버츠 감독의 '초보' 시절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부임 초기만 해도 로버츠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같지 않았다. 해마다 정규시즌에서 90승 이상을 거두고도 포스트시즌에서 허무하게 탈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투수 교체 타이밍과 불펜 운용을 두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비하하는 은어인 '돌버츠'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단장의 꼭두각시' '데이터 팀의 허수아비'라는 식의 비판을 받았다.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도 162경기 풀시즌이 아니란 이유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듬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탈락한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에는 연속으로 디비전 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하자 포스트시즌 한계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반전은 오타니 쇼헤이가 합류한 2024년에 찾아왔다. 그해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에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가 극적인 역전극을 쓰며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선발진이 부상으로 붕괴한 상황에서 신묘막측한 불펜 운영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론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기세는 2025년에도 이어졌다. 다저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25년 만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됐다. 단기전 징크스를 완전히 깨부순 셈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사진=LA 다저스 SNS)
스타 선수들을 관리하는 리더십, 1000승은 시작일 뿐
로버츠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들과의 수평적인 소통 능력이다. 다저스의 내야수 프레디 프리먼은 "다저스 감독 자리가 주는 압박과 기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야구 경기 자체를 관리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지만, 더 본질적인 건 선수들의 자존심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먼은 이어 "26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지원 스태프까지 우리 클럽하우스가 잡음 없이 굴러가는 건 전부 로버츠 감독 덕분"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누군가는 '돈으로 거둔 성적'이라고 깎아내릴지 몰라도, 다저스만큼 많은 돈을 쓴 뉴욕 메츠가 최하위권을 맴도는 걸 보면 야구는 돈만으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로버츠 감독은 대기록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1000승은 정말 큰 숫자"라며 소회를 밝혔다. 로버츠 감독은 "평소에는 이런 기록을 자주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경기에만 집중한다"면서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기쁨을 느껴보려 한다. 오랜 시간 훌륭한 선수들, 코치들과 함께했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로버츠가 지휘봉을 잡은 10시즌 동안 다저스는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놓치지 않았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9회, 페넌트레이스 우승 5회, 월드시리즈 우승 3회. 역대 메이저리그 감독 중 최고 승률(.623) 기록도 로버츠 감독의 이름 옆에 붙어 있다. 올해 만 54세로 아직 젊은 나이. 3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를 이끌고 있는 그에게, 1000승은 이제 출발점에 불과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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