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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강릉고 투수 박의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목동]
이번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는 초반부터 이변의 연속이었다. 하현승의 부산고를 비롯해 이승원의 유신고, 박찬민의 광주일고, 한규민의 대전고까지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무더기로 고배를 마시면서 디펜딩 챔피언 덕수고가 손쉽게 우승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
이런 덕수고의 독주 가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다크호스가 있으니, 강원도 야구의 자존심이자 '강원도의 힘', 강릉고등학교다. 1회전과 2회전에서 까다로운 상대를 연파하고 16강에 진출한 강릉고는 이제 덕수고와 8강행이 걸린 운명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다.
강릉고 투수 박의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신일고마저 6회 콜드게임으로 제압
강릉고는 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신일고를 10대 0, 6회 콜드게임으로 대파했다. 마운드의 높이와 짜임새 있는 타선이 완벽하게 맞물린 승부였다. 투수진은 6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고 볼넷 1개만 허용하는 '합작 노히트' 투구로 신일고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은 9안타에 사사구 12개를 묶어 10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1회전에서 서울HG를 31대 0으로 대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신일고는 거꾸로 강릉고에 덜미를 잡혔다.
선발 등판한 3학년 우완 박의진의 호투가 발군이었다. 경기 전에는 초반 1, 2이닝 정도를 막아주는 오프너 역할이 예상됐으나, 박의진은 투구 수 72개로 5.2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마운드를 책임졌다. 최고 구속은 139km/h로 개인 최고 기록인 146km/h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제구와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섞어 매 이닝을 '순삭'했다.
경기 시작 직후 갑자기 내린 폭우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변수도 박의진을 흔들지 못했다. 박의진은 "감독님이 선발을 맡겨주셔서 1이닝만 딱 끝내자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포수 원지우가 자신과 수비진을 믿고 던져달라고 했다. 빨리 이닝을 끝내자는 마음으로 던지다 보니 생각보다 길게 던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린 비결로는 동료들과의 호흡을 꼽았다. 박의진은 "변화구 제구가 잘 됐고 초구 변화구를 상대 타자들이 건드려줬다. 수비에서 전나엘과 최윤우가 키스톤 콤비로 든든하게 버텨줬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구속을 신경 쓰기보다는, 중요한 대회인 만큼 다음 경기도 생각하면서 던지려 했다"고 덧붙였다.
강속구 좌완 임준원(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두꺼운 투수진 앞세워 전국 상위권 재진입
강릉고는 이번 대회에서 매서운 돌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1회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유신고를 6대 4로 꺾은 데 이어, 2회전에서는 전통의 강호 신일고마저 콜드게임으로 돌려세웠다.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최지민(KIA 타이거즈)이 활약하던 시절 전국 강호로 호령하다 최근 다소 주춤했던 강릉고는 올 시즌 오랜만에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하며 전국 무대로 복귀했다.
박의진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3학년끼리 모여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우리가 다시 해보자, 후배들과 잘 해보자고 다짐했다"며 "3학년이 흔들릴 때는 2학년이 해주고, 2학년이 막힐 때는 3학년이 뚫어주며 서로를 의지하는 게 강릉고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릉고의 가장 큰 무기는 투구 수 제한 제도가 적용되는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에이스 트리오의 존재다. 최고 147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임준원, 우완 에이스 김민찬에 박의진까지 버티고 있다. 박의진이 기대 이상의 효율적인 투구로 신일고전을 홀로 책임져주면서, 오는 5일 열리는 16강전에 임준원과 김민찬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박의진 역시 투구 수 제한에 3구를 남겨놓고 내려간 덕분에 16강전 등판이 가능한 상태다.
강릉고 투수 박의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탄탄한 마운드와 짜임새 있는 타선
마운드 못지않게 타선의 파괴력도 보통이 아니다. 2루수 겸 리드오프 전나엘은 이번 청룡기에서 타율 0.667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신일고전에서도 사사구 2개와 안타 2개, 도루를 기록하며 밥상을 차렸다. 4번 타자이자 포수인 원지우는 공수를 겸비한 전국구 포수로 꼽힌다. 박의진은 "지우는 고교생이 아닌 것 같다. 블로킹이 좋아서 믿고 낮게 떨어지는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신뢰를 보냈다.
좌익수 권민수 역시 고교 외야수 중 손꼽히는 강타자다. 이날 2루타와 우전 적시타로 2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1회 첫 타석에서는 라인드라이브로 우측 폴을 살짝 비껴가는 대형 파울 홈런을 날리는 장면도 있었다. 야수진 전체가 기본기가 탄탄하고 팀배팅에 능하다는 점도 강릉고의 강점이다. 최재호 강릉고 감독이 전국으로 끌어모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담금질해 개인보다 강한 '팀'을 만들었다.
강릉고는 5일 목동에서 덕수고와 8강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최재호 감독과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과거 덕수고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관계로,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명장이자 '라이벌'로 꼽힌다.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리는 두 팀의 맞대결은 이번 청룡기 최고의 명승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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