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에게서 코디 폰세의 향기를 느꼈다...나왔다 하면 7이닝 기본, 111구도 거뜬 '찾았다, 뉴 에이스'
오웬 화이트(사진=한화)오웬 화이트(사진=한화)

[더게이트=잠실]

오웬 화이트에게서 전임자 코디 폰세의 향기가 난다? 이제 나왔다 하면 6이닝은 기본에 7이닝도 거뜬하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화이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이닝이터 에이스의 면모를 뽐내며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화이트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7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단 4개의 안타와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8대 1 승리를 이끈 화이트는 2연승과 함께 시즌 5승째(4패)를 수확했다.

이날 던진 111구는 화이트의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다. 화이트는 경기 후 "아마 오늘이 가장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것 같다"며 "LG가 강한 상대라 경쟁심을 발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3경기 연속 100구 이상을 던지며 꾸준히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고 있다. 시즌 초반의 햄스트링 부상 여파에서 벗어난 뒤로는 매 경기 긴 이닝을 책임지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있는 화이트다.

오웬 화이트(사진=한화)오웬 화이트(사진=한화)


좌타 라인업 뚫은 다양한 구종

이날 경기는 화이트의 KBO리그 데뷔 후 첫 LG전이었다. 화이트를 처음 상대하는 LG는 선발 라인업 9명 중 7명을 좌타자로 채워 맞불을 놨다. 화이트가 우타자에게 피안타율 0.216, OPS 0.599로 강한 반면 좌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292, OPS 0.736으로 다소 약한 점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화이트는 최고 152km 강속구를 중심으로 투심, 커터, 스위퍼,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LG를 공략했다. 화이트는 "LG 라인업에 좌타자가 많아 스위퍼 외에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돌아봤다.

화이트는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범타와 삼진, 포수 허인서의 도루 저지로 실점 없이 넘어갔다. 2회와 3회에도 안타를 하나씩 내줬지만 마찬가지로 실점하지 않았다. 3회말 1사 1루에서 홍창기를 병살타로 처리한 뒤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7회말 선두타자 박해민까지 11타자 연속 아웃을 이어가는 위력적인 투구였다.

LG 선발 라클란 웰스의 호투에 막혀 있던 한화 타선은 6회초 강백호의 시즌 22호 선제 솔로포로 균형을 깨며 화이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화이트는 "우리 득점이 많지 않았지만 그것도 야구의 일부다. 항상 많은 득점 지원이 있을 순 없다"며 "상대도 좋은 투구와 수비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득점 지원보다 내가 팀으로부터 서포트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는 7회말에 찾아왔다. 이미 85구를 던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화이트는 1사 후 오스틴 딘에게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맞았지만 곧바로 문보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숨을 돌렸다. 투구수 100구를 넘긴 가운데 만난 천성호와의 승부에서 6구 끝에 볼넷을 내주며 2사 1, 2루 위기. 좌타자 문성주 타석이라 교체도 생각할 법한 순간이었지만 한화 벤치는 화이트를 밀어붙였고, 화이트는 결과로 믿음에 부응했다. 3-1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화이트는 커터로 좌익수 뜬공을 잡아내며 자신의 힘으로 7회를 마무리했다.

화이트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던 순간을 두고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나는 언제나 마운드에 있는 순간에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모든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팀이 7회를 마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넘긴 한화는 곧바로 8회초 강백호의 희생플라이를 시작으로 5점을 몰아쳤고, 9회에는 강백호가 이날 경기 두 번째 홈런까지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는 8대 1로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 시즌 LG전 상대 전적에서 4승 3패로 우위를 점했다.

오웬 화이트와 김경문 감독(사진=한화)오웬 화이트와 김경문 감독(사진=한화)


폰세와 겹치는 숫자들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의 역투를 펼친 화이트의 모습은 이날만 보면 지난해 한화 에이스이자 리그 MVP였던 코디 폰세 못지않았다. 폰세는 지난 시즌 29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6.23이닝을 책임지며 등판 경기의 37.9%에 해당하는 11경기를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로 막아냈다. 4월 20일 NC전부터 5월 17일 SSG전까지는 5경기 연속 100구 이상을 던졌고, 4경기 연속 7이닝 무자책점을 기록한 구간도 있었다.

화이트 역시 3일 경기까지 10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6회, 그중 QS+가 네 차례로 비율은 40%다. 현재까진 폰세보다 높은 비율로 7이닝 이상을 막아내고 있다. 부상 복귀 이후 9경기에선 평균 6.07이닝에 최근 세 경기에서 모두 100구 이상을 소화했다. 3일 경기에서도 100구를 넘긴 상황에서 찾아온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 막아냈다. 작년 폰세가 바로 이렇게 던져줬다.

건강한 에이스 화이트의 활약 속에 한화 마운드는 눈에 띄게 안정됐다.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져 있던 5월 15일까지 한화의 팀 평균자책은 5.05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화이트가 돌아온 5월 16일 이후로는 3.84로 해당 기간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류현진, 왕옌청과 함께 확실한 에이스 트리오를 구축한 한화는 이제 리그 최강 타선에 탄탄한 마운드까지 갖춘 강팀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33승을 합작하며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떠난 뒤,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에겐 전임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주어졌다. 영입 직후부터 끊임없이 폰세와 비교당했고, 잘 던져야 본전이고 조금만 못 던져도 비교의 도마에 오르는 운명.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화이트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력함을 더해가고 있다. 한화가 마침내 새로운 에이스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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