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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나오미 오사카(사진=윔블던 SNS)[더게이트]
디펜딩 챔피언 이가 시비옹테크도, 세계 2위 엘레나 리바키나도 떨어졌다. 윌리엄스 자매마저 동반 탈락한 올잉글랜드클럽에 이번엔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가 무릎을 꿇었다. 나오미 오사카의 폭발적인 광속 서브 앞에 세계 1위의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발렌카는 16강에서 짐을 쌌고, 오사카는 커리어 처음으로 이 대회 8강 무대를 밟았다.
오사카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4회전에서 사발렌카를 2대 0(6대 2, 7대 6〈7대 2〉)으로 완파했다. 완벽한 서브 쇼였다. 오사카는 2세트에서만 첫 서브 성공률 70%를 기록하며 관련 포인트 23개 중 22개를 쓸어 담았다. 경기 전체로 보면 첫 서브로 딴 포인트가 38개 중 33개로 성공률이 87%에 달했다. 여기에 세컨드 서브 득점률도 61%까지 끌어올렸다. 오사카의 첫 서브 가운데 거의 절반은 사발렌카의 라켓에 닿지도 못한 채 에이스로 연결됐다.
메이저 대회 타이브레이크 21연승을 달리던 무적의 사발렌카도 이날은 무기력했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 접어들자 오사카의 서브와 정교한 스트로크에 가로막혀 완전히 중심을 잃었다. 사발렌카가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뺏지 못하고 진 건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발렌카는 윔블던 준결승 무대만 세 차례 밟아본 베테랑이지만, 오사카는 이번 대회 전까지 윔블던 4회전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잔디 코트 약체였다. 이번 승리는 오사카가 윔블던에 세 차례 출전하는 동안 센터코트에서 거둔 첫 승리이기도 하다.
경기 후 사발렌카는 취재진 앞에서 "올해는 완전히 망쳤다. 내년엔 더 잘해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상대가 저렇게 두려움 없이 에이스를 꽂고 라인을 때리면서 밀어붙이는데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겠나"라며 토로했다. 사발렌카는 자신이 스스로와 싸우는 사이 오사카가 무서운 기세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오사카에게 이번 8강 진출은 2024년 출산 후 코트로 돌아온 이래 거둔 가장 큰 성과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들어 올렸던 2021년 2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 잔디 코트 약점을 극복하고 체질 개선에 성공한 오사카는 이제 8강에서 카롤리나 무호바(9위·체코)와 격돌한다.
코코 가우프(사진=윔블던 SNS)
통금 시계와 싸운 가우프, 버저비터 작렬
같은 날 코코 가우프도 첫 윔블던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상대는 벨린다 벤치치였고, 스코어는 2대 1(4대 6, 6대 3, 6대 4) 역전승이었다. 이날 가우프의 상대는 네트 건너편의 벤치치만이 아니었다. 밤 11시로 정해진 올잉글랜드클럽의 야간 통금 시간과도 싸워야 했다.
윔블던의 이 독특한 규정은 2009년 센터코트에 개폐식 지붕이 설치되면서 생겼다. 지붕 덕에 야간 경기가 가능해졌지만 인근 주민들과 지방정부가 심야 관중 소음을 반대하면서 통금 규정이 가동됐다. 가우프의 경기가 열린 1번 코트는 2019년에야 지붕이 생겼다.
가우프는 1세트에서만 포핸드 범실 14개, 더블폴트 6개를 쏟아내며 자멸하는 듯했다. 하지만 2세트 들어 좌우 구석을 찌르는 정교함을 되찾으며 6대 3으로 균형을 맞췄다. 운명의 3세트, 팽팽한 접전 속에 오후 10시 55분이 되자 가우프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서브권을 쥐었다. 통금 시한을 5분 남겨놓고 서브를 시작한 가우프는 결국 2분을 남겨둔 시점에 경기를 끝냈다. 가우프는 마지막 포인트를 서브 에이스로 장식한 뒤 자신의 손목시계를 톡톡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코트 인터뷰에 나선 가우프는 "어릴 때 농구도 했었는데 버저비터는 한 번도 넣어본 적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내 커리어를 통틀어 손꼽히는 스릴 넘치는 잔디 코트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가우프의 다음 상대는 제시카 페굴라(4위·미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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