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화해서 '재경기' 요구하면 어쩌나...축구로 '정의 구현'한 벨기에! 미국 대파하고 8강행
미국 상대로 정의를 구현한 벨기에(사진=FIFA 월드컵 SNS)미국 상대로 정의를 구현한 벨기에(사진=FIFA 월드컵 SNS)

[더게이트]

미국 백악관의 '빽'으로도 현격한 실력 차이는 넘어설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으로 주전 공격수의 출전정지 유예를 얻어내 파문을 일으켰던 미국 축구대표팀이 벨기에에 완패하며 8강 문턱에서 탈락했다.

미국은 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루멘필드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에 1대 4로 참패했다. 벨기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8강행 티켓을 손에 쥐었고, 미국은 안방에서 비참하게 짐을 쌌다. 이로써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모두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벨기에와 미국 대표팀(사진=FIFA 월드컵 SNS)벨기에와 미국 대표팀(사진=FIFA 월드컵 SNS)


트럼프 전화 한 통이 부른 파문

미국 대표팀은 경기 전부터 거센 논란과 비판에 휩싸였다. 발단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벨기에전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제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FIFA 징계위원회는 결국 발로건의 1경기 출전정지를 1년간 유예했고, 발로건은 그렇게 벨기에전에 나설 수 있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인판티노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유착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IFA는 지난해 12월 '평화상'을 급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겼고, 트럼프 소유 건물인 뉴욕 트럼프타워에 사무실을 얻어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다. 월드컵 조 추첨 장소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워싱턴 케네디센터로 바꾼 것도 트럼프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고, 당시 추첨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끼는 곡 'YMCA'를 빌리지 피플이 직접 불러주는 이벤트까지 열렸다.

발로건 구명을 위해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의 앤드루 줄리아니, 미국 축구협회 후원자 스콧 굿윈 등이 변호사단을 꾸려 로비에 나섰다는 사실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여기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마저 "미국이 억울한 판정을 받았다"며 항소 절차 마련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벨기에축구협회가 FIFA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당한 대목 역시 FIFA의 편파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벨기에축구협회는 협회나 대표팀을 방어하려는 게 아니라 축구 자체, 그 진실성과 윤리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럽축구연맹(UEFA)도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온갖 비난과 조롱을 무릅쓰고 나선 경기였지만, 흐름은 시작부터 벨기에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전반 9분 만에 먼저 실점한 미국은 전반 31분 말릭 틸만의 프리킥이 벨기에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쁨은 단 116초를 넘기지 못했다. 샤를 더케텔라러가 팀 리엄을 완전히 앞지르며 헤딩골을 꽂아 넣었고, 벨기에는 전반에만 1대 2로 앞서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갔다. 더케텔라러는 이날 2골 1도움을 기록, 1966년 이후 월드컵 한 경기에서 골 관여 세 차례를 기록한 첫 벨기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후반 12분에는 미국 골키퍼 맷 프리즈의 치명적인 실수가 자멸을 자초했다. 박스 밖으로 나와 볼을 처리하려던 프리즈가 더케텔라러의 압박에 발이 꼬이며 공을 빼앗겼고, 한스 파나컨이 약 27미터 거리에서 텅 빈 골문에 밀어 넣었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3분, 로멜루 루카쿠까지 골을 보태며 스코어는 1대 4까지 벌어졌다.

룰을 깨면서까지 출전시킨 논란의 주인공 발로건은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45분 동안 볼 터치는 단 10차례에 그쳤고, 그중 상대 박스 안에서의 터치는 두 차례에 불과해 필드 위 선수 중 가장 적었다. 후반 36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만든 결정적 찬스도 티보 쿠르투아의 선방에 막혔다. 트럼프가 대신 골을 넣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추악한 방법으로 승리를 도모했던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크리스 리처즈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실점 때마다 벤치 근처 음료수 통을 걷어차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6만 6925명이 들어찬 홈 관중석에서는 경기 막바지 조용히 자리를 뜨는 팬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텔레문도의 캐스터 안드레스 칸토르는 이날 미국 대표팀의 부진을 두고 "이전까지 미국은 축구계의 유쾌한 이변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이제는 세계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태"라며 "오늘 경기 승패와 무관하게, 미국이 여기까지 오면서 보여준 축구보다 이번 논란이 더 많이 회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력으로 규정은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었는지 몰라도, 없는 실력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어쩌면 트럼프가 전화해서 미국쪽 골대를 더 크게 만들거나 열두 명이 뛰게 해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판티노에게 부탁해서 재경기라도 성사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이 우승하는 '대안 월드컵'을 여는 것도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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