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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이호진 신임 KOVO 총재(사진=KOVO)[더게이트]
한국 프로배구에 '이호진 시대'가 막을 올렸다. 3대째 이어온 배구 사랑을 바탕으로 체질 개선과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제9대 이호진 총재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총재는 취임식 전 기자회견에서 "한국 배구가 몹시 어려운 시점에 총재직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흥국생명 배구단 구단주로 프로배구 현장을 지켜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이 총재는 "이제는 KOVO 총재로서 V리그 전체 발전과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9년 동안 장기 재임한 조원태 총재의 자리를 물려받은 이 총재의 임기는 올해 7월부터 2028년까지 3년이다. 이 총재는 "재밌는 배구, 성장하는 배구, 교류하는 배구를 만들겠다"며 최근 다소 정체됐던 배구판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현재 V리그는 표면적으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2025~2026시즌 V리그는 총관중 63만 5461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을 돌파, 흥행 면에서는 신기록을 썼다. 반면 국제 무대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남자 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61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고, 11년 만에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전 전패로 물러났다. 여자 대표팀 역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강등당했다.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중요한 과제가 새 수장 앞에 놓였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작은 사진)과 태광산업 본사 전경(사진=태광)2군 리그 창설과 국제 교류 승부수
이 총재는 배구 저변 확대, 리그 경쟁력 강화, 공정하고 신뢰받는 리그 구축, 국제 교류를 4대 과제로 꼽았다. 특히 중고교 레벨에서 배구단이 사라지고 아마추어 선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장 큰 문제로 짚었다. 이 총재는 "학원 배구, 실업 배구 등 아마스포츠와 연계를 맺어 배구 선수들의 기량을 올리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외국 선수의 귀화 카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 귀화도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2군 리그를 창설해 벤치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2군 리그 구상은 이미 첫걸음을 뗐다. 지난해 실업 배구대회에 V리그 2군 선수들이 출전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 총재는 "선수가 많아도 코트에서 뛸 선수는 별로 없다"며 "벤치 선수들의 기량을 올려 2군 리그가 활성화되면 비로소 배구의 재미도, 경기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정 시스템 효율화도 약속했다. 이 총재는 "현재 KOVO에서 AI 기반 판정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판정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배구의 재미를 늘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 총재는 "일본 SV리그 일부 경기를 국내에서 치르고, V리그 일부를 일본에서 치르는 방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구단주로 있는 흥국생명은 지난달 30일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다현을 일본 SV리그 NEC 레드로케츠 가와사키로 임대 이적시켰다.
이다현은 일본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27~2028시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다. 팀으로서는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선수의 기량 향상과 한국 배구의 장기적 발전을 선택한 것이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한국 배구(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3대를 이어온 배구 가문
1962년생인 이 총재는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 전 회장의 3남이다. 대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 경영학 석사, 뉴욕대 경제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1993년 흥국생명보험에 입사했고, 1997년 선대 회장 타계 후 35세 나이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2004년 태광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아 2012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했다.
경영인 시절에는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1997년 안양방송을 설립했고, 2003년에는 경기지역 케이블TV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해 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2006년에는 티브로드를 지역 케이블TV 23개를 거느린 대형 회사로 키웠다. 이 총재 경영 참여 이후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50위권에서 30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런 이 총재가 배구계 수장으로 나선 배경에는 선대부터 내려온 배구와의 깊은 인연이 있다. 태광그룹은 1971년 태광산업 배구단을 창단한 이후 55년간 배구와 함께했다. 선대 이임용 회장은 실업배구연맹 총재를 지내고 태광산업 배구단을 창단했다. 이 배구단이 현재의 흥국생명 배구단이다.
세화학원을 설립한 어머니 역시 세화여중과 세화여고에 각각 배구단을 창단했다. 태광산업 배구단은 1991년 흥국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뒤, 김연경을 배출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2월부터 흥국생명 구단주를 맡아온 이 총재는 "구단주 시절에는 우리 구단 위주로 봤지만, 이제는 배구 산업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며 "신뢰받고 사랑받는 V리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배구계에선 흥국생명이 2026~2027시즌부터 3년간 V리그 타이틀스폰서를 맡기로 결정하면서 연맹 재정 안정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대기업 오너 구단주가 총재직에 오르면서 장기적 안목의 투자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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