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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두번째 등판을 소화한 안우진(사진=키움)[더게이트]
패스트볼 구속은 전성기 그대로인데, 전보다 자주 맞아나가는 건 왜일까. 키움 히어로즈의 강속구 에이스 안우진은 부상 복귀 첫해 전반기를 무사히 마쳤다. 955일 만의 복귀 첫 경기부터 전광판에 시속 160km를 찍으며 화려하게 복귀, 13경기에 등판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든든히 지탱하며 순항 중이다.
2년 반의 공백에도 세부 수치는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이다. 9이닝당 볼넷 2.89개로 리그 최상위권 볼넷 허용률을 기록 중이고, 9이닝당 탈삼진은 11.89개로 커리어 최고 수준이다. 9이닝당 피홈런 역시 0.32개에 불과해 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때리기 어려운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약셀 리오스(사진=LG)
0.224에서 0.247로, 올해는 0.275로 올라간 포심 피안타율
다만 전보다 배트에 공이 맞아 나가는 빈도가 다소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안우진이 커리어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22시즌 피안타율은 0.188, 피OPS는 0.518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도 부상 전까지 피안타율 0.217, 피OPS 0.557로 짠물 투구를 이어갔다. 반면 올해는 피안타율 0.231, 피OPS 0.647로 다소 수치가 올랐다. 여전히 빼어난 성적이고 수술 후 복귀 첫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지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안타 허용률이 다소 올라갔다.
특히 주무기인 포심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증가했다. 안우진의 포심 피안타율은 2022년 0.224, 2023년 0.247에서 올해 0.275까지 치솟았다. 0.310대 안팎을 유지하던 포심 피장타율도 올해는 0.440으로 껑충 뛰었다. 상대 타자들이 안우진의 포심을 전보다 잘 받아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는 평균자책 3.70으로 이름값에 비해 살짝 아쉬운 숫자로 전반기를 마감한 이유이기도 하다.
패스트볼 구속이나 구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안우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3.5km로 커리어하이였던 2022년과 똑같고 2023년(시속 153.0km)보다도 오히려 빠르다. 트래킹 데이터에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투수의 순수 구위를 보여주는 K-Stuff+(100이 평균)는 110.1로 평균을 상회하며 2022년(110.4) 수준을 유지 중이다.
어쩌면 안우진이 변한 게 아니라, 안우진이 뛰는 리그 환경이 달라진 것일지 모른다. 안우진이 1군에 데뷔한 2018년만 해도 리그에서 평균 시속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조상우, 앙헬 산체스, 강지광 등 단 세 명에 불과했다(최소 1이닝 기준). 2019년에는 이 수가 네 명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세 명, 2021년에는 류원석, 조요한, 장재영 포함 다섯 명에 그쳤다. 당시만 해도 타자들 입장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광속구는 좀처럼 상대할 일이 없었다. 안우진이 리그를 지배했던 2022년과 2023년에도 이 조건을 충족하는 투수는 각각 9명과 8명으로, 10명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안우진이 자리를 비운 지난해를 기점으로 리그 지형도가 급변했다. 초특급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한국 무대에 등장했고, 국내 젊은 투수 중에서도 파이어볼러 비중이 늘었다. 2022년 고교야구에서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10명, 2024년에는 이 숫자가 20명에 달하면서 '스피드 혁명'이 진행됐는데 이 투수들이 고스란히 프로 무대에 진출해 1군에 등장한 것.
덕분에 지난해 평균 시속 150km 투수는 역대 최다인 28명까지 불어났다.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시속 155.0km)을 필두로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와 김서현, SSG 랜더스 드류 앤더슨, NC 다이노스 임지민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LG 트윈스 김영웅, 롯데 알렉 감보아, 한화 원종혁과 문동주, 키움 이강준이 시속 152km 벽을 넘었고, SSG 미치 화이트, 한화 라이언 와이스,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 두산 베어스 곽빈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LG 앤더스 톨허스트와 박시원, NC 신영우, 한화 정우주, 삼성 헤르손 가라비토, KT 위즈 패트릭 머피, 키움 라울 알칸타라, 두산 김택연, 롯데 최준용과 이민석, 두산 이영하, 롯데 홍민기, LG 요니 치리노스, KIA 타이거즈 애덤 올러 등 각 팀의 외국인 투수와 젊은 투수들이 '150 클럽'에 가입했다. 2015년 리그 전체에서 헨리 소사 단 한 명만 평균 시속 150km를 기록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955일 만에 돌아온 안우진(사진=키움)
전체 투수 11.8%가 150km 던지는 시대
안우진이 돌아온 올해는 이 장벽이 한 단계 더 깨졌다. 전반기가 끝난 현재 평균 시속 150km를 돌파한 투수는 총 29명으로, 다시 한번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외국인 투수 중에선 LG 약셀 리오스가 시속 157.1km로 가장 빨랐고,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라울 알칸타라, 미치 화이트, 이이무라 쇼타, 애덤 올러까지 7명이 150km을 던졌다.
국내 투수 중에선 150 클럽 멤버가 무려 22명이나 된다. 안우진이 시속 153.5km로 두산 곽빈과 박준현(각 시속 153.4km)을 근소하게 제치고 최상단에 올랐고 NC 신영우와 임지민, 한화 원종혁, 삼성 배찬승, LG 김영웅, 두산 이영하, 한화 문동주, 키움 전준표, 삼성 김무신, LG 우강훈, 롯데 윤성빈, 두산 최지강, 롯데 홍민기, 한화 정우주, 두산 김택연, 롯데 최이준, 최준용, 이민석, 한화 김서현이 뒤를 이었다. 후반기 새 외국인 투수와 신예들의 활약에 따라선 이 수가 30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안우진은 여전히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다. 그러나 전체 등판 투수 245명 중 11.8%가 평균 시속 150km 이상의 속구를 펑펑 꽂아 넣는 시대. 매일같이 강속구를 상대하며 익숙해진 타자들에게, 단순히 '빠른 공'만으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안우진도 전반기 커브 등 변화구 구사율을 늘리며 타자와의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내밀 새 무기를 다듬었다. 후반기엔 포심의 효과를 극대화할 다른 구종 활용, 로케이션, 시퀀싱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통계 출처=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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