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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LA 올림픽(사진=LA 올림픽 조직위원회)[더게이트]
야구팬들이 고대하는 오타니 쇼헤이와 이정후의 올림픽 투타 대결을 이러다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빅리거를 내보내기로 메이저리그(MLB) 구단주들이 뜻을 모았지만, 선수노조와의 협상이 건건이 의견이 부딪치며 제동이 걸렸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1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난 5월 선수노조에 전달한 제안서 초안을 인용해, 올림픽 대표로 뽑히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하는 선수에게 3주 넘는 출전 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사진=MLB.com)
"불참하면 최장 25일 무보수" 징계 조항
디 애슬레틱이 공개한 제안서 초안을 보면 사실상 빅리거들을 올림픽에 머리채 잡아서 끌고가는 수준의 징계 조항이 담겨 있다. 합당한 이유 없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선수는 즉시 '제한 선수 명단'에 묶인다. 이 기간 급여는 전액 삭감되고, FA 자격 취득에 필수적인 서비스타임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만약 올스타에 뽑히지 않은 선수가 올림픽까지 거부하면 전반기 마지막 휴식일인 7월 10일부터, 올스타전은 나가고 올림픽을 건너뛰면 다음 날인 7월 12일부터 각각 8월 3일까지 징계가 이어진다. 여기에 별도의 벌금이 주어질 수도 있다.
'가짜 부상'을 핑계로 빠져나갈 구멍도 꽁꽁 막았다. 전반기 마지막 날 기준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선수는 급여와 서비스타임은 인정되지만, 몸 상태가 회복되더라도 8월 3일까지는 메이저리그 복귀는 물론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조차 할 수 없다. 사무국은 부상 진단 검증 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이 조치에는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는 고충 처리 절차조차 적용하지 않도록 못을 박았다. 오타니나 애런 저지 같은 리그 대표 스타들의 출전을 강제해 흥행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선수노조는 즉각 발끈했다. 선수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참가를 강요당하는 데다, 광고나 개인 스폰서십 등 올림픽 기간 발생할 상업적 권리 손실을 보전해줄 장치도 없다는 게 불만이다. 이언 페니 선수노조 수석 변호사는 "선수들이 가져다줄 막대한 경제적 가치에 걸맞은 공정한 대우가 필요하다"며 "선수 개개인과 노조가 금전적으로나 상업적 권리에서나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마이어 선수노조 임시 사무총장 역시 사무국이 제시한 강제 차출안을 두고 "지나치게 극단적인 규정"이라며 날을 세웠다. 마이어 사무총장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무대를 누비고 싶어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위상과 가치에 어울리는 안전장치와 합당한 처우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선수노조가 원하는 대우의 기준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수준이다. NHL은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프로 선수들이 복귀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최고 수준의 예우를 약속받았다. 선수 맞춤형 보험, 전용 이동 수단, 가족 체재비 지원, 별도 특급 숙소와 전용 티켓 보장은 기본이다. 올림픽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NHL 자체 소셜미디어 채널에 즉시 게시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독점 권한까지 챙겼다.
반면 LA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선수노조에 제시한 양해각서 초안을 보면 선수가 구매할 수 있는 가족용 입장권은 경기당 단 2장뿐이다. 노조는 이보다 확실하고 넉넉한 티켓 물량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숙소 문제도 불만이다. 조직위는 기존에 확보한 호텔 객실 외에 435개 객실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정작 선수 대부분은 대회 기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약 32km 떨어진 UCLA 캠퍼스 내 선수촌 공동 숙소를 써야 해서 생색내기용 혜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물론 야구가 아이스하키만큼 존재감 있는 올림픽 단골 종목이 아니란 점에서, NHL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야구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가 2020년 도쿄 대회 때 복귀했고, 2024년 파리 대회에선 다시 제외됐다.
브라이스 하퍼(사진=MLB.com)
올림픽 감안한 일정표까지 짰지만 팽팽한 대치
사실 빅리그 스타 선수 상당수는 올림픽 출전에 적극적인 편이다. 평소 올림픽 참가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던 브라이스 하퍼는 ESPN과 인터뷰에서 "어릴 적 마이클 펠프스 같은 전설적인 올림픽 영웅들을 보며 자랐다"며 "가슴에 성조기를 달고 뛸 기회보다 인생에서 더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팀 동료 카일 슈워버 역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무국도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파격적인 시즌 일정표를 마련했다. 전반기를 평소보다 이른 7월 9일에 끝낸 뒤 10일 홈런더비와 11일 올스타전을 연이어 치른다. 이후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정규시즌을 멈추고 올림픽 야구 토너먼트에 전념한 뒤 21일부터 후반기를 재개하겠다는 로드맵이다. 정규시즌 개막일도 평소보다 일주일 앞당긴 3월 23일로 잡았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올림픽은 전 세계에 야구라는 종목을 각인할 가장 강력한 쇼케이스"라며 "단기적인 손익 계산서는 제쳐두고, 리그 일정을 통째로 흔들기로 결단한 이상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야구의 진짜 묘미를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커미셔너의 말이 진심이라면, 징계를 통한 출전 강제보다는 선수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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