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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리오넬 메시(사진=FIFA 월드컵 SNS)[더게이트]
또 한번 '축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경기 종료 직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수비 모드'로 움츠린 잉글랜드를 상대로 아르헨티나가 마지막 순간 두 골을 몰아치며 역전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를 2대 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의 동점골과 추가시간에 터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결승골이 승부를 갈랐다. 두 골 모두 리오넬 메시의 어시스트에서 나왔다.
경기 종료 7분 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패색이 짙어 보였다. 0대 1로 끌려가는 사이 경기 종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믿었던 리오넬 메시마저 나이를 속일 수 없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내내 잉글랜드의 촘촘한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했다. 자기보다 18살 어린 니코 오라일리와 몸싸움하느라 애먹는 메시를 두고 ESPN은 "지쳐 보였다"고 평가했고, 디 애슬레틱의 올리버 케이 기자는 "메시가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평했다.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향한 도전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듯했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했다(사진=FIFA 월드컵 SNS)
결정적 순간에 깨어난 메시
하지만 메시는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깨어났다. 종료 6분 전에는 수비수 여러 명을 자석처럼 끌어당긴 뒤 페르난데스에게 공간을 열어젖혀 동점 골을 도왔고, 추가 시간에는 정확한 오른발 크로스로 마르티네스의 머리를 겨냥해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날 도움 두 개를 추가한 메시는 월드컵 토너먼트(16강 이후) 단계에서만 통산 10번째 도움을 올려, 최근 60년간 다른 어떤 선수보다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 2022년 카타르 대회부터 이어온 11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역시 1966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월드컵 통산 전체 도움도 12개로 늘어나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승리 눈앞에서 잉글랜드가 자멸한 데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소극적인 '수비 모드'가 결정적이었다.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 페르난데스에게 동점골을 내주기까지 31분 동안 잉글랜드의 볼 점유율은 고작 12%에 불과했다. 이 시간 동안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의 위험 지역에서 공을 터치한 횟수는 단 9회로, 무려 165회의 터치를 기록한 아르헨티나와 대조를 이뤘다.
투헬 감독은 앞선 멕시코전과 노르웨이전에서도 리드를 잡으면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날 역시 후반 수분 보충 시간 이후 5-4-1 대형으로 내려온 것이 화근이었다. 투헬은 굳히기를 위해 에즈리 콘사, 댄 번, 니코 오라일리 등 수비 자원을 차례로 투입했다. 공격수인 마커스 래시퍼드와 이반 토니는 역전골을 얻어맞은 뒤에야 뒤늦게 그라운드를 밟았다. 잉글랜드는 선제골 이후 슈팅을 단 세 차례밖에 시도하지 못했고, 후반 33분 이후로는 아예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니콜라스 곤살레스와 로드리고 데파울을 넣어 '닥공'을 시도했다. 후반 36분에는 마르티네스까지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고, 이 선택이 적중했다. 디 애슬레틱의 팀 스피어스 기자는 특정 선수의 실책이 아닌, 투헬 감독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빚어낸 참사라고 꼬집었다.
또 한번 미끄러진 잉글랜드(사진=FIFA 월드컵 SNS)
60년 동안 되풀이되는 무관의 잔혹사
잉글랜드에 이번 패배는 너무나 익숙하고 아픈 기억의 반복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 서독전 승부차기 패배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 크로아티아전 역전패, 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 눈물까지. 메이저 대회 결선 토너먼트라는 큰 무대만 서면 지키는 축구를 하려다 무너지는 잔혹사가 또 반복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을 바탕으로 잉글랜드의 오랜 무관 사슬을 끊어줄 구원자로 영입된 투헬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투헬 감독은 BBC 인터뷰에서 "너무 수동적으로 임하다 점유율을 완전히 내줬다. 리드를 잡았을 때의 경기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며 뒤늦게 아쉬워했다.
결승행의 주역이 된 마르티네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마르티네스는 "정말 믿기지 않는 밤이다. 알렉시스 마크 알리스테르와 파쿠 메디나에게 내가 들어가서 경기를 뒤집겠다고 미리 말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칼로니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는 "선수들은 매번 믿을 수 없는 투지로 나를 놀라게 한다. 우리가 유일무이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마지막까지 성원을 보내준 팬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토너먼트 네 경기를 모두 연장전 혹은 극적인 역전승으로 뚫고 올라온 아르헨티나의 뒷심은 결승 무대로 이어진다. 마지막 상대는 유럽의 강호 스페인이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전마저 승리로 장식할 경우, 과거 이탈리아(1934·1938년)와 브라질(1958·1962년)에 이어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하는 역대 세 번째 나라로 축구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잉글랜드는 프랑스와 3~4위전에서 대회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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