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 세금으로 크는 KBO…웨일즈 '청구서'는 누구의 몫인가 [더게이트]
울산 웨일즈 창단식 장면과 김상욱 울산시장(사진 왼쪽)울산 웨일즈 창단식 장면과 김상욱 울산시장(사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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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야구 관련 단체들이 성명서를 냈다. 해당 단체들은 김상욱 울산시장의 웨일즈 운영 숙고 발언에 "울산 웨일즈를 정치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깊은 유감과 강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즌이 한창인데 구단 존립을 거론한 건 "매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도 했다. 성명서 안에 담긴 건 야구계의 정서다. 야구단 하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 야구가 예산 논리 앞에 작아지는 데 대한 서운함. 평생을 야구에 바친 이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물을 건 물어야 한다. '정치의 대상'이라는 여섯 글자 때문이다. 야구를 정치에서 떼어내자는 말, 백번 옳다. 문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과연 정치냐는 것이다.

-김상욱 시장의 고민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다-

울산 웨일즈 선수들울산 웨일즈 선수들

울산 웨일즈는 시민의 세금으로 태어나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연간 60억 원. 세금으로 태어난 팀이 세금의 검증을 받는 건 정치 공세가 아니라 행정의 기본이다. 기업 구단이라면 어떤 시장도 존립을 거론할 수 없고, 거론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웨일즈는 다르다. 돈의 출처가 시민 세금이라면, 물음의 주체도 시민일 수밖에 없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부터 보자. 김 시장은 최근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에 60억 이상의 시 예산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시의 예산이 들어간다면 기본적으로 시민들께서 예산을 쓰는 데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구단에 준 주문을 소개했다. "다음 평가 전까지 시민들께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민들께서 '예산 지원해도 괜찮다'라고 의견이 모일 수 있는 야구 구단이 되어 달라."

해체 선언이 아니다. ‘과연 웨일즈에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시민에게 물어보겠다는 것, 그전까지 시민이 납득할 구단 운영을 해달라는 것. 시한과 기준을 미리 알려준 숙제에 가깝다.

야구계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의 거론을 문제 삼지만, 그 논리를 따라가면 이상한 곳에 닿는다. 시즌 중엔 성역이고, 시즌이 끝나면 이미 내년 예산이 편성돼 있을 테니, 결국 1년 내내 건드릴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 중에 그런 특권을 누리는 사업은 없다.

창단 과정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5년 10월 21일 창단 준비 소식이 처음 알려졌고, 11월 5일 울산시와 KBO가 협약을 맺었으며, 12월 10일 KBO 이사회가 참가를 승인했다.

해를 넘기자마자 초대 단장과 감독이 선임됐다. 협약부터 사령탑 선임까지 두 달 남짓.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이렇게 빠른 창단은 없었다. 일본에선 독립야구단 하나가 생길 때도 선수 수급과 운영비 조달을 놓고 2, 3년을 고민한다.

두 달 만에 태어난 팀에 자생의 설계도가 온전히 갖춰졌을 리 없다. 해마다 60억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시민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내밀한 창단 과정을 아는 이도 허구연 KBO 총재와 김두겸 전임 울산시장 밖에 없다. 지금의 숙고는 그때 생략된 질문을 뒤늦게 던지는 일이기도 하다.

-울산 시민의 세금은 누구의 미래에 투자되는가-

'울산시가 전국 지차체론 최초로 프로야구 2군 구단을 창단하려 준비 중'이란 소식이 처음 들린 건 2025년 10월 21일이다. 그리고 2개월 후 실제 구단이 창단됐고, 2026시즌부터 2군 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이처럼 빠른 구단 창단과 2군 합류가 이어졌지만, 10개월이 흐른 지금도 울산 웨일즈는 '자립'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단 창단 때부터 어떻게 운영비를 조달할 것인지, 시민의 세금을 어떻게 줄여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던 까닭이다. 웨일즈 창단 과정을 잘 아는 울산시 관계자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구단이 창단됐다. 당시 시장에게 웨일즈 창단은 매우 큰 업적으로 인식될 호재였다"며 "운영비와 관련된 고민을 폭넓게 할 시간이나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웨일즈 탄생의 근본 배경을 아는 이는 허구연 KBO 총재와 김두겸 전임 울산시장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울산시가 전국 지차체론 최초로 프로야구 2군 구단을 창단하려 준비 중'이란 소식이 처음 들린 건 2025년 10월 21일이다. 그리고 2개월 후 실제 구단이 창단됐고, 2026시즌부터 2군 리그에서 활동 중이다. 이처럼 빠른 구단 창단과 2군 합류가 이어졌지만, 10개월이 흐른 지금도 울산 웨일즈는 '자립'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단 창단 때부터 어떻게 운영비를 조달할 것인지, 시민의 세금을 어떻게 줄여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던 까닭이다. 웨일즈 창단 과정을 잘 아는 울산시 관계자는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구단이 창단됐다. 당시 시장에게 웨일즈 창단은 매우 큰 업적으로 인식될 호재였다"며 "운영비와 관련된 고민을 폭넓게 할 시간이나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웨일즈 탄생의 근본 배경을 아는 이는 허구연 KBO 총재와 김두겸 전임 울산시장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계는 "야구는 단순한 예산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한다. 좋다. 그럼 묻자. 누구의 미래인가.

웨일즈에는 일본인 셋을 포함해 외국인 선수 넷이 뛰고 있다. 이들이 활약하면 KBO 구단들이 아시아쿼터로 데려갈 수 있다. 울산 시민의 세금이 외국인 선수의 KBO 진출 무대를 깔아주는 것. 이것에 대해 야구계는 어떤 답을 줄 것인가.

국내 선수 육성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는 관중 1231만 명, 입장 수입 2046억 원을 넘긴 산업이고, 모그룹 대부분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 리그에 뛸 유망주나 예비 선수 육성을 KBO나 10개 구단이 책임지지 않고, 왜 울산 시민이 대납해야 하나.

게다가 허구연 KBO 총재는 웨일즈의 1군 승격 가능성을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프로야구엔 승강제가 없다. 울산 시민은 웨일즈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2군 경기만 봐야 한다는 뜻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그 미래가 울산의 것이어야 한다. 지금 구조에서 미래는 KBO의 것이고, 청구서만 울산의 것이다.

자생의 길도 막혀 있다. 웨일즈가 돈을 벌 방법은 크게 둘, 표를 팔거나 선수를 파는 것이다. 평균 유료 관중은 1300명 수준. 그것도 개막 몇 경기를 빼면 관중수가 더 떨어진다.

표값을 아무리 후하게 계산해도 한 시즌 입장 수입은 연 60억 운영비의 몇분의 일도 안 된다. 선수 장사는 어떤가. 한 시즌 이적 가능 인원은 최대 5명, 이적료는 해당 선수 연봉을 넘길 수 없다.

웨일즈가 재정난을 이유로 규정 예외를 요청했지만 KBO 실행위원회는 지난 6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 장사는 안 되고 선수 장사는 막혔다. 이 산수 앞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공허하다. 안정적인 운영이란, 지금 구조에선 안정적인 세금 투입의 다른 말일 뿐이다.

-"축구는 왜 놔두냐"는 물음에 대하여-

일부 야구계의 반론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다. 울산시가 K3리그 울산시민축구단을 지속 지원해왔다는 점을 들어 "특정 종목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야구에 대해서만 예산 논리를 앞세운다면 시민들의 공감과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온다. 시민프로축구단은 가만히 놔두면서 왜 웨일즈만 잡느냐고.

이 논리의 정체를 정확히 봐야 한다. 이건 옆집도 무단횡단하는데 왜 나만 잡느냐는 항변이다. 답은 간단하다. 둘 다 잡으면 된다. 시민 세금이 전적으로 투입되는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 시민축구단은 기형 그 자체다. 축구 역시 개혁 대상이다.

전국의 K리그 시민구단들을 보라. 이름만 시민구단이지 실제로는 ‘시청 구단’이다. 유럽에서 시민구단이란 시민이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고, 총회에서 투표하고, 구단을 실제로 소유하는 걸 말한다. 시민의 돈으로 시민이 운영한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시민은 돈만 낸다. 그것도 자기가 내는 줄도 모른다. 세금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운영은 단체장이 구단주를 겸하고, 대표이사 자리엔 선거 때마다 논공행상 낙하산이 내려앉는다. 시청 구단을 넘어 아예 ‘관영구단’이다.

성적이 나쁘면 강등을 막자며 세금을 넣고, 좋으면 기세를 살리자며 또 넣는다. 이기든 지든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 세상에 그런 사업은 없다.

그러니 축구를 근거로 야구를 봐달라는 논리는 방향이 틀렸다. 축구의 기형이 야구의 기형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야구의 재검토가 축구의 재검토로 확장돼야 한다. 야구계가 무심코 꺼낸 형평성 카드는, 사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전체의 세금 의존 구조를 수술대에 올리자는 제안서다.

-뿌리론은 부메랑이다-

야구계 목소리 가운데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많다. "지역 출신 선수를 안정적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초·중·고·대학으로 이어지는 지역 야구 육성 시스템부터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부분이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문장은 웨일즈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웨일즈를 겨누는 창이다. 연 60억이면 울산의 리틀야구, 학교 야구부, 사회인 야구에 해줄 수 있는 게 어마어마하다. 뿌리에 물을 주자면서 열매도 아닌 남의 화분에 60억을 붓는 게 지금의 구조다.

웨일즈에 존속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다. 개막전에 7299명이 들어찼고, 최지만이 합류했고, 누적 관중은 5만 명을 넘겼다. 2군 리그에 유료 관중이 들고 있다.

문제는 팀이 아니라 돈의 출처다. 답도 거기에 있다. 울산시가 운영에서 손을 떼고, 웨일즈를 인수해 운영할 기업을 공개적으로 찾는 것이다. 인수 기업이 나서면 웨일즈는 산다. 나서는 기업이 없다면 그건 시장(市場)이 이 사업에 내린 판정이니, 선수단 계약과 고용을 정리할 최소한의 시간만 두고 질서 있게 문을 닫으면 된다. 그것이 프로다.

어느 쪽이든 실패의 청구서가 시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 그게 진짜 재검토다.

일본 히로시마 카프를 보라. 창단 땐 현과 시가 출자했지만, 1951년 해체 위기 때 팀을 살린 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이었고, 1968년 재정난의 수렁에서 팀을 건진 건 지역 기업 도요공업(현 마쓰다)의 인수였다.

그 뒤로도 카프는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관중 수입과 굿즈로 스스로 벌어 산다. 위기 때마다 카프를 살린 건 세금이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 기업의 결단이었다.

야구계가 진정 야구를 정치에서 떼어내고 싶다면, 목소리를 향할 곳은 울산시청이 아니라 KBO와 10개 구단이다. 웨일즈가 제 발로 설 수 있게 이적료의 족쇄를 풀어달라고, 육성의 비용은 KBO와 10개 구단이 지겠다고. 그 목소리가 나오는 날, 울산의 야구는 비로소 정치에서 자유로워진다.

웨일즈의 항구적 운영과 관련해 김상욱 울산시장이 던진 질문은 울산 시민의 삶과 재정을 고민해야 하는 시장으로서 당연히 던져야할 질문이다. 이 질문을 울산시장만 던져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관영 구단'들에 대한 폭넓은 질문으로 이어져야만 세금을 자기 주머니 돈으로 여기는 행정의 관행이 타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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