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 수정? 단장님 '고맙다' 한마디에..." 가치주에서 대장주로, KT 최원준의 밸류 증명 [잠실 인터뷰]
최원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최원준(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잠실]

"단장님이 제 얼굴을 볼 때마다 '고맙다'고 해주시는 게 너무 큰 힘이 됩니다."

자신이 받은 몸값이 결코 오버페이가 아니었음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큰 기대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해 '가치주'에 머물렀던 최원준이 이제 우량주를 넘어 KT 위즈 타선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LG 트윈스전에서도 결승 3점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자신의 '밸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원준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1안타(1홈런) 3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1대 1로 맞선 2회초 2사 1, 3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원준은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의 초구 커터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에 힘입어 KT는 4대 3으로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최원준은 경기 후 "내 홈런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많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에는 훈훈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26학번' 배우 하지원이 던진 공이 타석에 선 최원준의 몸에 맞았는데, 사실은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맞았다고. 최원준은 경기 후 "사실 피할 수 있었지만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하지원 배우님을 너무 좋아해서 '맞아봐야지' 했는데 딱 몸쪽으로 날아오더라"라며 웃었다.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영화 '7광구'를 꼽았고, "생각보다 공이 묵직하더라"라는 너스레도 덧붙였다.

시구 전에는 복도에서 하지원과 만나 함께 사진도 찍었다고. 고양이처럼 예민했던 전과는 달라진 마음의 여유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최원준은 "예전엔 오늘처럼 첫 타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면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이 하는 예민한 성격이었다"면서 "지금은 최대한 빨리 잊고 리셋시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음 타석, 내일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KIA 타이거즈 시절에는 모자에 각종 다짐과 자기암시의 문구를 잔뜩 적어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그는 "모자에 아무리 써놓는다 한들 내 마음이 달라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굳이 문구를 써놓지 않아도 스스로 되새기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을 엄청 하고 있다"고 했다.

타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오스틴 딘(LG),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같은 정상급 타자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그 선수들도 터무니없는 타구를 칠 때가 있더라. 나보다 잘 치는 선수들도 저런 타구가 나오는데, 나라고 매번 완벽해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한다"며 스스로 위안을 얻는 방법을 전했다. 그러면서 "마음속 한편에는 항상 언젠가는 이 정도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오랜 기다림 끝에 지금의 활약을 맞은 소회도 밝혔다.

전광판도 가능하면 보지 않고, 자신의 기록도 일부러 챙겨보지 않는다. 최원준은 "타석에 들어갈 때는 안 보는데, 수비하러 나가 있을 때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오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며 "지금 본다 해봐야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몇 등인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다섯 경기 정도 남았을 때 팀 순위가 편하게 정해지면 그때는 조금씩 의식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9월쯤 되면 보겠다"고 덧붙였다.

최원준과 하지원(사진=KT)최원준과 하지원(사진=KT)


후배들에게도 든든한 선배, 클럽하우스까지 이끈다

최원준은 성적 외에 그라운드 밖에서도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면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까지 하는 중이다. 그는 "KIA에도, NC에도 두 달 있었지만 너무 좋은 형들을 많이 만났다. 그 선배들이 야단도 치고 좋은 얘기도 해주며 나를 성장시켜 줬다"며 "지금 여기 나보다 어린 선수들은 나보다 경기에 더 못 나간 선수들이 있다. 나처럼 오래 걸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일찍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마디씩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 중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와 질문하는 후배로는 권동진을 꼽으며 "동진이가 결혼도 하고 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드는지 요즘 더 많은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권동진과는 호주 스프링캠프 때부터 룸메이트로 지내며 다양한 야구 조언을 건네고 있다. 구단이 대형 FA를 영입할 때 기대하게 마련인 '야구 외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최원준이다.

4년 48억 원 FA 계약 당시만 해도 오버페이 지적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계약이 헐값처럼 보일 정도다. 지금이라도 계약서를 수정하고 싶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최원준은 웃으며 "수정해주시면 너무 좋죠. 근데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어 "단장님이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시는 게 너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며 "내가 KT와 계약했을 때 말이 많았다. 지난 시즌에 못했으니까. 이제 단장님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야구장에서 증명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야구장 밖에서도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최원준은 오는 8월 4일 첫딸을 품에 안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곧 딸이 태어나는데, 딸에게 야구장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공교롭게도 출산 예정일인 8월 4일은 KT의 광주 원정 경기가 예정돼 있다. 최원준은 "월요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며 아쉬움을 전한 뒤 "기차를 타고 뒤에라도 나갈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 아내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조금씩 구단과도 이야기해 보려던 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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