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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페드로 아빌라(사진=SSG)[더게이트]
왜 이런 투수가 이제야 나타난 건가. SSG 랜더스의 새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가 16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환상적인 피칭을 펼치며 최고의 데뷔전을 치렀다. 6이닝 3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 영입 당시 여러 우려가 있었고 본인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볼 스피드도 이날 최고 시속 155km까지 뿌리며 이상 없음을 알렸다.
새 외국인 투수가 이런 호투를 보여주면 보통은 희망과 낙관의 시나리오가 뒤따른다. 남은 시즌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 보통다. 그러나 지금의 SSG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거나, 기차가 떠난 뒤에 손을 흔드는 격에 가깝다. 남은 시즌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페드로 아빌라(사진=SSG)
이미 소멸 직전인 가을야구 확률
SSG는 16일 승리에도 32승 3무 52패, 승률 0.381로 여전히 9위에 머물러 있다. 8위 롯데 자이언츠와는 6경기 차, 5위 두산 베어스와는 무려 11경기 차다. 오히려 8위와의 거리보다 10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거리(3.5경기)가 더 가까운 상황이니, 5강은 사실상 멀어졌다고 봐야 한다.
피타고라스 기대승률을 기반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계산하는 통계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SSG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0.1%에 불과하다. 앞으로 단 1패만 더하면 0%가 된다. 또 다른 통계사이트 하드힛 기준으로는 이미 지난달 30일에 0.0%에 도달해, 10위 키움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가을야구 가능성이 소멸했다.
5강 진출의 마지노선인 5할 승률로 시즌을 마감하려면, SSG는 남은 경기에서 39승 18패, 승률 0.684를 기록해야 한다. 이 정도 승률은 SSG가 아니라 나눔 올스타팀으로 후반기를 치러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SSG의 전력과 남은 시즌 스케줄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SSG의 붕괴는 시즌 개막 초반부터 예견된 측면이 있다. 외국인 에이스 드류 앤더슨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김광현마저 어깨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팀 1선발이었던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에 연이어 구멍이 뚫렸다. 대신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은 어디서 이런 선수들만 골라서 데려오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외국인 투수와 아시아쿼터 5명이 시즌 동안 합작한 승수가 5승에 불과할 정도로 마운드 잔혹사가 이어졌다.
선발이 무너지자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렸다. 체력이 넘치는 시즌 초반에는 그런대로 버텼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펜 투수들도 하나둘 무너졌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최강의 필승조 노경은·조병현·이로운이 동반 부진에 빠진 SSG의 전반기 팀 평균자책은 5.84. SSG는 구단 최다 13연패와 9연패를 각각 한 차례씩 경험하며 전반기를 9위로 마감했다.
뒤늦게 외국인 투수 앤서니 베니지아노(16경기 2승 5패 평균자책 6.10)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결단이 내려진 시점은 이미 전반기가 다 끝나고 사실상 가을야구 가능성이 소멸한 뒤였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아빌라가 인상적인 호투를 보여줬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전반기 내내 팀이 무너지는 동안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사실상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후반기 '가을야구'처럼 꿈 같은 소리를 해선 안 된다. 그보단 무너진 팀을 수습하고 세대교체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회를 마련하는 현실적인 계획을 짜는 편이 낫다. 새 외국인 투수와 대체 외국인 타자를 기둥으로 삼아, 미래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의미있는 후반기를 보낼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맞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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