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성추행' 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배구팬들은 가해자 영구제명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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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뿐인 사과문이다.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정작 고개 숙여야 할 대상도, 실효성 있는 대책도 모두 대충 뭉갰다. 사건이 터진 지 반년이 흐른 시점에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가 떠밀리듯 내놓은 사과문이 팬들의 분노에 오히려 불을 질렀다. 분노한 배구 팬들은 감독과 코치의 영구제명 서명운동까지 시작했다.

정관장은 17일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1월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소속 코치의 성추행 사건에 관한 구단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입장문 그 어디에서도 범죄의 실체인 성추행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관장이 발표한 사과문(사진=정관장 SNS)정관장이 발표한 사과문(사진=정관장 SNS)


"성추행" 대신 "지도자 사안"

정관장은 사과문에서 "최근 보도된 지도자 관련 사안으로 팬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구단은 올해 5월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관련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분리 조치를 하고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본질을 가린 불투명한 단어 선택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성범죄 사건을 "지도자 관련 사안"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덮었다. 사태를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구단이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무엇 때문에 머리를 숙였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이 빠졌다는 점이다. 정관장은 사과문 내내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만 반복해 사죄했다. 가장 큰 상처를 입은 피해 선수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는 대목은 단 한 줄도 없다. 구단이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보듬어야 할 당사자가 철저히 배제된 셈이다. 추악한 사건을 '심려를 끼쳤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도 볼썽 사납다.

구단이 사건을 파악하기까지 걸린 미스터리한 시간차도 해명하지 못했다. 정관장은 "5월에 사안을 인지하고 즉시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시점은 1월이었고, 그 회식 자리에는 고희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함께 있었다. 현장에 수장이 있었음에도 구단이 사태를 인지하는 데 왜 4개월이나 걸렸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사과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 동석했던 고희진 감독의 책임 역시 사과문에서 통째로 지워졌다. 고 감독은 성추행이 일어난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고, 사후에는 "몰랐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과문은 가해 코치의 사퇴 사실만 짧게 언급할 뿐, 고 감독의 묵인 정황과 관리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재발 방지 대책도 여느 위기 상황에서 보아오던 뻔한 문구들의 조각 모음 수준이다. "예방 교육과 관리 체계 강화"라는 선언적 문장만 있을 뿐이다. 경직된 회식 문화나 선수단 내 수직적 관계 개선, 내부 신고 시스템 개편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쇄신책은 내놓지 못했다.

팬들, 결국 서명운동 나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을 마주한 배구팬들의 분노가 들끓는 분위기다. 팬들은 SNS와 커뮤니티에서 "말장난에 불과한 꼬리 자르기"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팬은 가해 코치와 고 감독의 처벌 및 배구계 영구제명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을 취합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에 탄원서를 직접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관장 코치의 성추행 사건은 현재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가 한창이다. 기초 조사는 마무리됐으며 최종 심의 결과는 8월 말쯤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영혼 없는 사과문 하나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정관장 구단이 답해야 할 질문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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