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암시했다가 '화창한 곳' 언급까지...르브론의 알쏭달쏭 화법, 이쯤되면 즐기는 듯?
토크쇼 '더 숍'에서 발언하는 르브론(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토크쇼 '더 숍'에서 발언하는 르브론(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슬쩍 던지고 빼기, 살짜쿵 흘리고 부인하기. 르브론 제임스가 최근 들어 반복하고 있는 화법이다. 필라델피아를 연상케 하는 단어를 꺼냈다가 이내 손사래를 치고, 곧바로 다른 지역을 암시하는 듯한 힌트를 흘려 관중석을 다시 술렁이게 만든다. 본인은 이 모든 상황을 꽤 즐기는 눈치다.

제임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 센터에서 열린 '파나틱스 페스트' 행사에서 자신의 유튜브 토크쇼 '더 숍' 공개 녹화에 출연했다. 르브론은 지난 8년간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절친인 매버릭 카터와 함께해온 MC 자리를 이날을 끝으로 배우 겸 래퍼 트래비스 베넷과 코미디언 스틸로 브림에게 넘긴다. 이날 게스트로는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와 미국 축구 국가대표 폴라린 발로군이 함께했다.

르브론 제임스(사진=NBA.com)르브론 제임스(사진=NBA.com)


"발표할 내용 없다"...웃으며 넘긴 질문

선글라스와 야구모자 차림으로 무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제임스는 이번에도 행선지에 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새 진행자 브림이 거취를 캐묻자 환한 미소와 함께 "아직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객석을 채운 약 5000명의 관중이 실망 섞인 야유와 탄식을 쏟아냈다.

브림은 물러서지 않고 "전 세계가 이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다들 경기 일정을 짜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며 압박했다. 이는 전날 애덤 실버 NBA 총재가 같은 행사장에서 던진 발언을 겨냥한 말이었다. 실버 총재는 CNBC 스포츠 앤드 보드룸 게임 플랜 서밋 무대에서 "르브론이 어디서 뛰느냐에 따라 일정이 달라진다"며 "구단과 중계방송사 모두 문의가 빗발치고 있으니 이제는 결정을 발표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SPN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제임스가 실제로 최종 결정에 근접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자신이 어떤 조건의 구단을 원하는지 설명하던 제임스는 "가장 중요한 건 경쟁하고 싶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고 싶다"면서 "나와 같은 모토를 공유하는 구단에 합류하고 싶은데, 그건 매일 우승하는 습관을 실천하면서도 무엇보다 '과정을 신뢰하는 것(trust the process)'"이라고 말했다.

'과정을 신뢰하라'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샘 힌키 전 단장 체제로 리빌딩을 진행하던 시절 내세운 슬로건이자, 현재 필라델피아의 간판 조엘 엠비드의 별명이기도 하다. 제임스 입에서 이 단어가 나오자 필라델피아 팬들의 환호와 다른 팀 팬들의 야유가 뒤섞이며 장내가 소란해졌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당시 무대 위 누군가가 제임스의 발언이 필라델피아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부인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제임스는 곧바로 농담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2003년 드래프트된 이후로 늘 '과정을 신뢰하라'는 말을 해왔다. 그때 엠비드가 태어나기는 했는지 모르겠다"며 웃어넘긴 것.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제임스는 이어 "다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과정을 신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화창한 곳'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고, 이 대목에서도 관중석 일부가 야유로 반응했다.

디 애슬레틱은 "화창한 곳"이라는 표현이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을 겨냥한 언어유희일 수도 있고, 혹은 마이애미나 골든스테이트처럼 날씨가 좋은 지역의 구단을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반면 현재 영입전에 뛰어든 클리블랜드, 미네소타, 덴버 등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좋은 지역으로 꼽히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확정된 해석은 아니라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은퇴 시점에 관한 질문에도 여유는 여전했다. 39세 조코비치와 나란히 무대에 앉은 제임스는 "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선수에게 은퇴 서사를 강요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롤링스톤스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50~60년째 투어를 도는데도 누구도 그만두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최근 8시즌 연속 서로 다른 우승팀이 나온 점을 짚으며 "어느 팀이든 이번 시즌은 우리 차례일 수 있다고 믿는 흐름이 흥미롭다"는 말도 남겼다.

결국 이번 방송에서도 확실해진 건 없다. 필라델피아를 흘렸다가 부인하고, 화창한 곳이라는 힌트로 다시 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통에 마이애미와 골든스테이트 팬들만 애가 타게 됐다. 마이크 앞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은 제임스의 모습을 보면, 이 밀당을 가장 즐기고 있는 건 결국 제임스 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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