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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코로나19 시절 KBO리그를 중계한 레비치(사진=ESPN 방송 화면)[더게이트]
메이저리그가 멈춰 섰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미국 전역에 KBO리그 중계를 전하던 친숙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놓게 됐다. ESPN의 대규모 감원 칼바람 속에 33년 동안 일터를 지켜온 베테랑 캐스터 칼 레비치가 정리를 통보받았다.
22일(한국시간)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ESPN은 최근 NFL 네트워크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며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레비치를 비롯해 톰 펠리세로 기자 등 방송사를 대표해 온 간판급 인물들이 대거 해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시절 KBO리그를 중계한 레비치(사진=ESPN 방송 화면)
KT 위즈가 선물한 응원가…한국야구와 끈끈한 인연
레비치는 1993년 입사 후 '스포츠센터' 앵커와 '베이스볼 투나잇' 진행자를 거친 메이저리그 중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2022년부터는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메인 캐스터를 맡아 4년 연속 자리를 지켰고, 해고 통보 직전인 21일에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LA 다저스전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2020년 미국 프로야구가 중단되자 ESPN이 KBO리그를 대체 편성했고, 레비치는 그 중계의 메인 마이크를 잡았다. 당시 레비치는 "타구가 얼마나 높이 뜨는지가 아니라 배트가 얼마나 오래 하늘에 떠 있는지를 보라"며 한국의 '빠던(배트 플립)' 문화를 재치 있게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KT 위즈 응원단이 그를 위한 전용 응원가를 제작해 미국 안방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 1월 단행된 NFL 네트워크 인수의 여파다. ESPN은 지분 10%를 넘겨주며 조직을 흡수했고, 본사 브리스톨과 뉴욕, LA에 분산된 인력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감축을 피하지 못했다. 지미 피타로 ESPN 회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NFL 자산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조직 구조를 재평가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려운 결정이지만 회사 전반에 걸쳐 인력 조정 통보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감원의 여파는 전방위적이다. 지난 21일에는 NFL 분석가 라이언 클라크가 생방송 'NFL 라이브'를 진행하던 도중 해고 소식을 접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외신 보도가 먼저 흘러나오자 ESPN 측이 당초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황급히 전달한 결과다. 간판 출연자 톰 펠리세로 역시 기존 애덤 셰프터와 이언 라포포트 중심의 2인 체제에 밀려 자리를 잃었다. 전 NFL MVP 캠 뉴턴과 1997년부터 자리를 지킨 데이비드 로이드, 부상 전문 분석가 스테퍼니아 벨도 짐을 쌌다.
모기업 월트디즈니컴퍼니 역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픽사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수백 개 직위를 줄이고 있어 구조조정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모양새다. 2015년 이후 수시로 대규모 감원을 감행해 온 ESPN이지만, 33년 베테랑까지 단칼에 잘라내는 냉정한 현실은 스포츠 미디어 업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해서 남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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