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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지난 황금사자기 대회. 교체되는 김지율이 이영복 감독에게 목례하고 있다(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더게이트]
24일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키움 라울 알칸타라다. 18경기에 등판해 113이닝을 던지며 최다 이닝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를 이어 제임스 네일(109.2이닝), 애덤 올러(108.2이닝), 아리엘 후라도(107이닝) 등 외국인 투수들이 순위표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두산 곽빈이 103이닝으로 가장 많다.
그런데 연간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가 아닌, 팀당 많아야 30경기를 치르는 고교야구에서 프로 투수 못지않게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가 있다. 바로 서울의 충암고등학교 3학년 우완 에이스 김지율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지난 황금사자기 대회 김지율(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대통령배 6일 동안 18.2이닝
김지율은 23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제60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경북고전에 2회 2사 후 구원 등판했다. 7.2이닝 동안 88구를 던지며 5실점(2자책)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다. 충암고는 연장 10회 승부 끝에 5대 6으로 역전패하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이날 경기만 보면 사실 김지율의 등판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고교야구에서는 오프너를 먼저 올린 뒤 경기 상황을 보고 에이스를 마운드에 올리는 운영이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 이전의 등판 일지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지율은 이틀 전인 21일 북일고와의 경기에서도 2회부터 등판해 4.1이닝을 던졌다. 총 59구를 던지며 비자책 1실점만 허용하는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사흘 전인 18일 대통령배 1회전 김해고전에서도 3회 1사 후 등판해 6.2이닝 동안 58구를 던지며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종합하면 3경기에서 6일 동안 18.2이닝을 혼자 책임진 셈이다.
시즌 전체로 보면 더 놀랍다. 김지율은 올해 팀이 치른 25경기 가운데 22경기에 등판해 총 106이닝을 던졌다. 총 투구수는 1497구, 12승 2패로 최다승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에는 다승 공동 1위 그룹이 9승으로 아직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김지율은 이미 12승을 거뒀다.
공식 경기 이닝만 따지면 알칸타라·네일·올러·후라도보다 던진 이닝수가 적지만, 비공식 등판까지 합하면 격차가 단숨에 좁혀진다. 우선 전국체전 서울예선에서 던진 6.2이닝을 더하면 112.2이닝으로 네일과 올러를 앞선다.
여기에 신세계 이마트배 개막 전 열린 '성남시 고교야구 최강전'에서도 2경기 5.1이닝을 던졌다. 이를 반영하면 총 이닝은 118이닝으로 늘어나 알칸타라마저 넘어선다. 한 스카우트는 "다른 비공식 대회나 연습경기까지 합하면 거의 130이닝 이상 던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암고 잔혹사' 10년째 반복
김지율의 이런 워크로드는 최근 10년간 다른 고교 투수들과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연간 최다이닝 투수 10명 가운데 4명이 충암고 소속이다. 2017년 충암고 김재균은 20경기에서 115.2이닝을 던졌고, 2022년에는 강릉고 조경민이 25경기에서 105.1이닝을 던져 100이닝을 넘겼다. 충암고 소속으로는 2021년 이주형이 22경기 91이닝, 2023년 박건우가 20경기 94.1이닝을 던졌다.
2026년 충암고 김지율: 22경기 12승 2패 106이닝 1497구
2025년 대구고 김민준: 20경기 10승 0패 78.2이닝 1091구
2024년 대전고 김현재: 18경기 11승 1패 95이닝 1438구
2023년 충암고 박건우: 20경기 12승 1패 94.1이닝 1263구
2022년 강릉고 조경민: 25경기 11승 2패 105.1이닝 1244구
2021년 충암고 이주형: 22경기 9승 2패 91이닝 1263구
2020년 인상고 나병훈: 19경기 9승 1패 63이닝 863구
2019년 강릉고 김진욱: 21경기 11승 1패 91이닝 1312구
2018년 제물포고 형관우: 22경기 10승 1패 82이닝 1253구
2017년 충암고 김재균: 20경기 11승 0패 115.2이닝 1825구
충암고 김재균의 투구장면특히 2017년 김재균은 5일 동안 무려 437구를 던지는 초인적인 일정으로 당시 큰 논란이 됐다. 충암고 좌완 투수 김재균은 팀이 치른 봉황대기 총 7경기 가운데 6경기에 등판했다. 선발로 4경기, 불펜으로 2경기 등판했는데, 선발이든 불펜이든 등판할 때마다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김재균이 등판하지 않은 경기는 콜드게임으로 이긴 8월 25일 부천 진영고전뿐이었다.
8월 14일 경기고와의 1회전 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재균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104구였다. 1회전 마지막 경기였던 19일 성남고전에서는 8.1이닝 3실점(1자책)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고교야구 한계 투구수인 130구 직전인 129구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31일 율곡고와의 4강전에도 김재균이 다시 등판했다. 4회에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던지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89구).
이틀 연속 공을 던진 김재균은 결승전에도 또 투입됐다. 3일 연속 등판이었다. 충암고는 에이스를 3일 연속 등판시켰지만 야탑고에 1대 2로 패했다. 김재균은 봉황대기 총 6경기에서 670구를 던졌다. 경기당 평균 100구 이상을 던진 셈이다. 16강전이던 8월 28일부터 결승전이 열린 9월 1일까지, 김재균은 무려 437구를 던졌다.
키움 시절의 변시원(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충암고 투수 중 또 하나의 유명한 사례는 전 두산·키움 투수 변시원(개명 전 변진수)이다. 변시원은 2011년 충암고 에이스로 뛴 고3 시절, 공식 기록으로 주말리그 예선을 포함해 총 14경기 9승 0패, 98.2이닝, 평균자책 1.10, 탈삼진 99개를 기록했다. 이닝은 100이닝을 넘지 않았지만, 제65회 황금사자기에서는 5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두며 총 45이닝 평균자책 0.90, 탈삼진 38개를 기록했다.
당시 변시원은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홀로 완투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는 3일 연속 선발 등판해 완투하는 초인적인 투구로 큰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낳았다. 변시원의 혹사 논란은 이후 한국 고교야구에 '투구수 제한' 제도가 도입되는 단초가 됐다.
안타깝게도 이 리스트에 거론된 투수들 가운데 프로 무대에서 고교 시절만큼 두각을 드러낸 투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충암고 출신 변시원과 김재균은 프로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고, 이주형은 SSG 소속으로 아직 1군 기록이 없다. KT 박건우는 지난해 입단 후 팀의 배려로 전반기 내내 공을 던지지 않고 몸을 만드는 기간으로 삼았다. KT 이강철 감독은 "고교 때 많이 던졌다. 우리가 반년을 쉬게 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아직 선수의 미래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김지율은 좋은 투구 메커니즘과 제구력, 게임 운영 능력을 갖춰 미래가 기대되는 투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이번 16강전 탈락으로 당분간 충암고의 전국대회 일정이 없다는 것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대통령배는 끝났고, 봉황대기는 탈락했으니 당분간 쉴 수는 있겠다. 혹시 전국체전에 올라간다면 모를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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