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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3안타를 터뜨린 구자욱(사진=삼성)[더게이트=잠실]
"우리는 날이 좀 더워야 타선이 터지는데..."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 원정 경기를 앞두고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남긴 말이다. 전날까지 고척 경기에서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아 애를 태웠던 박 감독은 "이상하게 고척만 가면 경기가 답답한 흐름으로 간다. 찬스는 잡는데 해결이 안 된다"면서 "시원해서 그런가. 우리는 더워야 타선이 터지는데"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이날 경기는 박 감독의 말 그대로 흘러갔다. 낮 최고 기온 32도의 찜통 더위 속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10차전에서 삼성 타선은 두산의 국내 에이스이자 리그 다승·평균자책 1위 투수 최민석을 상대로 폭발적인 타격을 쏟아내며 15대 4 대승을 거뒀다.
강민호(사진=삼성)
팽팽할 것 같던 투수전, 2회부터 기울다
애초 이날 경기는 타격전보다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최민석은 올 시즌 두산은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였다. 강력한 투심과 커터를 무기로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 2.19로 1위, 9승으로 다승 공동 1위를 달렸고 이날 데뷔 첫 10승에 도전했다. 삼성 역시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선발로 나섰다. 박진만 감독은 "최고의 투수를 만나게 됐다. 우리도 페덱이 등판하는 만큼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1회만 놓고 보면 완벽한 투수전 페이스였다. 최민석은 세 타자를 단 9구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4분 만에 1회초를 지웠다. 페덱도 1회 박찬호에게 선두타자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타를 내주지 않고 무실점,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2회부터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2아웃 이후 류지혁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고, 전날 결승타의 주인공 이재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려 1대 0으로 앞서나갔다.
3회에는 아예 타자일순하며 9점을 몰아쳤다. 선두타자 강민호의 볼넷을 시작으로 김성윤의 좌전안타와 구자욱의 내야안타로 만루를 만든 삼성은 최형우가 몸쪽 커터를 받아쳐 1루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어 르윈 디아즈도 낮은 투심을 공략해 1-2간을 가르는 땅볼 안타로 한 점을 더했다.
흔들리던 최민석은 류지혁을 2루 땅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다. 이재현의 땅볼 타구도 유격수 정면으로 향해 그대로 이닝이 끝나는 듯했지만, 여기서 박찬호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끝나야 할 이닝이 이어졌다. 박찬호의 송구가 높게 날아가면서 강승호가 점프하며 간신히 공을 받아냈지만, 타자주자 이재현의 발이 먼저 베이스에 닿아 세이프. 3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되며 이닝이 계속됐다.
맥이 풀린 최민석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만루를 내준 뒤 강민호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 김지찬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아쉬움 속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두산은 구자욱을 상대로 좌완 이병헌을 올렸지만, 구자욱이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점수는 순식간에 10대 0으로 벌어졌다. 삼성은 3회에 일찌감치 선발 전원 출루를 기록했다(시즌 100번째, 팀 12번째).
페덱(사진=삼성)
7회·9회에도 추가점, 최다 실점 안겼다
두산이 4회말 공격에서 유니오 세베리노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삼성은 곧바로 5회초 공격에서 구자욱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달아나며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7회 3점, 9회 1점을 더한 삼성은 최종 15대 4로 승리했다.
이날 삼성 타자들은 장단 17안타와 6볼넷을 묶어 15득점을 뽑아내며 최근 고척 원정에서 겪은 타선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팀 평균자책 1위팀 두산에게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의 기록도 안겼다(종전 13실점). 구자욱이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고, 노장 최형우와 강민호도 각각 2타점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타선 지원을 받은 페덱은 6이닝 6피안타 무4사구 2실점 호투로 한국 무대 데뷔 후 2연승을 달렸다. 최고 152km/h의 위력적인 포심을 비롯해 커터, 커브, 체인지업, 싱커, 스위퍼까지 6가지 구종을 섞어가며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반면 최민석은 2.2이닝 7피안타 4볼넷 1탈삼진 10실점(4자책)으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을 허용했다. 종전 최민석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은 5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기록한 4이닝 6실점(4자책)이었다. 2경기 연속 삼성 상대로 약점을 노출한 최민석이다.
2연승을 달린 삼성은 시즌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 1무 4패로 다시 앞서나갔다. 삼성은 시즌 56승째(2무 34패)를 달성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3연승이 끊긴 두산은 47승 3무 43패로 4위 KIA와의 승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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