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전사 고원에서 뛸 때 K리그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휴양했다...세금으로 즐긴 그들만의 ‘칸쿤 월드컵’
월드컵 남아공 전에서 패한 뒤 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손으로 그라운드를 치며 분해하는 장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 고원에서 '헉헉' 대는 동안 K리그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휴양과 마야 유적지 관광을 즐겼다월드컵 남아공 전에서 패한 뒤 축구 대표팀 이강인이 손으로 그라운드를 치며 분해하는 장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 고원에서 '헉헉' 대는 동안 K리그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휴양과 마야 유적지 관광을 즐겼다

[더게이트]

K리그 구단 사장·단장들이 '교육'을 명분으로 떠난 7억원대 멕시코 출장에서, 세계적 휴양지 칸쿤의 최고급 리조트에 이틀간 머물며 휴양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세미나가 끝나면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마야 유적지로 관광을 갔고, 누군가는 그림 같은 칸쿤 바닷가를 걸으며 맥주를 마셨다. 식사와 음료가 상시 제공되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였다. 그러나 칸쿤 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출장에 참가한 21개 구단 가운데 11곳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 프로축구단이었다. 그리고 그 11개 구단 대표 중 9명이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앉아 태평양을 건넜다.

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3월 4일자 공문과 연맹이 국회에 제출한 예산 내역을 대조해 '칸쿤 일정'을 찾아냈다. 더게이트는 복수 참가자의 증언도 확보했다.

-1600만원 비즈니스석 타고 멕시코로 날아간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들. 세계적 휴양지 칸쿤에서 2박-

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 칸쿤 210만원이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사진=더게이트)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 칸쿤 210만원이라고 뚜렷하게 적혀 있다(사진=더게이트)


더게이트와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예산 내역엔 '멕시코 칸쿤 2박, 1인 210만원'이 또렷이 적혀 있다. 그러나 연맹이 K리그 전체 구단에 보낸 공문엔 이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연맹은 3월 4일, K리그 전체 구단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 제목은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였다. 연맹이 밝힌 CEO과정의 명분은 'K리그 발전을 목표로 한 임직원 역량 강화'였다. 연맹이 안내한 일정은 6월 18일 인천에서 미국 댈러스를 거쳐 멕시코로 들어갔다가, 25일 댈러스를 출발해 26일 인천으로 돌아오는 7박 9일이었다.

연맹이 구단들에 알린 구체적 프로그램은 6월 18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멕시코전, 20일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일본-튀니지전, 24일 역시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한국-남아공전 참관이 전부였다. 연맹은 비즈니스석 이용 시 약 1600만원, 이코노미석 이용 시 약 1000만원을 구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알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안내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공문. 출장 일정에 칸쿤은 나와있지 않다(사진=더게이트)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안내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공문. 출장 일정에 칸쿤은 나와있지 않다(사진=더게이트)

그렇다면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더게이트와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예산 집행 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에 들어간 총비용은 7억 1007만원이다. 연맹이 3억 9345만원을 부담했고, 21개 구단이 3억 1662만원을 냈다.

구단 대표 21명 가운데 18명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이코노미석을 택한 이는 단 3명뿐이었다.

연맹이 구단에 보낸 공문 일정표는 대부분 'TBD(미정)'였다. CEO과정의 알맹이여야 할 세미나 항목은 "세부 교육 프로그램 추후 안내 예정" 한 줄이 전부였다. 정작 연맹이 꼼꼼하게 챙긴 건 따로 있었다. 연맹은 신청 요건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번호와 상의 사이즈(90~110)를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주목할 건 이들의 동선이다. 애초 공문대로라면 참관단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실이 찾아낸 연맹 내부 자료에 따르면 연맹 관계자와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2박을 했다. 칸쿤은 누구나 아는 세계적 휴양지다.

연맹의 해명은 '비용 절감'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더게이트와의 통화에서 "몬테레이가 월드컵 특수로 물가가 치솟아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칸쿤이 오히려 싸서 총 4000만원가량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이 국회에 낸 문건에는 '1인당 약 165만원, 25명 합산 4125만원을 절약한 것’으로 적혀 있다.

'싸서 갔다'는 칸쿤이 더 비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에 표기된 비즈니스석 이용 안내문(사진=더게이트)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에 표기된 비즈니스석 이용 안내문(사진=더게이트)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에 표기된 비즈니스석 이용 안내문(사진=더게이트)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에 표기된 비즈니스석 이용 안내문(사진=더게이트)


과연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연맹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 몬테레이 숙박비는 1박 85만원이었다. 2박은 260만원이었다. 그런데 칸쿤 2박에는 210만원이 잡혔다. 연맹의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숙박비만 놓고 보면 칸쿤이 1박일 땐 20만원이 비싸고, 2박일 땐 50만원이 싸다.

연맹의 계산엔 이동 비용도 빠졌다. 연맹 주장대로 칸쿤 체류로 1인당 165만원을 줄였다고 치자. 이는 1인당 총비용 2960만원의 5.6%다. 그 5.6%를 아끼자고 참관단은 몬테레이에서 약 1450km 떨어진 칸쿤까지 왕복 항공기를 탔다.

비행만 편도 2시간~3시간 25분,
공항 수속까지 합치면 한 구단 대표 표현대로 "가는 데 한나절, 오는 데 한나절"이었다. 왕복 항공료는 1인 16만~20만원 선. 25명이면 400만~500만원이 휴양지를 오가는 데 도로 나갔다.

이 돈은 예산 내역의 '항공 7회' 항목에 섞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방문한 칸쿤은 최고의 휴양지로 불린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방문한 칸쿤은 최고의 휴양지로 불린다(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좌석 선택도 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단 참가자 21명 가운데 18명이 1인 1592만 4000원짜리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이 가운데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가 9명이었다. 연맹 공문이 "이코노미 선택 시 약 600만원 절감"이라고 안내했지만, 그 안내를 따른 이는 3명뿐이었다. 이 중 2명이 지자체 구단 대표였다. 몬테레이 호텔값 앞에서는 그토록 알뜰했던 참관단이, 제 좌석 앞에서는 너그러웠던 것이다.

현장의 상황만 견줘도 연맹 해명은 도통 납득이 가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계열 매체 디애슬레틱 분석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몬테레이 호텔값은 평균 466% 뛰어 피크 때 1박 510달러(약 74만원)를 넘어섰다. 이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연맹이 적어낸 몬테레이 단가(1박 85만~130만원)가 그 폭등가보다도 높다는 것, 그리고 6월 비수기라 할인이 쏟아지는 칸쿤에서 참관단이 낸 1인 1박 105만원(약 724달러)은 여행업계 집계상 최상위 럭셔리 리조트 요금이라는 것이다. 아끼러 간 곳에서, 아끼지도 못한 채 최고급을 골랐던 셈이다.

-구단 대표 "밀림 속 바닷가에 지은 큰 칸쿤 리조트였다. 풀에서 잘 먹었다"-

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의 세부 일정표. 참가한 구단 대표들은 오전에는 세미나,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보냈다고 증언했다(사진=더게이트)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의 세부 일정표. 참가한 구단 대표들은 오전에는 세미나,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보냈다고 증언했다(사진=더게이트)

그렇다면 칸쿤 현지 일정은 어땠을까. 한 기업구단 대표는 칸쿤의 이틀을 이렇게 기억했다. "오전에는 세미나를 했고, 오후에는 자유시간이었다." 세미나 강사를 묻자 "한웅수 연맹 부총재가 MLS와 프로축구단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함께 출장 간 연맹 임원이 강단에 선 것이다. 다른 구단 대표는 “우리끼리 분임토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오후 일정에 대해 앞의 대표는 "다른 분들은 관광을 갔고, 나는 피곤해서 숙소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구단 대표는 "함께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연맹 관계자 역시 마야 유적지 관광과 반나절 휴식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참가자들은 더게이트에 "저녁에 할 게 없어 바닷가를 걷고 맥주 한잔했다"고 들려줬다. 한 참가자는 숙소를 "밀림 속 바닷가에 지은 큰 리조트였다. 풀에서 잘 먹었다"고 묘사했다. 교육장이라기엔, 신혼여행지의 풍경에 가깝다.

앞의 기업구단 대표는 애초 이 출장을 거부했다고 했다. "1500만원이면 나는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했다. 스폰서십을 유치해야 할 시간이 아까웠다." 이 과정이 왜 만들어졌는지 묻자 답은 짧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1, 2년 임기의 구단 대표들이 다녀오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표가 가면 뭐 하나, 맨날 바뀌는데"라고 했다. 다른 구단 대표는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해 크게 실망했다"면서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칸쿤의 기억이 꽤 좋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연맹이 주최한 이번 CEO과정엔 강원, 경남, 김포, 대구, 부천, 성남, 수원, 안산, 안양, 용인, 인천 등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 11곳이 참가했다. 이 출장비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시민의 세금이 나온다.

연맹은 이 출장을 '아카데미'라 불렀다. 정말 교육이었다면, 일정표에서 칸쿤을 지울 이유가 없었다. 숨긴 쪽에는 늘 숨긴 이유가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김포FC 권일 단장(사진 왼쪽). 8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시끄러운 김포 FC 권일 단장은 1000만원대 거액이 소요되는 멕시코 출장에 동행했다(사진=김포 FC)김포FC 권일 단장(사진 왼쪽). 8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시끄러운 김포 FC 권일 단장은 1000만원대 거액이 소요되는 멕시코 출장에 동행했다(사진=김포 FC)


조국혁신당 김재원 국회의원은 “시민구단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조직이다. 그럼에도 시민구단 대표들이 1인당 최대 1,600만 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세계적인 휴양지에서 관광성 일정까지 소화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단 운영과 유소년 육성에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정작 대표들의 해외 출장은 최고급 대우를 받는 것은 명백한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 왜곡”이라며 “해당 시민구단들은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출장의 필요성과 성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시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하며, 부적정한 집행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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