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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춘추
이재정 위원장과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사진=국회방송)[더게이트]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 증인을 강하게 다그쳐도 모자랄 마당에, 이런 문자를 보낸 국회의원이 있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개최한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축소판 같았다. 청문회 막판에는 증인으로 나온 정몽규 회장과 청문위원 간에 주고받은 사적 문자 논란으로 소란이 빚어졌고, 문자 속 의문의 인물 '정 선배'의 정체까지 드러났다.
문제의 문자는 오전 질의가 끝나고 정회한 오후 1시 50분쯤 오갔다.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에게 위로의 문자를 보냈고, 정 전 회장은 5분 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을 대신해 의혹을 캐물어야 할 의원이 도리어 재벌 회장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였다. 이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되면서, 오후 질의가 재개되자마자 거센 후폭풍이 몰아쳤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속개된 회의에서 정 전 회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청문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문위원들에게 로비를 위해 접촉한 적 있느냐"며 "지인과 인맥을 동원해 청문위원들에게 미리 선을 대려고 했느냐"고 다그쳤다.
정 전 회장은 처음엔 "선을 대려 했다는 게 무슨 말씀이냐"며 되물었다. 하지만 질문이 이어지자 "청문회 준비 실무자에게 혹시 아는 분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다"며 로비 시도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어떤 질문을 하실지, 미리 준비할 게 있는지 물어봤다"며 답변을 잘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도 신상 발언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었는데 배려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으로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오후에도 세게 질문한 사실을 다들 아실 것이고 오고 간 것도 전혀 없다. 사적인 건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건 공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인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했느냐"며 "그런 의혹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윤용근 의원과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사진=국회방송)
"청문위원들에게 로비했나" 정면 직격한 문체위원장
의혹의 화살은 문자에 적힌 '정 선배'의 정체로 향했다. 이날 4차 증인·참고인 심문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국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안이어서 재차 묻는다"며 "저희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문자에 등장하는 '정 선배'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맞느냐"고 물었다. 정 전 회장은 이를 인정하며 "학부는 같지만, 학번 선배다. 평소 뵐 일은 없다"고 답했다.
정진석 전 실장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 재판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고, 대통령실 PC 초기화 등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서도 내란 특검 수사를 받아온 인물이다. 청문회 증인이 이런 인물을 통해 청문위원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은 한층 커졌다.
노 의원은 "평소 연락하지 않던 사이인데 청문회를 앞두고 연락한 것이라면 더 문제"라며 "이러니 고려대 카르텔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위원장은 "그냥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인 뒤 "증인은 의원을 개인으로 보지 말라. 권위를 존중하는 것도 선서하며 다짐한 의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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