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위 동생에게 월드컵을 판다고? '돈미새' FIFA 막나가는 행태에 유럽축구계 '보이콧' 반발
무적 함대, 16년 만에 정상(사진=FIFA 월드컵 SNS)무적 함대, 16년 만에 정상(사진=FIFA 월드컵 SNS)

[더게이트]

돈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사상 최고 수익을 올린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리기가 무섭게,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겠다며 노골적인 상업화 의욕을 드러냈다.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여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명분이나, 유럽과 북중미 축구계는 "축구의 영혼을 팔 수는 없다"며 대회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로 맞서고 나섰다.

FIFA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월드컵 등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전담할 자회사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설립하고, 지분 최대 21%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FFE의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약 29조원)로 평가한 가운데, FIFA는 이번 매각으로 42억 달러(약 6조원)를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동생, 조슈아 쿠슈너가 이끄는 '스라이브 캐피털'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211개 회원국에 오는 9월 19일까지 매각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회원국 과반과 FIFA 이사회의 승인을 동시에 얻어 자금을 각국 협회에 분배하겠다는 계산이었다.

ESPN은 이번 쿠슈너 투자 유치가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측근들과 관계를 다져온 일련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FIFA가 자칭 '평화상'을 급조해 트럼프에게 수여한 것, 인판티노가 MAGA를 연상케 하는 붉은 모자를 쓰고 낄낄댄 것,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 판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뒤집도록 만든 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행보가 반복되면서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의 눈치를 살피다 못해 '푸들'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국제 축구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FIFA를 다시 위대하게? 수치를 모르는 인판티노(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FIFA를 다시 위대하게? 수치를 모르는 인판티노(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럽 55개국 만장일치 거부…"월드컵은 매물이 아니다"

이런 FIFA의 노골적인 행보에 유럽축구연맹(UEFA)은 즉각 반발했다. UEFA는 31일 55개 회원국이 참여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50개 이상 회원국 대표가 발언대에 올라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인 FIFA의 독단적 행태에 분노를 쏟아냈다.

UEFA는 공식 성명을 통해 매각안이 철회되지 않는 한 소속 대표팀의 FIFA 대회 참가 금지를 선언했다. UEFA는 성명에서 "월드컵은 투자 상품이 아니며 외부 자본이 들어오는 순간 축구의 본질은 영원히 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한 월드컵은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유럽의 반발에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도 동참했다. CONCACAF는 같은 날 41개 회원국 회의를 거쳐 매각안 거부를 의결했다. 2026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 축구협회가 모두 뜻을 모았다. 미축구협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CONCACAF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인판티노의 아군으로 분류되던 아시아축구연맹(AFC)마저 돌아섰다.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칼리파 AFC 회장은 46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FIFA의 일방적 행동이 대륙별 축구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내년 3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릴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인판티노의 입지가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보이콧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비상이 걸리는 건 2027년 브라질 여자 월드컵이다.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유럽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부터 정상 개최가 불투명해진다.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역시 유럽 국가들의 불참 가능성으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 1934년 우루과이의 불참이나 1966년 아프리카 국가들의 집단 예선 거부 사례가 있었지만, 유럽과 북중미가 연합해 월드컵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축구 역사상 처음이다. 세계 축구의 핵심 스타 선수들과 대형 시장이 속한 유럽이 빠지면, FIFA가 자랑하는 월드컵 브랜드의 가치 폭락은 피할 수 없다. 이참에 FIFA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축구 기구를 만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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