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판과 술자리, 정몽규 선거운동, 상습 위증 의혹까지..."이런 분이 심판위원장인 게 축협 수준"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사진=국회방송)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사진=국회방송)

[더게이트]

"집에서 놀고 있었다." "목소리 낮춰라." "거기는 끼지 마시라."

국회 청문회는 보통 증인 못지않게 국회의원도 비판받는 자리다. 사안의 본질과 떨어진 질문("왜 졌어요?"), 무작정 호통치며 막말을 퍼붓는 권위적 태도("듣보잡")가 매번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3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잘못해서 불려나온 증인이 국회의원을 향해 호통을 치고 화를 내는 광경이 벌어지면서, 지켜보던 팬들이 도리어 의원 편을 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문진희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의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됐다(사진=국회방송)문진희 심판위원장의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됐다(사진=국회방송)


"단단히 말하고 있다" 눈 부라린 심판위원장

문 위원장의 답변 태도는 첫 질의부터 심상치 않았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정몽규 전 회장의 4선 선거 당시 불법 선거운동 개입 의혹을 캐묻자, 문 위원장은 "말씀 들으세요, 저도 해야 하잖아요"라며 시비조로 응수했다. 이어 "그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었다"고 맞섰다. 조 의원이 "단단히 대답하라"고 재차 추궁하자 "단단히 말하고 있다"며 눈을 부라렸다.

이 발언은 곧바로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 무너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위원장이 사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공개했다. 답변서에는 "정몽규 후보자에 대한 선거 지원 목적으로만 만난 것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최 의원이 "선거 지원 목적도 있었다는 뜻이냐"고 묻자 문 위원장은 "아닙니다"라고 부인했다가, 재차 추궁받자 "잘못 쓰여진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최 의원은 이어 문 위원장과 전기록 심판평가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서 문 위원장은 "내가 20일 다녔거든. 남양주 갔다가. 내가 한 사람만 더 만나면 15 플러스 한 명 만나거든"이라고 말했다. 55대 축구협회장 선거인단 중 심판 몫이 15명이라는 점에서 선거인단 접촉 정황이 드러난 대목이다. 또 다른 녹취에서 전 평가관은 "우리가 모셨던 사람인데"라고 언급했고, 최 의원은 이 인물이 정몽규 전 회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띄워지고 있는 기록들을 잘 모르겠다", "기억이 없는 편"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최 의원은 "정몽규 회장 3선 이후 집행부 이사가 됐고, 선거운동 의혹을 받은 뒤 정 회장이 당선되자 심판위원장이 된 게 다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공식 선거사무원뿐인데, '집에서 놀고 있었다'면서 정 회장 선거운동을 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오후 질의에서는 태도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심판 인사 편중 의혹을 두고 "심판계 마피아 보스냐"고 묻자, 문 위원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답변했다. 김 의원이 "자세를 똑바로 하고 대답하라"고 지적하자 문 위원장은 "의원님은 말하고 나는 말하지 말란 말이냐, 목소리를 좀 낮추라"며 맞불을 놓았다.

증인의 태도를 꾸짖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거기는 끼지 마시고 좀, 아침부터"라고 호통을 쳤다. 대기업 총수나 어떤 권력자의 청문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증인이 국회의원을 훈계하는 장면에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이 결국 질의 시간을 멈추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여기는 증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다. 위원님들에게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문 위원장은 그제야 "네, 알겠습니다"라며 꼬리를 내렸다.

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최민희 의원실이 공개한 문진희 위원장의 서면 답변과 녹취(사진=국회방송)


"팬들이 욕해서 심판 안 한다"... 황당한 팬 탓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째 월드컵 주심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황당한 해명이 돌아왔다. 문 위원장은 "지면 욕을 먹어서 심판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국 심판의 실력과 구조적 문제를 반성하기는커녕 팬 여론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었다.

이 발언은 축구 팬들의 거센 분노를 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판정을 잘하면 욕을 안 먹는데 인과관계를 뒤집는다", "해외 리그 심판들은 경기장에서 단체 조롱을 받고 살해 협박까지 당하는데 무슨 소리냐" "잘하면 욕을 왜 하나, 지들이 판정을 못 하니까 먹지", "잉글랜드 앤서니 테일러 심판도 욕먹으면서 월드컵 가는데 실력이 안 돼서 못 가는 걸 남 탓한다", "축구 팬들을 XX으로 보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위원장의 국회 무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빚었다. '오심으로 퇴출된 심판이 있느냐'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있다. 해마다 20%씩 승강한다"고 답했지만, 재확인 결과 퇴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명백한 거짓 증언이 확인되면서 위증 고발 요청까지 받았다.

당시 국감에서는 인사 특혜 의혹도 함께 터져 나왔다. 여성 심판 두 명이 통상적인 단계를 건너뛰고 K4에서 K리그2로 곧장 승격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단초는 202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회가 열리던 당시 문 위원장은 여성 심판 세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대회 기간 음주는 엄연한 징계 대상이지만 문 위원장과 심판진 모두 어떤 처분도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다섯 달 뒤, 술자리에 참석했던 심판 가운데 두 명이 '두 단계 뛰어넘기 승격'의 당사자가 됐다.

이날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동희 더게이트 대표기자는 바로 옆에 앉은 문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기자는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다가 심판위원장이 된 것은 선거를 돕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된 것과 같다"며 "이런 분이 심판위원장인 게 대한축구협회 수준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이재정 위원장은 "팬인 국민은 축구협회에게 대체 어떤 존재인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며 "분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관심"이라고 꼬집었다.

청문회에 나온 증인이 예의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권력자라서가 아니다. 국회는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리인이고, 의원의 질문은 곧 유권자의 질문이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온 문 위원장은 본인이 작성한 서면 답변서를 스스로 뒤집고, 녹취록이라는 물증 앞에서도 "기억이 없다"며 적반하장 태도로 일관했다. 생중계를 통해 거짓 해명이 드러난 만큼, 국회 차원의 위증죄 고발과 엄중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