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렉스 루터' 인판티노 장기 집권 물 건너가나...측근 반발-보이콧 압박에 월드컵 매각 계획 '백지화'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월드컵을 민간에 팔겠다고 떠벌리더니 나흘 만에 꼬리를 내렸다.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 상업적 지분을 민간 자본에 넘기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유럽과 북중미, 아시아 축구계가 집단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들고 내부 최측근마저 등을 돌리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1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모든 의견을 신중히 검토한 결과,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 프로젝트가 애초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분열을 낳았음이 명확해졌다"며 "이번 매각안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당초 FIFA는 20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해 월드컵과 클럽월드컵 등의 상업적 권리 21%를 미국 사모펀드 등에 넘기려 했다.

이번 철회 결정 직전 FIFA 내부 수뇌부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인판티노 회장의 핵심 자문역이자 미국축구협회장을 지낸 카를로스 코르데이로가 지난달 31일 사표를 던졌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코르데이로는 "회원국과 축구, 게임의 장기적 미래를 망치는 나쁜 거래에 침묵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케빈 라무르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언론을 통해 "직원들은 인판티노 회장의 불투명한 추진 방식에 속았다"고 비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시절부터 인판티노와 호흡을 맞춘 라무르 COO는 "이것은 한 사람만을 위한 프로젝트"라며 수뇌부의 퇴진과 반성을 촉구했다.

트럼프를 위해 동원된 FIFA 월드컵(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트럼프를 위해 동원된 FIFA 월드컵(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


137개국 연대 보장에 무릎 꿇은 FIFA

외곽에서의 압박 수위도 거셌다. UEFA 소속 55개 회원국은 매각안을 강행할 경우 2026년 9월 열리는 여자 20세 이하(U-20) 월드컵부터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이유였다. 뒤이어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과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세 대륙연맹에 속한 회원국만 전체 211개국 중 137개국에 달한다. 매각안 통과에 필요한 회원국 과반 표심이 한순간에 날아간 셈이다. 남아메리카축구연맹(CONMEBOL) 역시 "상업적 결정이 축구의 본질을 앞설 수 없다"며 거리를 뒀다. FIFA가 매각 대금을 활용해 회원국당 최대 4000만 달러(약 580억원)를 지급하겠다며 내건 '돈보따리' 공약도 유야무야됐다.

이번 사태로 인판티노 회장의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승선 이후 2019년과 2023년 무투표 연임에 성공했던 인판티노 회장은 내년 3월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리는 FIFA 총회에서 3선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후보 등록 마감(11월 18일)을 석 달여 앞두고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할 판이 깔렸다.

리세 클라베네스 노르웨이축구협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이 중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원칙과 규정을 가볍게 여기는 리더십은 결국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한편 FIFA가 지분 매각과 연계해 기습 추진하던 '2030년 월드컵 64개국 확대안' 역시 거센 반발에 부딪힐 전망이다. 당초 FIFA는 오는 14일까지 확대안 검토를 마치기로 했으나, 이번 사태로 추진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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