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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에서 내 것이 아닌 여자 속옷이 나왔습니다"

스포츠춘추
대한축구협회의 든든한 뒷배, 한국프로축구연맹이다
[더게이트]
더게이트는 7월 29일 '[단독] 태극전사 뛸 때, K리그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 있었다…세금으로 즐긴 그들만의 칸쿤 월드컵' 제하의 기사를 냈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3월 4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6월 월드컵 기간에 맞춰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K리그 전체 구단에 보냈다. 연맹이 공문에서 밝힌 CEO과정의 명분은 'K리그 발전을 목표로 한 임직원 역량 강화'였다.
그러나 명분과 달리 구체적 프로그램은 6월 18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멕시코전, 20일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일본-튀니지전, 24일 역시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한국-남아공전 참관이 전부였다.
연맹은 비즈니스석 이용 시 약 1600만원, 이코노미석 이용 시 약 1000만원을 구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알렸다. 더게이트와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예산 집행 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에 들어간 총비용은 7억 1007만원이었다. 연맹이 3억 9345만원을 부담했고, 21개 구단이 3억 1662만원을 냈다.
-공문에 없던 도시, 칸쿤-
김포FC 권일 단장은 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하는 동안 시민 혈세 1600만 원이 들어간 비즈니스석 항공기를 타고 멕시코로 날아갔다. 권 단장을 비롯한 11명의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들은 세계적 휴양지 칸쿤에 머물며 칸쿤의 바다 경치를 만끽하거나 마야 유적지를 다녀왔다. 이들의 휴양엔 시민 세금이 3억원 넘게 쓰였다애초 한국프로축구연맹 공문대로라면 K리그 21개 구단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연맹 한웅수 부총재를 비롯한 연맹 관계자들과 구단 대표들은 예정에도 없던 칸쿤에서 2박을 했다. 칸쿤은 누구나 아는 세계적 휴양지다.
한 지자체 프로축구단 단장은 더게이트와의 전화 통화에서 칸쿤에서의 2박을 이렇게 해명했다. "칸쿤이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저는 동남아인 줄 알았다." 세계적 휴양지 칸쿤에 가는 줄도 몰랐다는 취지다.
이 단장은 "수영복을 가져갔나, 놀이터를 갔나. 건물 밖은 뜨거워서 나가지도 못했다. 차라리 세미나를 하는 게 더 좋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같은 일행의 기억은 다르다. 참가자들은 오후 자유시간에 마야 유적지 관광을 다녀왔고, 저녁엔 바닷가를 걸으며 맥주를 마셨다고 했다. 연맹 고위 관계자도 마야 유적지 방문과 반나절 휴식을 인정했다. 다른 구단 단장은 "자기 혼자서 살겠다고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며 "그 단장이 가장 열심히 즐겼다"고 증언했다.
-"유적지 투어는 종일 코스"…제보가 무너뜨린 '오전 세미나'-
칸쿤에서 외유를 즐기는 축구단 대표를 포착한 제보 사진(사진=국회방송)더게이트에 '오전 세미나, 오후 휴식'을 주장한 구단 대표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제보 앞에선 힘을 잃는다.
칸쿤 현지에서 참관단 일행을 목격했다는 제보자는 더게이트에 이렇게 알려왔다. "칸쿤 호텔존에서 치첸이트사 피라미드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그래서 치첸이트사 투어는 일반적으로 아침 일찍 시작해 해가 지는 저녁쯤 마무리되는, 하루 종일 이뤄지는 투어다." 왕복이면 이동에만 5시시간에서 6시간이다.
칸쿤 인근의 대표적 마야 유적지인 치첸이트사를 다녀왔다면, 그날 오전 세미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유적지를 간 날엔 세미나가 없었거나, 유적지를 간 이들은 세미나를 통째로 빠졌거나.
따지고 보면 '교육의 알맹이'라는 세미나부터 셈이 안 맞았다. 7박 9일 일정 중 열린 세미나 횟수를 두고 구단 대표들은 "6~9차례", 연맹은 "대여섯 세션"이라고 서로 다르게 말했다. 짜임새 있는 교육이었다면, 참가자들이 횟수조차 헷갈릴 리 없다.
연맹은 "몬테레이와 과달라하라에서 이영표 해설위원의 리더십 강의, 멕시코 현지 대학교수 두 명의 AI·사회공헌 강의, 데이터 분석 업체 대표와 전 MLS 부사장의 산업 강의 등이 진행됐다"고 알렸다. 칸쿤에선 아예 외부 전문가 강의가 없었다. 함께 칸쿤으로 넘어간 한웅수 연맹 부총재가 '좋은 말씀'을 들려준 게 전부였다.
-시민 혈세로 버티는 지차제 프로축구단 11곳 9곳이 1600만원 비즈니스석 선택-
한국프로축구연맹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안내 공문에 표기된 비즈니스석 이용 안내문(사진=더게이트)칸쿤 2박이 포함된 'CEO과정'에 참가한 K리그 1·2부 구단은 21곳이었다. 이 가운데 11개 구단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지자체 프로축구단이었다. 이 11개 구단 가운데 대표가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앉아 태평양을 건넌 곳은 9곳이었다. 수원FC, 용인FC를 빼곤 모두 1600만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비즈니스석 쏠림에 대해 한 지자체 프로축구단 단장은 "고령자 우선으로 비즈니스를 배정한 것 같다"고 했다. 연맹이 정해줬다는 얘기다. 그러나 연맹 고위 관계자는 "구단들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비즈니스를 원하는 분은 그만큼 부담액이 올라갔다"고 했다. 1592만 4000원짜리 좌석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어느쪽 말이 맞을까. 연맹이 3월 4일 구단들에 보낸 공문엔 "위 2가지 등급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좌석은 각자 골랐다는 연맹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더게이트가 입수한 재단법인 김포FC 여비규정 제9조는 '국외여행시의 여비는 국가공무원 국외여비규정을 준용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공무원 여비규정상 국외 항공 비즈니스석은 차관급 이상 극소수 고위직에게만 허용된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이 공무원 여비규정을 준용하는 것은 규율의 원칙이다. 김포FC와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다른 지자체 구단들 역시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9명의 비즈니스석은 규정과 결재 절차를 지키지 않은 집행이었을 공산이 크다.
결재 절차의 실태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 지자체 구단 단장은 "정상적인 절차를 다 밟았다"면서도, 이사회 의결이나 지자체 보고 여부에 대해선 "연초에 공유된 프로그램의 집행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1600만원짜리 해외 출장이 별도 심의 없이 실무 전결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김포FC 여비규정은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여비를 5배로 가산 징수하고(제13조), 출장에서 돌아오면 지체 없이 서면으로 복명하도록(제42조) 정하고 있다. 규정은 환수의 근거까지 마련해뒀지만, 지켜졌다는 흔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김포시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즉각 환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가도 되는 자리'였다… 연맹은 왜 21개 구단을 데려갔나-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참여 구단과 참여자 명단. 주황색은 지자체 프로구단, 노란색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지자체 프로구단 관계자들이다. 수원FC는 단장, 대표이사가 아닌 사무국장이 참석하면서 이코노미석을 탔다. 단장급 이상 가운데 유일하게 이코노미석을 탄 지자체 프로축구단은 용인FC가 유일했다'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참여 구단과 참여자 명단. 주황색은 지자체 프로구단, 노란색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지자체 프로구단 관계자들이다K리그 총 29개 구단 가운데 21개 구단만이 멕시코로 날아갔다면, 8개 구단은 한국에 남아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간명하다. '안 가도 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안 간 구단' 중에서도 광주FC의 사정은 따로 기록할 만하다. 더게이트 취재 결과 광주FC는 참가비 약 1600만원을 납부한 뒤 노동일 대표이사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사실상의 '노쇼'였다. 1600만원 가운데 환불액은 10%에 불과했다. 시민 혈세 1400만원 이상을 허공에 뿌린 셈이다. 과연 노동일 개인의 돈이었어도 이렇게 뿌릴 수 있었을까.
남는 질문은 하나다. 연맹은 왜 7억원을 들여 21개 구단 대표를 멕시코까지 데려갔을까. 답의 실마리는 한국 축구의 권력 구조에 있다. 구단 대표들은 연맹 총회의 의결권자이자,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의 한 축이다.
실제로 2025년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4선에 도전했을 때 선거인단은 192명이었다. 시도협회 회장 17명, K리그 1부리그 구단 대표이사 12명, 전국연맹 회장 5명 등 총 34명이 당연직 대의원을 맡았다. '먹거리'가 K리그에 있음을 고려할 때 K리그 1부리그 구단 대표 12명의 입김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축구협회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연맹 집행부 입장에서 K리그 구단 대표는 함께 공부할 '교육생'이기 이전에, 관리해야 할 '유권자'였다는 뜻이다.
K리그 1구단과 함께 K리그 2구단들을, 기업구단과 함께 지자체 프로축구단을 모두 데려가려 한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축구는 승강제가 있다. 오늘의 2부 구단이 내일의 1부 구단이다. 그렇다 K리그 2구단은 (축구협회장 선거) 투표권을 가진 잠재 고객이다.
연맹이 총비용 7억 1007만원의 절반이 넘는 3억 9345만원을 스스로 부담하며 '반값 출장'을 만든 이유도 여기서 읽힌다. 지자체 프로축구단 대표 입장에선 ‘해외 관광’ 하기엔 거절하기 어려운 할인가였고, 연맹 입장에선 교육비가 아니라 관리비였던 셈이다.
그렇게 보면 이 출장의 퍼즐이 비로소 맞춰진다. 교육 내용은 비어 있어도 좌석은 비즈니스여야 했고, 일정표에 없어도 리조트는 최고급이어야 했다. 연수의 문법보단 처음부터 접대의 문법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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